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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인사]①수없는 담금질…LG의 특별한 경영수업

  • 2017.11.30(목) 17:39

구광모 상무, 승진서 빠져…"성과 들고오라" 특명
우대받는 전문경영인…하현회 사장, 부회장 승진

"고생을 모르는 사람은 칼날 없는 칼이나 다름없다." (故 구인회 회장 어록中)

LG그룹은 오너 일가에게 자만심을 허락하지 않았다. 고(故) 구인회 창업주의 철학은 그의 증손자 때에도 적용됐다.

 

▲ 구광모 ㈜LG 상무가 승진명단에서 빠졌다. 그는 LG전자가 신설하는 B2B사업본부에서 사업책임자 역할을 맡는다.


LG그룹 오너 일가이자 경영권 승계 1순위인 구광모(39) ㈜LG 상무가 30일 임원승진 명단에서 이름이 빠졌다.

"대장간에서는 하찮은 호미 한자루를 만드는데도 수없는 담금질로 단련을 한다"며 인내와 현장교육을 강조한 창업주의 철학에 비춰보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인사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LG그룹 안팎에선 구 상무가 전무로 승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심심찮게 나왔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39세,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이 32세에 각각 전무를 달았던 다른 그룹의 사례를 볼 때 전무로 승진시키더라도 어색하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LG그룹의 선택은 달랐다. 직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성과를 들고오라는 특명을 내렸다. LG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구 상무에게 LG전자가 신설하는 B2B사업본부 근무를 맡겼다.

구 상무는 공항·쇼핑몰·스포츠경기장 등 대형건물에 들어가는 디지털전광판(사이니지) 사업을 맡는다. 고객사의 요구를 듣고 내부에 전달하며 영업을 뛰는 일을 직접 챙겨야한다. 얼마전까지 권순황 부사장이 맡던 역할이다. 권 부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해 구 상무의 멘토 역할을 담당한다.

LG그룹에선 이 같은 경영수업이 특별한 게 아니다.

 

구 상무의 할아버지인 구자경 명예회장은 1950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중 아버지에게 불려와 회사일을 맡았고 그 뒤 몇년간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숙직을 하는 고된 일상을 견뎠다. 구본무 회장 역시 1975년 입사해 20년만에 회장을 달았다. 구 회장의 나이 50세 때다.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한 구 상무는 딱 절반만큼 온 셈이다.

LG그룹 관계자는 "빠른 승진보다는 충분한 경영 훈련 과정을 거치는 LG의 인사원칙과 전통에 따라 현장에서 사업책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전문경영인은 중용했다. 현재 LG그룹에는 권영수(LG유플러스)·박진수(LG화학)·조성진(LG전자)·차석용(LG생활건강)·한상범(LG디스플레이) 등 전문경영인 출신의 부회장 5명이 있는데, ㈜LG의 하현회 사장이 승진해 이번에 부회장 대열에 합류했다.

하 부회장은 2015년부터 ㈜LG 대표를 맡아 미래사업 육성, 경영관리 시스템 개선, 연구개발 강화 등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전자 HE사업본부장에 있을 땐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레드TV를 세계 최초로 출시, LG전자의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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