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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의 비밀]①“압도적 쇼핑 몰입감”

  • 2014.12.12(금) 09:58

미로형 매장 구조..충동구매 유도
“이케아는 하루짜리 관광 코스”

이케아가 잇따른 논란 속에서 18일 한국 1호점(광명점)을 오픈한다. 이케아는 저렴한 가격과 실용적인 디자인을 무기로 글로벌 가구시장을 평정했다. 이케아가 지난해 전 세계 345개 매장에서 올린 매출액은 42조원에 달한다. 한국 전체 가구시장(7조원)의 6배 규모다. 이케아의 글로벌 전략이 한국 시장에서도 먹힐지 관심이 크다. 그동안 이케아의 성공을 이끈 ‘이케아의 비밀’을 들여다본다.[편집자]

 

 

# 중국 인민대학교에 다니는 리 샤오페이(25)씨는 이케아에 가끔 놀러 간다. 직원 눈치 볼 것 없이 친구들과 넓은 쇼룸을 마음껏 돌아다니며 수다를 떨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2~3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소품 코너는 필수 코스다. 애초에 사려고 한 건 아니지만 양초, 시계, 액자 등 아기자기하고 예쁜 물건을 보면 절로 손이 간다.

 

“이케아는 고객을 잡아두기 위해 매장을 미로처럼 디자인했다.”


영국 런던대학 건축환경학과의 앨런 펜 교수는 소비자들이 이케아에 들를 때마다 오랜 시간 매장에 체류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방문객들이 이케아 매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평균 3시간. 그는 방문객들이 이케아의 독특한 매장 구조에 파묻혀 헤어 나오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동선을 따라 쇼핑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계획에 없던 제품이 카트에 실려 있다는 것이다.

▲이케아를 소재로 한 카툰. 부인이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오는 길에 이케아에 들렀다 올 수 있어요?"라고 말하고 있다. 신문에는 '당신이 절대 떠날 수 없도록 디자인한 쇼핑 센터'라고 적혀 있다.


◇쇼핑의 비밀 : 미로


이케아 매장 동선은 ‘미로’처럼 구불구불하게 돼 있다. 고객들이 쇼룸을 걷다가 지겨워질 때쯤 되면 커브가 나타난다. 커브를 돌면 종전과는 다른 인테리어로 꾸며진 쇼룸이 시선을 붙든다.

 

앨런 펜 교수는 “쇼룸의 구조가 지그재그 형태로 복잡해서 방문객들은 다시 뒤로 돌아가 같은 물건을 못 찾을 거라고 생각해 구매 희망 리스트에 제품을 추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케아 매장의 전체 동선은 입구에서 출구까지 길게 한 바퀴 돌도록 되어 있다. 이케아는 이를 두고 '긴 자연의 길'(long natural way)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길을 따라가면서 충분히 쇼핑을 즐기라는 것이다. 앨런 펜 교수는 “고객들이 이케아 매장에서 사는 물건의 60%는 계획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이케아 쇼룸 평면도. (출처: 이케아)


김재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백화점에서 고객들이 매장을 빙 돌아야만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는 등 고객의 동선(動線)은 매출에 영향을 미친다”며 “매장 내에 커브가 많으면 고객의 시선을 더 많이 붙들어 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장 곳곳에 숨겨진 지름길을 찾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이케아가 고객들에게 나눠주는 쇼룸 평면도의 지름길은 그저 한 사례일 뿐이다. 방문객들은 쇼룸을 걷다가 스스로 지름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

 

◇ 쇼핑의 비밀 : 메뉴


이케아 매장에서는 시중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판매한다. 메뉴도 이색적이다. 미트볼·사과 케이크 등 스웨덴 전통 음식들이 많다. 이케아 식당에 들른 고객들은 평소 접하기 힘든 스웨덴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셈이다.

 

▲한국 이케아 매장에서 파는 스웨덴 전통 요리 메뉴 (출처: 이케아 한국 홈페이지)

 

특히 핫도그는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이 부담 없이 먹기 좋다. 취향에 따라 겨자 소스와 케첩, 양파, 오이절임 등을 추가해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대학생 아이하라 타이키(24)씨는 “이케아 핫도그는 싸고 먹을만하다고 입소문이 나 있다”며 “아이쇼핑도 하고 간단하게 요기도 할 수 있어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이나 20대 젊은 층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케아는 ‘공짜 몽당 연필’로도 유명하다. 이케아는 매장 방문객들에게 연필을 무료로 나눠 준다. 고객들이 쇼룸에서 맘에 드는 상품을 보면 일단 적어놓으라는 차원에서다. 연필 크기는 7x87mm로 짜리몽땅하지만 인기는 높다. 연필을 수집하는 애호가가 생길 정도다.

 

 

◈네이밍의 비밀
▲이케아의 어린이 장난감 '둑티그' (출처: 이케아)
스칸디나비아식 제품명 역시 눈에 띈다.
 
이케아는 자체적인 ‘네이밍 시스템’(naming system)이 있다. 침대‧옷장에는 노르웨이 지명, 의자‧책상에는 남자 이름, 직물‧커튼에는 여성 이름을 붙이는 식이다.
 
예를 들어 어린이 장난감은 영리하다는 뜻의 ‘둑티그’(DUCTIG), 인기 책장은 스웨덴의 남성 이름인 ‘빌리’(BILLY) 등을 사용한다.
 
김재휘 교수는 “가구에 이름을 붙여 의인화하면 소비자들이 가구와 친구가 된 것처럼 느끼게 된다”며 “특정 이름에는 잠재적으로 따라 붙는 연상 이미지가 있어 심리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는 스타벅스 등 유명 기업에서도 사용하는 마케팅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케아 제품명의 어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케아 사전’이라는 외국 사이트(http://lar5.com/ikea/index.html)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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