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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길 SK이노 사장, 두 토끼 사냥 가능할까

  • 2015.06.08(월) 11:25

2조 부채 감축, 북미 광구투자 목표
업황 어려워 달성 가능할지는 의문

SK이노베이션이 재무구조 개선과 새로운 광구자산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낮고 가치가 떨어진 자산을 처분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지난 달 말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이 “비핵심 자산 매각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힌 후, 넥슬렌 공장 및 페루의 천연가스 수송법인 TgP(Transportadora del Gas de Peru) 지분 매각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일각에선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순차입급을 줄이는 것도 빠듯한데 신규 투자 여력이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 순차입금 8조→6조, 어떻게?

 

SK이노베이션은 연초에 순차입금 규모를 연내 8조원에서 6조원 수준으로 줄이기로 계획을 잡았다.

 

그 일환으로 SK에너지의 포항물류센터 부지를 매각했고, SK 인천석유화학의 유휴부지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5개 업체가 서류를 제출해 검토 중이며 이를 통해 최소 200억원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2000년에 참여했던 페루 TgP의 지분 전량(11.19%)을 2억5100만 달러(2780억원)에 매각했다. 또 한국넥슬렌 유한회사에 공장과 기계장치, 재고 자산을 5972억원에 넘겼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페루 TgP는 적지 않은 이익이 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매각한 것을 보면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 SK이노베이션 재무구조 개선현황(추정치)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의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이 역시 재무구조 개선 차원이다. 상장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은 7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유휴자산 매각과 자회사 상장 등을 통해서 마련할 수 있는 자금(1조7648억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목표했던 2조원을 줄이기 위해선 2352억원 가량 부족하다. 

 

황교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조원 규모의 차입금을 줄이려면 대규모 자산매각이 필요한데 아직까지는 작은 규모의 매각만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 정유업계 시황이 좋지 않고, 국제유가 하락으로 광구 자산가치도 떨어진 상태라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신규 투자 재원은?

 

정철길 사장은 신규투자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삼아 새로운 이익창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재무구조를 단단히 다지면서도 필요한 투자라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재원은 비핵심 자산 매각으로 마련한 돈과 올해 사업을 통해 얻은 이익을 활용할 계획이다. 

 

▲ 지난달 2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순차입금 2조원 감축과 함께 북미광구자산 등 신규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 사장이 계획한대로 투자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서는 올해 차입금 상환 목표치 달성도 어려운 실정이다.

 

정유사들이 1분기에는 정제마진 회복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국제유가의 하향 안정세와 글로벌 경기 둔화, 미국의 셰일 혁명으로 하반기에는 정제마진이 다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업황으로 볼 때 SK이노베이션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E&P사업의 주요자산인 탐사광구는 지속적으로 돈이 들어가는 곳이라 이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11개 국가에서 15개의 탐사광구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적극적인 투자를 하려면 떨어진 신용등급을 끌어올리는 것이 우선”이라며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정리하거나 SK 종합화학 등 추가 상장을 검토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루브리컨츠 외에는 상장 계획이 없고, 탐사광구 매각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재무구조 개선 및 투자계획은 장기적 관점에서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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