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올린 뒤 숨고르기를 하던 정유업계에서 현대오일뱅크가 지난해 1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며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국내 정유 4사 가운데 매출액은 꼴찌였지만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1위 자리를 꿰찼다.
1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2017년 영업실적을 공개한 SK이노베이션·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은 총 7조9590억원이다. 매출액은 114조4125억원으로 전년대비 22.4% 늘었음에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0.1% 증가하는데 그쳤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매출규모 자체는 커졌으나 정제마진과 환율 하락 등의 영향이 정유업계 수익성에 영향을 줬다. SK이노베이션이 3조234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위를 달렸고 그 뒤를 GS칼텍스(2조16억원), S-OIL(1조4625억원), 현대오일뱅크(1조2605억원)가 이었다.
눈길을 끄는 건 4위인 현대오일뱅크의 약진이다.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것은 물론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7.7%로 정유 4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정유업계는 현대오일뱅크의 비결을 고도화 비율에서 찾는다. 값싼 중질유(벙커C유)를 분해해 휘발유와 경유 등을 생산하는 고도화비율이 현대오일뱅크는 39.1%로 20% 안팎인 다른 정유사보다 월등히 높다.
특히 비정유부문의 선전이 돋보였다. 비정유부문의 영업이익은 412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49.2% 급증했다. 영업이익률은 17.4%에 이른다. 비정유부문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8.5%에서 지난해는 32.7%로 치솟았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회사인 현대케미칼이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합성섬유나 플라스틱의 원료로 사용하는 혼합 자일렌 생산업체인 현대케미칼은 지난해 26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비정유부문 강화는 다른 정유사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이다.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변동에 따라 실적이 크게 갈리는 정유업만으로는 지속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석유화학 등 비정유부문을 육성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해 화학·윤활유·석유개발사업에서만 영업이익 2조705억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비정유부분의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었다. 화학사업의 영업이익이 1조3772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윤활유사업은 5049억원으로 역대 두번째로 많은 영업이익을 냈다.
정유사업의 영업이익이 1조5021억원으로 전년대비 1235억원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비정유부문의 선전이 아니었으면 SK이노베이션의 전체 실적이 뒷걸음질했을 가능성이 있다.
GS칼텍스와 S-OIL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6.5%, 9.5% 줄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8월 발생한 여수공장 화재, S-OIL은 환율하락 영향이 컸다.
특히 GS칼텍스는 석유화학부문 실적이 둔화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최근 GS칼텍스는 전남 여수 약 43만㎡ 부지에 화학제품의 기초원료인 올레핀 생산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비정유부문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S-OIL은 전반적인 실적감소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등 비정유부문이 3년 연속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