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이케아가 국내 첫 매장을 연 이후부터 끊이지 않았던 '이케아 호갱' 논란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소비자단체에서는 이케아 가구의 가격이 해외에 비해 비싸다는 분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해외와 비교해 가격이 높지만 국내 타 업체와 비교하면 이케아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국내 가구업체들이 가구값을 높게 부르고 있다는 게 주변의 시각이다. 국내 가구업체들이 자구적 노력을 기울여 가격을 낮추고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 중국등 亞국가 `가격 높은편`
최근 소비자 단체 컨슈머리서치의 조사결과 국내에서 판매되는 126개 이케아 제품은 미국·독일·일본보다 15~20% 정도 비쌌다.
이는 지난 3월 한국소비자연맹이 발표한 조사결과와도 다르지 않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이케아 제품 49개의 평균 가격은 시장환율로 계산했을 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1개국 중 두번째로 비쌌다.
각국의 물가와 구매력 수준을 감안한 구매력평가환율(PPP, Purchasing Power Parity) 기준으로 따져도 한국의 순위는 4위로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케아가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에서 소득 수준에 비해 높은 가격에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이케아 관계자는 "각 국가마다 관세나 물류비용 같은 여러 가지 요인들이 가격에 반영돼 나라마다 가격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다른 나라의 판매가격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들은 이케아 가구의 해외에서와의 가격 차이를 향후에도 계속 모니터링해 이케아의 가격 정책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외국브랜드 선호.."비싸도 좋다"
일각에서는 이케아가 아시아 등지에서 비교적 높은 가격에 가구를 팔 수 있는 원인으로 서구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를 지적한다.
명품은 물론 유아용품, 수입식품, 의약품 등 해외 상품들은 국내에만 들어오면 최대 10배까지 가격이 '뻥튀기' 된다. 스페인 중저가 SPA 브랜드인 '자라'(Zara)는 한 사례다. 7000여개 자라 상품의 판매가를 비교한 결과 한국 소비자들은 스페인 소비자들보다 2배 정도 높은 가격에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홍열 동국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한국 소비자들이 서구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보니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가격을 상당히 높게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유럽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매할 때 가격 대비 성능 등 현실적인 면을 상대적으로 중요시하는 반면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보고 물건을 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이케아와 비슷한 수준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경쟁업체 한곳이 성능이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면 다른쪽에서는 가격을 더 낮춰 경쟁력을 높이려 하는 게 일반적이다. 김진교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국내에 이케아에 맞설만한 경쟁업체가 없다보니 이케아 입장에서는 가격을 내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케아의 가격 정책도 국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가구 중 가장 낮은 가격에 제품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케아 카탈로그 일부. (출처: 이케아) |
◇"국내 가구는 더 비싸"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이케아 가구가 해외에 비해서는 고가인데도 국내에선 저렴한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컨슈머리서치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유명 브랜드 가구들은 완성품을 판매하다보니 조립 전 형태의 가구를 판매하는 이케아보다 가격이 비싼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케아의 자체 설문조사에서 드러난다. 광명점 방문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9명(88%)은 이케아 가격이 적절하거나 저렴하게 책정됐다고 답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 20대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이케아 세대'라는 말에서 이케아에 대해 젊은 세대의 긍정적인 인식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케아 세대는 뛰어난 스펙을 갖췄지만 급여가 낮은 젊은 세대를 표현한 말이다. 디자인과 기능은 좋지만 가격은 저렴하다는 뜻에 빗대어 지은 용어다.
◇"국내업체부터 바뀌어야"
오히려 국내 가구업체들이야말로 가구 값을 지나치게 부풀리는 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 모 대기업에서 팔고 있는 수입산 리클라이너 소파의 정가는 120만원대지만 세일해서 60만원 선에 팔고 있다"며 "이런 세일을 일년에 두세번씩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업체에서 밑지고 파는 게 아닌 이상, 그만큼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가구를 반품할 때 업체 사장이 퉁명스럽고 무섭게 대한다고 하소연할 정도로 국내 업체들의 서비스가 열악한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이 이케아에 맞서 원가를 절감하고 디자인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등 자구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교 교수는 "국내 상당수 업체들은 소비자들을 상대로 높은 마진을 남기며 비싼 값에 물건을 팔다가 해외에서 경쟁자가 들어 오면 애국심에 호소해 마케팅을 펼치려 든다"며 "소비자들의 희생을 강요하지 말고 해외업체에 맞서 본질적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