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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수장들 신년사..'위기와 도전' 한목소리

  • 2015.01.02(금) 16:41

현대차·LG, 불확실성 우려..미래준비 강조
총수 공백 지속 SK·CJ..한화와 대비
동부·현대, 엇갈린 분위기..한진 침묵

2015년 을미년을 맞아 재계 총수들이 신년사를 통해 새해를 맞는 각오를 밝혔다. 각 그룹마다 표현은 달랐지만 이를 관통하는 단어는 바로 '불확실성'이었다. 대내외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만큼 재계 총수들의 고민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해법은 역시 하나로 모아졌다. 그룹 총수들은 위기의식을 높이는 동시에 하나같이 새로운 도전을 강조했다. 미래를 위한 준비 역시 철저히 해달라는 당부도 이어졌다. 지난해 구조조정을 실시했던 그룹들의 분위기는 엇갈렸다.

 

◇현대차·LG, 미래준비 강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투자 확대를 통한 미래 경쟁력 제고’를 올해 경영방침으로 제시했다.

 

정 회장은 "최근 세계 경제는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고, 자동차 메이커간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글로벌 선도업체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제품 경쟁력과 고객만족도 향상을 위한 집중적인 노력이 더욱 요구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룹의 미래 경쟁력은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 개발 능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어떻게 육성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며 “R&D 분야의 투자를 크게 확대해 첨단 연구시설을 늘리고, 우수한 연구인력 채용과 산학 협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실행을 강조했다.

 

구 회장은 "올해 사업 환경은 여전히 어려워 보인다"며 "환율과 유가의 불안정한 움직임은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에게 상당한 도전이며, 후발 기업의 거센 추격, 일본과 중국의 동향 등을 보면 수년 내에 큰 어려움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구 회장은 "하지만 LG만의 차별화된 방식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철저한 미래 준비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잡는다면 거대한 파도가 덮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을 선도하려면 치밀한 전략과 운영 계획 그리고 좋은 인재가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아무리 잘 갖추어져도 실행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성과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말을 앞세우기 보다는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필코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굳은 각오로 방법을 찾고 힘을 모아 철저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별도 신년하례식을 개최하지 않은 삼성은 각 계열사별 시무식으로 이를 대체했다.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시무식에서 새로운 도전을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올해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업계간 경쟁도 훨씬 치열해질 것"이라며 "기존 주력사업은 차별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선진시장뿐만 아니라 신흥시장에서도 우위를 이어가자"고 주문했다.

 

권 부회장은 생활가전, 프린팅솔루션, 네트워크 등 육성사업과 B2B사업의 성장을 주문하는 한편 스마트솔루션, 스마트홈 등 사물인터넷 신사업 경쟁력도 확보해달라고 당부했다.

 

◇SK·CJ, 총수 부재 우려..한화와 대조

 

총수 부재가 이어지고 있는 SK와 CJ는 위기의식이 더 높았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신년사에서 "지난해 경영 실적은 정체되거나 악화되는 흐름이었다"며 "그룹 매출 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에너지 화학 분야는 셰일혁명, 유가하락 등 급격한 환경변화로 생존조건 확보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김 의장은 특히 "무엇보다 그룹의 글로벌 성장을 위해 세계적 기업 경영자, 각국 정상들과 교류를 맺어 온 최태원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미래성장 동력원 발굴이 지연되고 있다"며 "우리에게 또 다른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따로 또 같이 3.0을 통한 위기 돌파’라는 올해 경영방침에 맞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혁신을 통한 기업가치 창출’에 전략을 다해야 한다"며 "업의 본질이나 게임의 룰을 바꾸려는 혁신적 노력을 지속해야만 극한 경영환경 하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CJ 역시 마찬가지였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이재현 회장의 부재 장기화에 대한 우려감을 표명한 뒤 “임직원의 주도적인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CJ가 창조적인 사업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창조경제에 기여해 제2의 사업보국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SK나 CJ의 분위기는 한화그룹과 대비됐다. 김승연 회장은 신년사에서 "오랜만에 새해인사를 전한다"며 새로운 도전을 강조했다. 특히 삼성으로 부터 인수할 방산과 화학사업을 세계 일류로 키우자며 임직원을 독려했다.

 

김 회장은 "한화는 다시 뜻 깊은 출발점에 섰다"며 "지난해 새가족으로 맞은 방산, 화학 회사들은 앞으로 그룹의 명운을 건 역사적인 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랜 공백을 의식한 듯 임직원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 회장은 "이제 다시 제가 여러분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겠다"며 "높고 험한 산과 마주쳤을 때에도 제가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인생이라는 산도 바다도 서로 믿고 의지하며 헤쳐 나가야 할 영원한 동반자라는 사실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준기 동부 회장 "참담한 심정"..한진은 아직 침묵

 

지난해 채권금융기관 주도로 선제적 구조조정에 돌입했던 동부그룹과 현대그룹의 신년사 분위기는 차이를 보였다. 최근 동부건설마저 법정관리를 신청한 김준기 동부 회장은 "참담한 심정"이라며 신년사를 시작했다.

 

김준기 회장은 장문의 신년사를 통해 "1년전 비장한 각오로 사전적 구조조정의 결의를 다졌지만 지금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들이 우리 앞에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에 모든 권한을 위임한 것은 정책금융기관 주도의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경영체질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이라며 "동부는 산업은행에 적극 협조했고, 구조조정의 성공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조조정 과정에서 패키지 딜의 실패와 자산 헐값 매각, 억울하고도 가혹한 자율협약, 비금융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추락, 무차별적인 채권 회수 등 온갖 불합리한 상황들을 겪으며 동부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지난 반세기 동안 땀흘려 일군 소중한 성과들이 구조조정 쓰나미에 휩쓸려 초토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 주도하의 사전적 구조조정이 이런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고,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신년사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현정은 회장은 “변화와 위기의 이면에 기회요인을 지렛대 삼아 능동적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 회장은 “지난해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 매각과 조직슬림화 추진 등 고통스럽고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 생존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2015년 한해도 내·외부적으로 많은 변화와 위기가 있겠지만, 능동적으로 활로를 찾는다면 현대그룹이 한층 성장하고 단단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동부, 현대그룹과 함께 선제적 구조조정을 실시했던 한진그룹은 이날 조양호 회장 명의의 신년사를 내지 않았다. 오는 5일 시무식이 예정된 만큼 이날 신년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말 불거진 땅콩회항 여파로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구속수감되고, 차녀인 조현민 전무가 구설에 오르는 등 오너일가에 대한 따가운 여론이 비등한 시점에서 조 회장이 어떤 메세지를 내놓을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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