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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 '진심' 통했나

  • 2014.09.30(화) 08:18

파업 찬반투표 기한 '무기한' 연장
권오갑 '스킨십 경영' 약발

'19년 무파업' 전통이 깨질 것처럼 보였던 현대중공업 임단협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노조가 계획했던 파업 일정에 차질이 생긴 것.
 
당초 업계와 노조는 올해 '파업'을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조합원들이 노조 지도부의 파업 독려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권오갑 사장의 '스킨십 경영'이 일정부분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그동안 수차례 임단협 교섭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노사간 주장이 평행선을 그으면서 노조는 파업카드를 빼들었다. '19년 무파업' 전통을 깨고서라도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겠다는 의지였다. 그 첫 수순으로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파업 찬반투표에 전체 조합원의 절반 이상이 참여하지 않은 것. 업계에 따르면 투표 참여인원은 전체 조합원 1만8000여명 가운데 7500여명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당초 계획대로 파업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절반인 9000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절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에 따라 노조는 고육책으로 파업 찬반투표 기한을 '무기한' 연장키로 했다.
 
▲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파업 여부를 묻는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투표 참여율이 저조하자 결국 투표 마감 기한을 무기한 연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찬반투표 기한을 무기한 연장한 것은 사실상 패배를 인정한 셈"이라며 "이번 투표 결과는 조합원들이 파업을 원치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조합원들의 이런 분위기에 당혹해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사실 당황스럽다"면서 "일단 파업의 정당성과 우리가 쟁취해야할 것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리고 파업을 독려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 기한 무기한 연장에 대해 노조가 수세에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고 있지 못한 만큼 노사 양측이 상호 명분을 확보하는 선에서 협상 타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지도부는 현재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조합원들의 외면에 생각보다 큰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 현대중공업 내부의 전언이다. 노조 지도부에게 조합원들의 지지는 생명과도 같다.
 
일각에서는 조합원들의 지지가 저조한 상황에서 지도부가 물밑 접촉을 통해 사측과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합원들이 등을 돌린 이유에 대해 권오갑 사장의 '스킨십 경영'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권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울산 현장으로 직행했다. 이후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가 시작되던 23일부터 매일 회사 정문에서 임직원들을 만났다.
 
권 사장은 출근하는 임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자신의 '진심'을 전했다. 그는 "모든 것은 회사의 잘못이다. 여러분들이 자랑스럽게 회사를 다닐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권 사장은 위기에 빠진 현대중공업에 '구원 투수'로 투입됐다. 그의 당면 과제는 노조의 파업을 저지하고 회사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권 사장이 지난 23일부터 나흘간 그가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의 정문을 지킨 이유다.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지난 23일부터 나흘간 매일 출근길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정문을 지켰다. 업계에서는 권 사장이 특유의 친화력으로 임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자신의 진심을 전한 것이 얼어붙은 근로자들의 마음을 녹이는데 일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처한 사정도 조합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적자인 1조1037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저가 수주 후폭풍과 사활을 걸었던 해양플랜트 부문에서의 대규모 부실이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 노조 지도부가 추진하는 파업까지 벌어진다면 자칫 회사가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장의 분위기는 파업과는 거리가 멀다"며 "하루속히 노사가 화합해 회사를 정상화하자는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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