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업계 등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장 마감 이후 거래를 통해 현대중공업이 보유중인 현대차 주식 440만주 가운데 316만4550주를 매입했다. 매입 가격은 주당 15만8000원으로 총 4999억9890만원 규모다.
이로써 정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율은 1.44%로 올라가게됐다. 당초 정 부회장은 현대차 주식 6445주만을 보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이번 현대차 주식 매입을 통해 본격적으로 후계 구도 준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현대차 지분을 1% 이상 보유한 특수관계자는 모비스(20.78%), 정몽구 회장(5.17%) 뿐이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인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주식에 대한 지분율이 미미하거나 전무했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이들 핵심 계열사들에 대한 지분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부회장의 이번 현대차 지분매입은 순수하게 안정적 경영과 주주가치 훼손 방지를 위한 차원"이라며 승계와는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 부회장의 이번 현대차 주식 매입은 현대중공업에서 먼저 제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3조20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이래 재무구조 개선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번 현대차 주식 매각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현대차 계열사가 아닌 정 부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지분을 매입한 것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신규 순환출자 금지 규정으로 현대차 추가 지분 취득이 불가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자사주 매입은 증권발행 및 공시에 관한 규정상 대량물량을 일괄인수할 수 없도록 돼있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이 해당 지분을 개인 자격으로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 지분이 우호지분의 성격이 강한 만큼 만일 제3자에게 매각될 경우 현대차의 안정적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또 지분이 시장에서 매각될 경우 주가에 영향을 주게돼 주주 가치가 훼손될 우려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 인수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차, 정 부회장 모두에게 윈-윈"이라며 "가시적으로 현대중공업은 약 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하게됐고 정 부회장과 현대차는 향후 있을 경영권 승계에 대해 사전에 조금씩 준비하는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