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지난해 제대로 일을 냈다. 영업이익 2조5000억원으로 8년만에 최대 성과를 낸 것. 스마트폰 사업은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한채 헤맸지만 TV와 생활가전이 선전한 데 기인한다.
LG전자는 8일 잠정 영업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매출은 61조4024억원, 영업이익은 2조468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10.9%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84.5% 급증했다. 이 같은 실적은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가 추정치(매출 60조6989억원, 영업이익 2조5763억원)와 근접한 것이다. 영업이익률은 4.0%를 기록했다.
특히 LG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은 건 휴대폰을 연간 1억대 이상 팔며 승승장구하던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LG전자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가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담당한 것에 힘입어 역대 최대인 2조680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번에는 2015년 하반기 이후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MC사업본부를 대신해 TV를 주력으로 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와 에어컨·냉장고·세탁기 등을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 앤 에어솔루션(H&A)사업본부가 쌍끌이 실적호조를 이뤘다.
HE사업본부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가격 하락과 고부가 제품인 OLED TV, 울트라HD TV 등의 출하확대로 영업이익이 1조6000억원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MC사업본부가 실적효자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HE사업본부가 LG전자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떠받치는 기둥이 된 셈이다.
H&A사업본부는 1조5000억원대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크온 매직스페이스 냉장고, 트윈워시 세탁기 등 프리미엄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퓨리케어 공기청정기, 트롬 건조기,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등 신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MC사업본부는 7000억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도 1조2000억원이 넘는 손실에 비하면 개선된 실적이지만 적자 탈출에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MC사업본부가 지난해 목표대로 흑자를 냈다면 LG전자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이라는 신기록을 세웠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만 떼어놓고 보면 LG전자의 매출은 16조9697억원, 영업이익은 3668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영업이익 5161억원에 비해 이익규모는 줄었으나 에어컨 등을 담당하는 H&A 사업본부가 계절적 비수기 영향을 받았음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양호한 성적을 기록했다는 평가다. 4분기 영업이익률은 2.2%로 직전분기 3.4%보다 감소했다.
한편 증권가는 올해 LG전자가 65조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3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