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본격적인 '스킨십 경영'에 돌입했다. 새벽부터 회사 정문에서 출근하는 임직원들을 직접 맞았다. 임직원들에게는 본인의 생각이 담긴 글을 전했다.
권 사장은 소탈한 성품으로 '인화와 소통'에 강점을 가진 인물이다. 사원은 물론 건물 용역업체 직원들까지 직접 챙긴다. 이 때문에 권 사장을 따르는 사람이 많다.
현대오일뱅크 사장 시절에는 사장용 에쿠스를 결혼하는 직원의 웨딩카로 사용토록 했다. 2012년 모친상을 당했을 당시 회사 내부에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장례를 치렀던 일화는 유명하다.
권 사장이 자신의 장점을 살려 '스킨십 경영'에 나선 것은 현재 현대중공업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현대중공업은 실적 하락과 노조의 파업 예고 등 난제를 안고 있다. 임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될대로 저하된 상태다.
권 사장은 자신의 생각이 담긴 글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그 글을 직접 출근하는 임직원들의 손에 들려줬다. A4용지 2장 분량에 빼곡히 적은 권 사장의 글 속에는 현대중공업 선장으로서의 고민과 반성, 부탁이 담겨있다.
권 사장의 글 속에는 스스로를 낮춰 상대방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의도가 뭍어있다. 이날은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 첫날이다.
그는 "회사 안팎의 경영상황이 전에 없이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무엇보다 회사가 현중 가족 여러분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이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회사가 가족 여러분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게 되었다면 그것은 회사의 잘못이며,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또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여러분들이 열심히 일해 온만큼 회사는 이익을 내서 최고의 대우, 최고의 직장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최근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여러분들에게 실망을 드렸다. 모두 회사의 책임"이라고 했다.
권 사장은 "세계 1위의 기업이라는 명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일할 맛 나는 회사, 신바람 나는 회사, 내가 믿고 기대고 내 땀과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회사로 여러분께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노조의 파업 수순 돌입을 의식한 듯 통합과 이해를 강조했다. 권 사장은 "저와 여러분이 함께 손을 잡고 진정한 새출발에 나설 수 있도록 큰 마음을 보여달라"며 "모든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오직 현대중공업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권 사장은 "회사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를 달라"면서 "저를 믿고 여러분 마음 속에 있는 진심이 무엇인지 회사와 나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반드시 생각해달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동종업계 어느 회사보다도 여러분이 일한 대가를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제 진심이 여러분에게 전달되었기를 바라며 여러분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권 사장의 이번 글은 여느 CEO들이 보여줬던 것과는 많이 달라 신선했다"며 "임직원들과 노조원들에게 권오갑식 스킨십 경영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