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정보기술(IT) 서비스 계열사인 현대무벡스가 코스닥 문을 두드리면서 그룹 노른자위로 부상할지 주목받고 있다. 그간 분주하게 진행되어 온 그룹 계열사 재편 작업이 더욱 속도를 낼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무벡스의 상장은 예견된 일이다. 현대그룹은 최근 수년간 그룹 구조조정으로 현대증권과 현대상선 등 핵심 계열사가 이탈하면서 그룹 규모가 쪼그라들자 현대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나섰고 현대무벡스가 작지 않은 역할을 담당해왔기 때문이다.
현대무벡스라는 상호가 등장한 것은 2년 전이다. 그룹에서 사실상 유일한 캐시카우 계열사로 남은 현대엘리베이터는 약 280억원을 들여 현대유엔아이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현대유엔아이는 이 자금으로 현대무벡스를 세웠다.
이후 현대엘리베이터는 물류 부문을 현대무벡스로 넘겼고 현대유엔아이는 1년 뒤 자체 사업 능력을 갖춘 현대무벡스를 흡수합병했다. 지금의 현대무벡스의 모태는 현대유엔아이인 셈이지만 합병 과정에서 기존 사명 대신 현대무벡스를 선택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현대유엔아이가 기존에 영위하던 IT 부문에 지난해 물류 부문이 더해지면서 사업 규모도 불어났다. 작년 연결기준 매출은 1765억원으로 합병 전 777억원에서 2배 이상 확대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9억원으로 40여억원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체질도 바뀌었다. 흡수 합병을 통해 매출 규모가 늘어난 반면 현대상선이 계열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내부 매출 비중이 줄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작년 그룹 내부 매출 규모는 전체의 10%가량이다.
현재 단일 최대주주는 지분 43.52%를 갖고 있는 현정은 회장이다.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이 각각 30.51%, 18.95%를 갖고 있다. 현 회장의 세 자녀인 정지이 정영이 정영선 씨도 각각 5.49% 0.19% 0.25%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무벡스는 현 회장을 정점으로 현대글로벌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무벡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상 말단에 위치하고 있지만 현 회장의 세 자녀 중 두 자매가 몸을 담고 있어 일찍이 시장의 관심을 모아왔다.
현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씨는 현대무벡스 기획 부문 전무로 근무하면서 2011년부터 현재까지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차녀인 정영이 씨도 정 전무와 같은 부문에서 차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현대무벡스가 상장을 통해 기업 가치 증대에 성공할 경우 정 전무의 경영 능력이 입증되는 것은 물론 정 전무의 지분 가치도 높아져 지분 스왑 등을 통해 그룹 내 계열사 지분 추가 취득도 상정해 볼 수 있게 된다.
정 전무는 무벡스 외 현대글로벌(7.89%) 현대엘리(0.28%) 현대아산(0.51%) 등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번 상장은 전량 신주발행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지배구조 상 의미있는 변화가 관찰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무벡스가 발행하는 신주는 총 383만3333주다. 유입자금은 사업다각화에 투입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이 공동으로 상장을 주선하고 상장 절차는 올해 말까지 마무리지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