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GM) 노사가 28일 오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재개했지만 양측 입장만 다시 확인한 채 돌아섰다. 노조는 군산공장 회생을 중심으로한 고용 보장 대책을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군산공장 폐쇄안은 다루지 않고 임금 동결, 승진 유보 등의 교섭안을 내놓고 있다.
노사간 입장차가 큰 상황에서 미국 제네럴모터스(GM) 본사는 한국 정부의 지원과는 벌도로, 자회사 한국GM이 임단협을 통해 비용절감 안을 가져와야 신차 배정을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 한국GM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8일 서울 광화문에서 '공장폐쇄 규탄 및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한국GM "인건비 축소" vs 노조 "원인 규명부터"
한국GM은 28일 오전 부평공장에서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위한 노사간 3차 교섭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노사는 지난 7일 상견례, 이튿날 2차 본교섭을 가졌지만 13일 사측이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한 뒤 노조가 교섭을 거부하며 협상이 진전되지 않았다.
한국GM 사측은 임금 동결, 성과급 지급 불가, 승진 유보 등을 담은 임단협 교섭안을 내놨다. 또 명절 복지포인트 지급 삭제, 통근버스 운행 노선 및 이용료 조정, 학자금 지급 제한(최대 2자녀), 중식 유상 제공 등 복리후생을 축소하는 내용도 담았다.
사측은 성과급 감축으로 연 1600억원, 비급여성 복지후생 비용 절감으로 연 1500억원 등 총 3000억여원의 인건비를 줄일 수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군산공장 폐쇄 발표와 이어 촉발된 인천 부평, 경남 창원 철수 우려 등 고용 불안이 먼저 해소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이날 본교섭에서 군산공장 폐쇄 관련 사측 입장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군산공장 조합원에게 불가능한 희망을 주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는 또 경영부실의 배경에 대해 사측을 추궁하며 본사 파견 외국인 임직원(ISP)의 임금 및 복지 내역을 공개할 것과 한국GM이 본사에 신차 연구개발 비용을 지불하면서 신차를 생산하지 못하게 된 경위 등을 밝히라며 사측을 압박했다.
이번 교섭과 맞물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전직원 대상으로 이메일로 발송한 'CEO 메시지'를 통해 ▲전무급 이상 임원 30% 감축 ▲모든 ISP 임원 45% 감축 ▲모든 직급의 ISP 50% 감축 ▲상무급 임원 및 피플리더(팀장급) 20% 감축 등을 실시할 것을 밝혔다. 또 팀장급 이상 간부 직원 약 500명에게는 올해 임금 동결을 통보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실사 뒤에야 임단협·정부지원 윤곽 잡힐듯
GM본사는 한국GM에 꾸어준 돈 약 2조9000억원을 출자전환할 때 2대주주인 산업은행도 5000억원 이상을 추가 출자해 지분율(17%)을 유지하면서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지원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GM 측과의 면담에서 한국GM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한 3대 원칙으로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주주·채권자·노조의 고통 분담 ▲장기적으로 생존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요구했다. GM은 이를 '합리적(reasonable)'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른 시일내에 경영정상화 방안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선(先) 실사 후(後) 지원'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실사를 통해 먼저 한국GM 경영 부실에 대해 제기되는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GM은 재무실사에 합의했고, 실사는 제3자인 삼일회계법인(PwC)에 맡기기로 했다.
한국GM 노조의 상위단체인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이날 한국GM 실사에 금속노조 추천 전문가가 참여토록 해야한다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요구서안을 청와대에 제출한다. 또 강력한 세무조사와 회계감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서안에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국GM 노조는 교섭 후 단체로 서울로 이동, 오후 2시부터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공장폐쇄 규탄 및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청와대 사랑채 앞까지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