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한라 회장이 작년초부터 직접 경영을 챙겨온 만도 중국 사업 수익성이 반토막 난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정 회장이 2020년까지 국내 사업규모 수준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한 게 중국 사업이다.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는 작년 급격한 실적 악화를 겪었다. 통상임금 관련 판결로 일시적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총수 정 회장이 등기이사진에 직접 이름을 올리며 손수 챙긴 중국 사업의 경영난도 만도 부진에 한몫을 보탠 셈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만도 자회사인 만도차이나홀딩스는 작년 매출이 1조6432억원, 순이익은 656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재작년 1조7635억원보다 6.8% 감소했고, 순이익은 1462억원에서 무려 55.1% 급감한 성적이다.
특히 순이익은 만도차이나홀딩스가 설립된 2012년(836억원) 이후 가장 적은 것이다. 매출 대비 순이익 비율도 3.99%로 설립 이듬해인 2013년이후 쭉 유지했던 8~9%대에서 반토막 났다. 매출은 2014년 1조2748억원을 기록한 뒤 전년대비 2015년 12.1%, 2016년 23.4%의 성장률을 보였지만 2017년엔 꺾였다.
만도차이나홀딩스는 만도의 중국사업을 총괄하는 만도의 100% 자회사다. 지주사 한라홀딩스의 손자회사로 국내에 설립돼 있지만 중국 쑤저우(蘇州), 베이징(北京), 하얼빈(哈爾濱), 톈진(天津), 닝보(寧波), 선양(深陽), 충칭(重慶) 등지에 8개 생산법인을 보유한 중간지주사다.
정 회장은 작년 3월 만도차이나홀딩스의 사내이사진에 본인 이름을 올렸다. 작년 11월 5년만에 만도 대표이사에 복귀한 시점보다 8개월 가량 일찍 중국사업부터 챙긴 것이다. 공교롭게도 만도차이나홀딩스는 총수가 중국사업 책임경영에 나선 시기에 급격하게 실적이 악화된 것이다.
만도는 지난 2015년 글로벌 경영전략회의에서 만도차이나홀딩스 매출을 2020년까지 연간 3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전체적으로 만도를 매출 9조원, 영업이익률 7%를 넘기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회사로 만든다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2020년까지 3년을 남긴 시점에서 목표 대비 중국사업 외형 달성률은 작년 기준 54.8%게 그친다. 이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재투자도 쉽지 않다.
이처럼 중국사업이 부진한 이유는 만도의 가장 큰 납품회사인 베이징(北京)현대, 둥펑웨다(東風悅達)기아 등 현대차와 기아차 현지 합자법인이 판매가 저조한 탓이다. 만도는 현대기아차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경영실적도 '천수답'식이라는 분석이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만도 매출의 54%가 현대차그룹에서 나오기 때문에 중국 사업 역시 회장이 직접 나선다고 해도 현대기아차가 얼마나 팔리느냐에 갈릴 수밖에 없다"며 "이런 수익구조서 벗어나려면 상하이(上海)GM 등 외국계 합자사나 지리(吉利), 창안(長安) 등 중국 토종기업으로 매출처를 다변화해야 하지만 아직 성과는 변변치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