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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년생 금성사 전자레인지, LG전자로 귀환

  • 2017.08.24(목) 15:21

서울 은평구민, 83년 구입한 전자레인지 기증
"초기 전자레인지 시절 혁신성 상징하는 제품"

"전자레인지 가격이 대폭 싸졌읍니다"

1982년 1월1일 금성사(現 LG)가 주요 일간지에 낸 광고 문구다. 주력 상품인 전자레인지 'ER-5000'의 가격이 29만원에서 20만3600원으로 낮아졌다. 특정 제품에 한해 소비세를 더 내게 하는 '특별소비세법'이 완화되면서 전자레인지에 적용되는 소비세가 40%에서 4%로 대폭 낮아졌기 때문이다.

 


80년대 초 주요 대기업 견습공 월급은 20만원 대. 전자레인지 가격이 싸졌다고는 하지만 근로자들의 한 달 월급에 맞먹는 수준이었다.

이런 이유로 국내 전자레인지 보급률은 높지 않았다. 1981년 기준으로 보급률은 0.01%에 그쳤다. 1만 개 집 중 한 집 꼴로 전자레인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말이다.

 

국내 시장 규모가 작지만 당시 금성사를 비롯한 우리나라 주요 가전제조업체들은 전자레인지 제조에 주력했다.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와 일본에서는 전자레인지 보급률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35%, 캐나다는 12.5%, 일본은 3%의 보급률을 기록했다.

실제로 전자레인지는 해외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수출이라면 주로 미주지역에 전자레인지를 팔던 금성사와 삼성전자가 1981년 해외에서 발생시킨 매출은 모두 1만1762억달러. 당시 가정용 전자제품 전체 수출 매출액인 2억6969만달러 중 43.7%에 달한다.

국산 전자레인지가 주로 해외에서 소비되다보니 국내에서는 '고급이미지'가 덧붙여졌다. '비싸지만 하나 즈음은 갖고 싶은 상품'이 되면서 국내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1983년 전자레인지 수요는 전년보다 4배 이상 늘어난 4만2000대 수준으로 집계됐다.

해외와 국내에서 모두 전자레인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업체간 경쟁도 심화됐다. 국내의 경우 1983년 3월 대한전선이 대우그룹에 인수되기 전까지 주로 금성사와 삼성, 대한전선 3파전 양상을 보였다. 특히 금성사와 삼성의 경우 미국과 영국 등지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데 경쟁이 붙기도 했다.

 

이때 금성사가 차별화를 위해 내놓은 제품이 바로 '복합 오븐 전자레인지'(1983)다. 기존 전자레인지와는 달리 시간, 온도, 세기 등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빵을 굽거나 생선을 굽는 등 여러 용도로 사용이 가능한 제품이었다.


이 복합 오븐 전자레인지가 2017년 LG전자를 찾아왔다. 출시된지 34년만이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박연서(60)씨가 34년 동안 사용해온 이 전자레인지를 LG전자 창원공장에 기증한 것이다. 

 

▲ 서울 은평구 박연서 (60)씨가 1983년 구입한 '복합 오븐 전자레인지(사진)'를 LG전자 창원공장에 기증했다.


LG전자는 박 씨에게 감사의 의미로 최신형 LG 디오스 광파오븐을 전달했다. 다양한 요리 기능을 탑재한 LG디오스 광파오븐은 복합 오븐 전자레인지를 모태로 개발된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복합 오븐 전자레인지는 전자레인지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던 초창기 시절 혁신적인 면을 대표하는 제품으로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창원R&D센터에 별도 공간을 마련해 이 제품을 전시해 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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