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계열사인 현대종합상사를 떼어낸다. 현대종합상사는 향후 정몽혁 회장 체제로 재편된다. 정몽혁 회장은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사촌동생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통해 보유 중인 현대종합상사 및 현대C&F 주식을 각각 현대C&F와 현대종합상사 정몽혁 회장에게 매각하기로 의결했다고 20일 밝혔다.
매각 대상은 현대종합상사 주식 256만2000주(19.37%)와 현대C&F 주식 111만4463주(12.25%)다. 매각 대금은 총 1194억원이며 주식시장 종료 후 시간외 대량 매매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에 따라 현대종합상사의 최대주주는 현대C&F(19.37%)가 되고, 현대C&F는 정몽혁 회장 측이 21.15%(기존 지분 8.90% 포함)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즉 '정몽혁→현대C&F→현대종합상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주식 매각 이후 현대종합상사 39만5900주(2.99%), 현대C&F 92만418주(10.11%)만 보유하게 된다.
현대종합상사는 지난 10월 각 부문별 지속성장을 위해 회사를 분할했다. 무역·자원사업 부문은 현대종합상사가 맡고 브랜드·신사업 부문은 현대C&F가 담당해왔다. 현대중공업은 내년 초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분리 승인을 신청해 상반기 중 계열분리를 마무리 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열분리 추진 이유를 두 가지로 보고 있다. 하나는 자금난에 봉착한 현대중공업의 자금 확보를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또 하나는 정몽준 대주주가 사촌동생인 정몽혁 회장의 재기를 돕기 위한 것으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보고 있다.
정몽혁 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다섯째 동생인 정신영 씨 외아들이다. 정신영 씨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지난 1962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그의 나이는 32세에 불과했다.
이후 큰아버지인 정주영 명예회장을 비롯한 현대가가 정몽혁 회장을 키워왔다. 현대중공업은 현대그룹의 간판이었다가 채권단과의 경영정상화 약정 체결로 계열에서 분리된 현대종합상사를 지난 2009년 인수했다. 당시 현대종합상사 총 주식의 50%+1주를 2500억원에 사들였다.
정몽준 대주주는 현대종합상사를 계열로 편입해 사촌동생인 정몽혁 회장에게 맡겼다. 이때에도 정몽준 대주주의 사촌 동생 챙기기가 화제에 오른 바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미 정몽준 대주주가 이때부터 계열 분리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로써 정몽준 대주주는 현금 확보는 물론 끝까지 사촌 동생을 챙겼다는 명문과 실리를 모두 얻을 수 있게 됐다. 또 정몽혁 회장도 계열 분리를 통해 독자적인 경영 노선을 걸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정몽혁 회장은 1993년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 대표에 올랐으나 경영난을 겪으면서 지난 2002년 물러난 바 있다. 지난 2009년부터는 현대종합상사의 CEO 역할을 해 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종합상사의 계열분리 추진은 그룹의 역량을 핵심사업 위주로 집중해 나가기 위한 것으로, 최대주주 변경 후에도 비즈니스 협력 관계는 변함없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