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에너지 산업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탈(脫)원전 시대가 도래 했고, 석탄발전소 입지도 줄어든다. 친환경·신재생에너지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변화에 발맞추려는 에너지 업계도 분주하다. 이제는 원전 해체시장에서 살길을 모색해야 하는 기존 원전 업계와 화색이 도는 친환경 에너지 업계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탈(脫) 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원전과 석탄화력 발전을 줄이고 천연가스 발전설비 가동률을 늘려가겠다.”(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내 에너지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값싼 발전 단가로 효율성을 우선시했던 것에서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중심축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21일 정부와 원전업계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관련 주요 정책 중 하나로 ‘원자력 제로’가 꼽힌다. 이는 ▲원전중심 발전 정책 폐기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노후 원전 수명 연장 금지 및 월성1호기 폐쇄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원전 위험부담 피해를 겪는 지역주민을 위한 전기요금 차등제 ▲원자력 안전위원회 대통령직속위원회 승격 등을 골자로 한다.
석탄화력 발전도 축소한다. 임기 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을 위해 봄철 일부 석탄화력 발전기 가동을 일시적으로 멈춘다. 가동 후 30년이 지난 노후석탄 발전기 10기는 조기 폐쇄한다. 석탄화력 발전소 신규 건설을 전면 중단하고, 공정률 10% 미만 발전소는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원자력 및 석탄화력 발전의 빈자리는 친환경·신재생에너지가 대신한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로 높이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친환경 에너지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원자력이나 석탄 발전을 위한 연료에는 세금을 높이고, LNG를 비롯한 친환경에너지는 발전 연료 세금 감세 및 지원금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원전 사고에 대한 위험비용은 원자력 전기 원가에 반영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이 같은 에너지 정책 추진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미 지난달 15일 미세먼지 대책으로 30년 이상 운영된 노후 석탄화력 발전소 8기를 일시 중단했다.
또 지난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기념행사'에선 석탄화력 발전소 신규건설 전면 중단과 노후 발전소 10기 임기 내 폐쇄를 선언했다. 원전 관련해선 현재 준비 단계에 있는 신규 발전소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설계 수명도 연장하지 않을 계획임을 밝혔다.
후보자 시절 공사 중단을 공약했던 신고리 5·6호기는 “안전성과 함께 공정률과 투입 및 보상비용, 전력설비 예비율 등을 고려해 빠른 시일 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입장으로 한 발 물러섰다는 분석이다.
다만 새로운 에너지 정책이 확립되려면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이미 야3당(자유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은 탈원전 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늘릴 경우 발전비용은 약 11조원 증가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원자력(67.9원/KWh, 2016년 기준)과 석탄(73.9원/KWh)에 비해 가스(99.4원/KWh)와 신재생에너지(186.7원/KWh) 발전원가가 더 비싼 까닭이다.
이렇게 되면 물가는 0.46~1.16% 증가하고, 국내총생산(GDP)은 0.70~0.93%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가 실물경기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