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시장에서 보다 나은 화질을 위한 경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브라운관에서 평면TV로 패러다임 자체가 바뀐 이후 TV업계는 끊임없이 화질 경쟁을 해왔다. TV의 대형화와 함께 고화질(HD) TV에서 풀HD, 최근에는 UHD TV에 이르기까지 보다 선명한 화면을 만들기 위한 기술은 이어져왔다. 여기서 진일보한 것이 바로 삼성전자가 선보인 퀀텀닷 기술이다. 퀀텀닷 기술의 특장점과 TV시장 전망 등을 정리해본다.[편집자]
퀀텀닷(Quantum Dot). '양자점'이라고도 불리는 이 용어는 쉽게 설명하면 아주 작은(머리카락 굵기의 수만분의 1) 반도체 입자를 뜻한다. 삼성전자의 광고를 빌어 굳이 숫자로 표현하면 퀀텀닷의 크기는 '0.000000001'에 불과하다. 지구의 크기를 1이라고 할 경우 퀀텀닷의 크기는 축구공 하나 정도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퀀텀닷이 주목받는 것은 각 입자 크기나 모양별로 다른 빛을 내는 만큼 다양한 색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선명한 화질을 추구하는 TV업계에서 주목할 수밖에 없다. 퀀텀닷이라는 소재가 발견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하지만 그동안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혀 이를 상품화하지 못했다. 이를 극복하고 삼성전자가 선보인 퀀텀닷 TV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 왜 퀀텀닷인가
퀀텀닷 기술은 입자의 크기에 따라 투과된 색의 빛깔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2나노미터 퀀텀닷이 푸른색을, 6나노미터 퀀텀닷은 붉은색을 구현하는 식이다. 또 보통 형광체에서 나오는 파장인 발광폭이 보통 60~80나노미터인 것에 반해 퀀텀닷은 20나노미터 수준이다. 발광폭이 넓을수록 인접한 색상과 섞여 색의 순도가 떨어진다. 퀀텀닷은 발광폭이 3분의 1수준으로 좁은 만큼 순도높은 색상 표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 (자료 : 삼성전자) |
그동안 LED를 광원으로 쓰는 일반 TV가 표현하는 색상은 대략 1600만개 정도였다. 하지만 삼성전자 SUHD TV는 같은 LED 광원에 퀀텀닷 기술을 적용해 약 10억개의 색상을 구현한다. 약 64배 차이가 난다. 그만큼 더 정확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기존 디스플레이 패널의 주력인 LCD 제조공정에도 적용하기 쉽다는 점과 함께 다양한 크기, 특히 대형화면을 만드는데도 용이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시간이 지나도 화질이 변하지 않는 내구성도 퀀텀닷의 강점이다.
삼성 SUHD TV는 이같은 퀀텀닷 기술을 기반으로 HDR(High Dynamic Range) 기술을 적용해 더 생생한 화면을 구현해냈다. HDR은 원래 사진에서 출발한 기술로, 이미지의 어두운 부분부터 가장 밝은 부분까지 명암비를 극대화해 디테일한 표현이 가능하다. 밝은 화면에서도 그 차이에 따른 미묘함을 구현해주고, 어두운 부분 역시 깊이를 단계별로 보여준다.
'HDR1000'으로 불리는 이 기술이 적용된 SUHD TV는 기존 LCD 디스플레이에 비해 밝기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기존 LCD 디스플레이의 밝기는 350 니트(nit, 1평방미터 공간에 촛불 1개가 켜진 밝기)에서 최대 500니트 정도였지만 'HDR1000' 기술이 탑재된 SUHD TV는 최대 1000니트까지 밝아졌다.
SUHD TV는 이처럼 기존 LCD에 비해 더 선명하고, 더 밝은 화면이 가능해지면서 영상 제작 전문가들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다. 실제 SUHD TV는 폭스 등 헐리우드 영화 제작사들이 최종 영상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레퍼런스 모니터로 채택됐다. UHD 화질 기준을 만들고 있는 UHD얼라이언스는 UHD 프리미엄 화질 밝기 기준을 콘텐츠와 기기 모두 1000니트로 정하고 있다.
◇ 삼성 '퀀텀닷'이 주목받는 이유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동안 TV업계에서는 퀀텀닷 기술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했다. 지난 2012년 전후 일본 소니가 가장 먼저 퀀텀닷 TV를 선보였지만 이내 계획을 접었다.
이유는 바로 '카드뮴' 때문이었다. 카드뮴을 사용해야 퀀텀닷 고유의 장점을 살릴 수 있었지만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유해물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독성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제품을 만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퀀텀닷 기술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카드뮴을 사용하지 않으며 고유의 특성을 살리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약 5년여간 이른바 '카드뮴 프리(Free)'를 위해 연구에 돌입한 삼성전자는 자체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관련 특허도 150여건 이상 확보했다.
▲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 3월 2세대 퀀텀닷 TV 출시 행사에 참석한 모습. |
"제품이 된다고 해도 규정을 떠나 우리 제품에 환경에 저해가 되는 제품을 넣지 말자. 소비자들에게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이 된다고 해도 가면 안된다" 최근 열린 국제 퀀텀닷 컨퍼런스에서 장혁 삼성전자 부사장은 당시 회사차원의 결정이 중요했다며 이같이 회고하기도 했다.
장 부사장은 "'카드뮴 프리'로 다시 시작해보자고 결정한 후 2010년부터 연구를 다시 시작했다"며 "이론적으로 카드뮴이 안들어가면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삼성전자는 멀티쉘 등의 방법을 통해 성능을 따라잡으면서도 환경적인 물질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정화를 위해 결정구조안에 들어간 물질이 핵심 역할을 했는데 이는 밝힐 수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자체 기술을 확보한 만큼 삼성의 퀀텀닷 기술은 경쟁사에 비해 앞선 상태다. 장 부사장은 내부에서 보수적으로 봤을때 1년6개월, 외부에서 봤을때는 2년 가량 앞선 것으로 평가했다. 일부 업체들이 카드뮴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을 내놨지만 질적인 차이가 현격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OLED(유기발광 다이오드) TV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 이와관련 삼성전자 TV사업을 맡고 있는 김현석 사장은 지난 5월 "OLED TV 생산을 중단하게 했던 품질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비용문제도 진보가 없었다"며 "반면 LCD 분야에서는 빠른 발전이 있었고 퀀텀닷 기술이 OLED를 포함해 현재 존재하는 모든 기술들을 앞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갖춘 퀀텀닷 기술이 적용된 SUHD TV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