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지난 3분기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내놨다. 2분기와 마찬가지로 조선과 플랜트 부문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 이번 실적은 권오갑 사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첫 성적표다. 엄밀하게 말하면 전임 경영진의 성적표다.
업계에서는 권 사장이 이번 실적에 그동안의 부실을 모두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례적으로 그동안의 부실에 대해 '고해성사'를 했다. 다 털고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권 사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저가수주+비용증가'에 무너진 조선
현대중공업은 지난 3분기 1조9346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올해 들어 지난 3분기까지 현대중공업이 입은 손실액은 3조2272억원에 달한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15.6%를 기록했다. 외형도, 내용도 모두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 2분기와 마찬가지로 조선 부문과 플랜트 부문이 발목을 잡았다. 이들 부문의 공사손실충당금과 공정지연에 따른 비용증가가 주 원인이다.
주력인 조선 부문은 영업적자가 전기대비 2배 가까이 확대됐다. 조선 부문의 공사손실충당금이 전기대비 2배 이상 증가한 4642억원으로 늘어난 데다 기타 비용들이 발생한 결과다.
지난 3분기 현대미포조선은 4233억원, 현대삼호중공업은 962억원을 공사손실충당금으로 쌓았다. 반면 본사인 현대중공업은 매분기 수주잔고 전체에 대해 미래 예상손실을 반영해 왔다. 따라서 이번 분기에는 특별히 대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하지 않았다.
◇ 플랜트 부문, 예상 부실까지 모두 반영
조선 부문과 함께 실적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 플랜트 부문의 경우 영업적자가 전분기 대비 3배 이상 확대됐다. 전분기 플랜트 부문의 영업적자는 2369억원이었으나 3분기 플랜트 부문 영업적자는 7791억원으로 늘었다.
무엇보다도 공사손실충당금이 5922억원이나 된 것이 적자확대의 가장 큰 요인이다. 현대중공업은 사우디 제다사우스 발전플랜트에서 2179억원, 사우디 슈케이크 발전플랜트에서 3649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적립했다.
◇ 플랜트 부문, 예상 부실까지 모두 반영
조선 부문과 함께 실적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 플랜트 부문의 경우 영업적자가 전분기 대비 3배 이상 확대됐다. 전분기 플랜트 부문의 영업적자는 2369억원이었으나 3분기 플랜트 부문 영업적자는 7791억원으로 늘었다.
무엇보다도 공사손실충당금이 5922억원이나 된 것이 적자확대의 가장 큰 요인이다. 현대중공업은 사우디 제다사우스 발전플랜트에서 2179억원, 사우디 슈케이크 발전플랜트에서 3649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적립했다.
플랜트 부문의 손실은 국내 업체들간의 가격 경쟁과 원가계산을 잘못한 것이 대규모 손실로 돌아왔다. 지난 2012년과 2013년 국내 건설업체들은 대거 중동의 플랜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살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 현대중공업이 작년 8월 총 33억달러에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슈퀘이크 화력발전소(Shuqaiq Steam Power Plant)' 조감도. 현대중공업은 중동 플랜트 시장에서 국내 업체 등과 가격 경쟁으로 저가에 수주, 원가산정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결국 실적 하락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
글로벌 경기침체로 플랜트 시장도 중동 정도만 남아있었다. 중동 플랜트 시장은 결국 국내 업체들간의 각축장이 됐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저가로 수주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수주한 이후에 발생했다. 예상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수주하다보니 공사에 차질이 생겼다. 현대중공업은 결국 예상되는 손실을 모두 공사손실충당금으로 쌓았다.
해양부문은 그나마 선방했다. 영업적자가 전분기 3740억원에서 거의 손익분기점 수준인 103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여기에 추가적인 공사손실충당금 반영이 없었다. 오히려 발주처와 3억달러 규모의 계약변경으로 일정 부문 실적 부진을 만회했다.
◇ 현대重이 달라졌다
현대중공업의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눈에 띄는 점은 현대중공업이 자신들의 부실 원인을 직접 밝히고 나선 점이다. 그동안 현대중공업은 업계에서 거론됐던 '저가 수주'에 대해 부인해 왔다. 하지만 이번 실적 발표에서는 '저가 수주'를 시인했다.
각종 부실의 원인들을 직접 거론하며 공사손실충당금 규모도 밝혔다. 여기에 초대형 반잠수식 시추선 등 고난도 특수선에 대한 건조경험 부족 등도 언급했다. 세계 1위 조선업체라는 자부심만 가득했던 과거 현대중공업의 모습은 없었다.
현대중공업이 이처럼 자신들의 '치부'를 직접 거론하고 나선 것은 권오갑 사장의 방침 때문이다. 권 사장은 취임 직후 임직원들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현재의 위치가 어떤지를 제대로 인식하라는 의미다.
▲ 권오갑 사장은 취임 직후 임직원들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주문했다. 추락한 현대중공업의 위상을 임직원들이 깨닫고 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메시지였다. 업계 등에서는 이번 현대중공업 변화의 이면에는 권오갑 사장의 이런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그림=김용민 기자] |
아울러 이번 실적 발표에는 과거의 부실들을 모두 털어내고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권 사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 이번 실적 산정시 과거와 달리 수주잔량까지 전수조사해 공사손실충당금을 쌓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예상되는 부실까지 모두 실적에 반영하면 실적 수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장에 대해 현대중공업이 가지고 있는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 또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공시를 통해 4분기에는 약 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부실을 모두 털어버린만큼 앞으로는 제대로 된 실적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공시를 통해 4분기에는 약 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부실을 모두 털어버린만큼 앞으로는 제대로 된 실적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