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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유보' 현대重 노조, 명분에 밀렸다

  • 2014.11.07(금) 15:58

부분파업 전격 유보..내부갈등 증폭
파업 찬반투표시 무리수 둬..다음 선택이 중요

현대중공업 노조가 부분 파업 계획을 유보했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은 20년만의 일이었던 만큼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사상 최악의 실적을 거둔 데다 교섭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서 투쟁 동력을 잃었다.

여기에 사측이 불법 파업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노조의 결속력은 급격히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회사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 파업을 강행하는 노조에 대한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결국 명분을 잃은 셈이다.

◇ 첫 단추를 잘못 뀄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7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키로 했던 부분 파업 계획을 유보했다. 이로써 19년 무파업 기록이 깨질 위기에 처했던 현대중공업은 잠시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동안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두고 의견차를 보여왔다. 사측은 회사가 올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만큼 파업이 아닌 회사 살리기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해왔다.


하지만 노조는 회사가 경영상의 잘못에 따른 손실을 노측에 전가하려 한다며 사측의 요구를 거부했다. 부분파업 결정도 사측을 압박하고 노조의 요구사항 관철을 위해 빼들었던 카드다.


▲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9월 23일부터 26일까지 파업 여부를 묻는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투표 참여율이 저조하자 결국 투표 마감 기한을 '무기한' 연장했다. 이는 결국 노조에게 부메랑이 됐다.

노조는 지난 9월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합법적인 파업 성사를 위해서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파업 찬반투표 참여 인원이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이에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 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결국 한달 여만인 지난달 22일에야 개표가 진행됐다. 개표 결과, 전체 조합원 1만7906명 중 1만313명(57.5%)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 중 1만11명(97.1%)이 찬성표를 던졌다.

결과는 파업 찬성이었지만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 투표기간 무기한 연장 때문이다. 사측은 이 부분을 지적했다. 지도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투표기간이 한달여 가량 연장됐고 그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는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사측은 '법적 검토' 카드도 빼들었다.

◇ '아킬레스건' 드러낸 노조

노조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일단 투표기간 무기한 연장부터 단추를 잘못 뀄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내부적으로도 반발이 심했다. 지도부가 절차상 무리수를 두면서 전체 판도가 어그러졌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달 22일 한달여 간 진행한 파업 찬반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찬성 97.1%로 파업을 결의했다. 하지만 이미 노조의 파업 동력은 상당부분 상실된 상태였다.

결정적으로 사측이 '법적 검토'를 언급하자 투쟁 동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노조는 “정당한 파업을 불법성 시비로 얼룩지게 하려는 회사 측 의도 때문에 노조의 정당한 요구가 사라지고 불법이냐, 합법이냐 하는 시비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려고 부득이하게 파업을 유보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완전히 수세에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파업은 절차와 명분이 우선돼야 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절차와 명분 모두를 잃었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파업을 전격 유보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노조는 현재 재투표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일각에서는 물러설 곳이 없는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파업을 진행할 여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파업을 유보한 것 자체가 명분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 '사면초가' 노조, 다음 선택은?

노조가 파업 동력을 상실한 가장 큰 이유는 여론 악화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분기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와중에 20년만에 파업을 진행하겠다는 노조의 주장은 '조직 이기주의'라는 지적이 많았다.

노조 한 관계자는 "주변 식당을 가도 대부분 노조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회사가 사상 최대 적자를 입었다는 사실이 너무 부각돼서 노조가 목소리를 내고 설득하는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여론은 노조의 편이 아니었다.

▲ 정병모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부분파업 유보를 선언한 만큼 향후 어떤 카드를 선택하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내부에서도 파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19년 무파업 기록을 깨면서까지 무리하게 파업을 진행할 이유와 명분이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임단협 협상이 6개월 이상 진행되면서 교섭 과정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도 많이 쌓였다. 교섭이 지지부진해진 데다 회사마저 힘든 상황에 처하자 등을 돌리는 조합원들이 증가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파업 유보는 현대중공업 노조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라며 "명분도 실리도 얻지 못한 채 내부 갈등만 키워 스스로 무너진 셈이 됐다. 노조가 이후 어떤 카드를 빼드느냐가 향후 회사와 노조에게 모두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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