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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뚜벅뚜벅 걸어가라

  • 2015.01.07(수) 11:08

삼성 직원들이 을미년 새해 삼성과 가장 잘 어울리는 사자성어로 '전화위복(轉禍爲福)'을 꼽았다고 한다. 작년의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위기를 기회로’는 재계 총수들의 신년사에 단골로 등장한다. 그만큼 위기가 상시화 됐다는 걸 말해준다.

 

재계 총수들은 올해도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으로 나름의 원칙과 방법론을 제시했다. 

 

이웅렬 코오롱 회장은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산업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병형상수(兵形象水)’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병형상수는 흐르는 물처럼 주변 형세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해야 전투에서 이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숨가쁘게 변화하는 지금은 준비되지 않은 자에겐 위기이지만 준비된 이에겐 오히려 기회라고 말한다.

 

마하속도로 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정체는 현상유지가 아니라 퇴출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자강불식(自强不息:쉬지 않고 줄곧 힘쓴다)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상운 효성 부회장은 새로 시작하는 사업의 경우 이순신 장군의 ‘선승구전(先勝求戰)’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승구전은 이겨 놓고(이길 수 있는 방도를 마련해 놓고) 싸우는 자세를 말한다. 사업 환경을 면밀히 파악하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등 사전에 이길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도전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은 홀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임직원 주주 고객과 함께가야 멀리갈 수 있다. 고객을 배려하지 않고 독불장군인양 행세하다가는 고립무원에 빠질 수 있다. ‘땅콩회항’으로 창사 이래 가장 큰 어려움에 처한 대한항공은 이런 사실을 잘 보여준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은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하려는 자세가 경영 현장 깊숙이 녹아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맹자에서 유래한 역지사지는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이다. 늘 해오던 일상적인 일, 아무리 자신 있는 일도 고객의 마음으로 한 번 더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원칙을 세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실행이 따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목표를 세웠다면 그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실천의지가 필요하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호랑이처럼 눈을 매섭게 부릅뜨고 황소처럼 매사 신중하게 걸어가라’는 뜻의 사자성어 ‘호시우행(虎視牛行)’ 을 언급하며 “목표를 직시하면서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면 원하는 결과를 이룰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를 인용해 실천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그는 우공이산의 뜻을 ‘두려움 없이 일을 시작하고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산을 옮길 수 있다’고 풀이한다. 그러면서 “실행하기 좋은 날은 바로 오늘, 시작하기 좋은 시간은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병형상수의 지혜와 역지사지의 배려와 자강불식의 뚝심을 갖추고 우공이산의 자세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120년 전(19세기 말) 조선은 지배층의 부패와 외세의 침탈로 누란지위의 위기에 처했다. ‘갑오세(甲午歲) 가보세, 을미(乙未)적 을미적거리다 병신(丙申)이 되면 못가리’ 민초들은 당대의 슬픈 현실을 이렇게 노래했다.

 

갑오년(1894년)에는 제폭구민(除暴救民)을 기치로 농민들이 봉기(동학농민전쟁)에 나섰으며 수세에 몰린 지배층은 수습책으로 갑오개혁을 추진한다. 을미년(1895)에는 일제의 낭인이 명성황후를 시해하는 참담한 일(을미사변)이 벌어졌으며 병신년(1896년)에는 신변에 위협을 느낀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난(아관파천)을 간다.

 

120년이 지난 오늘은 어떤가. 경기 침체는 갑오년(2014년)에 이어 을미년(2015년)에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적폐는 콘크리트처럼 단단해 쓸어버릴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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