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가 결국 파업에 돌입했다. 20년만에 파업이다. 권오갑 사장이 지난 26일 울산 조선소 정문에서 파업 자제를 호소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7일 오후 1시부터 4시간동안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노사는 지난 26일 52차 임단협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합의안 이외에 추가 임금인상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노조원 3000여명은 이날 오후 12시30분 출정식을 갖고 파업을 진행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월 상견례 이후 올해 임단협 합의 도출을 시도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사측은 지난 5일 기본급 3만7000원(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인상, 격려금 100%(회사 주식으로 지급)+300만원 지급 등을 담은 최종 임금인상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노조는 임금 13만2013원(기본급 대비 6.51%) 인상과 성과금 250% +α, 호봉승급분 5만원 인상,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초 노조는 지난 7일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했지만 여론 등에 밀려 중단했었다. 지난 9월 파업 찬반투표 당시 투표 참여 인원 저조로 정족수가 부족하자 노조는 찬반투표 기간을 무기한 연장했었다. 사측은 이에 대해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노조의 파업은 잠시 유보됐었다.
사측은 이 문제에 대해 법원에 쟁의행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노조는 사측이 투표행위를 방해했다며 권오갑 사장을 비롯한 사측 인사 4명을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하는 등 대립각을 세웠다.
하지만 최근 현대중공업의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임단협 합의안이 부결되면서 노조는 다시 파업을 추진했다. 노조는 "사측이 계열사들에서조차 부결된 임금안을 수용하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사측은 이번 부분파업으로 하루 손실 규모가 1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분기 창사 이래 최대 손실을 입으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에만 3조2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부분파업에 따른 손실은 물론 향후 전면파업으로 갈 경우 회사 정상화는 더욱 어려워진다"며 "노조가 파업을 당장 중단하고 회사 정상화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