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소재 연지동 사옥을 되찾기로 한 현대엘리베이터가 5년만에 공모 회사채 시장에 컴백했다. 현대상선의 계열분리 이후 자금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수월해진 점을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에 위치한 현대그룹 '연지동 사옥'. |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6일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오는 18일 3년만기 회사채 1000억원어치를 발행키로 결정했다. 발행규모와 금리는 8일 실시하는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종 확정된다. 이사회는 회사채 투자자가 몰릴 경우 발행금액을 1500억원까지 증액키로 했다.
회사채로 조달한 자금은 연지동 사옥 매입자금으로 쓰인다.
연지동 사옥은 현대엘리베이터를 비롯해 현대아산, 현대유엔아이, 현대경제연구원 등 현대그룹 계열사와 현대상선이 입주한 건물이다.
그룹 통합사옥의 필요성을 느낀 현정은 회장의 지시로 현대엘리베이터가 2008년 1890억원에 매입했으나 현대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2012년 코람코자산운용에 2260억원을 받고 팔았다.
현대엘레베이터는 매각 후 5년이 흐른 올해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연지동 사옥을 2500억원에 되사기로 결정했다. 매입자금은 회사채로 조달한 돈과 자체자금 등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회사채 발행은 5년만의 회사채 시장 복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2년 10월 회사채 500억원 발행을 끝으로 공모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뚝 끊겼다.
해운업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현대상선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면서 동반부실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현대상선이 그룹에서 떨어져나가면서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였다. 2014년 투기등급인 BB+까지 떨어졌던 신용등급도 최근에는 A-로 올랐다.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155%까지 떨어졌던 부채비율(연결기준)은 다시 상승할 전망이다.
하지만 신용평가사들은 재무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일시적으로 대규모 자금지출이 이뤄지더라도 4000억원의 현금성자산과 연지동 사옥 임대수익 등을 고려하면 회사채 상환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사옥매입과 중국 공장의 신규투자로 단기적으로 차입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나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점진적인 차입금 감축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올해 6월말 현재 현대엘리베이터의 총차입금은 2490억원으로 현금성 자산을 감안하면 사실상 무차입 상태를 보이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연지동 사옥 매입 후 연간 150억원의 임대료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