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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알아서 감속하고 옆차로 피하기도…자율주행 '성큼'

  • 2018.05.17(목) 15:10

첫 공개한 현대모비스 서산주행시험장 가보니…
25개 센서 단 '엠빌리' 자율주행 테스트 한창

[서산=윤도진 기자] 사거리 교차로. 빨간색 정지 신호등이 직진 좌회전 푸른 등으로 바뀌자 '엠빌리(M.Billy)'는 스르륵 부드럽게 좌회전을 했다. 이어 우측 합류 차로에서 한 차량이 주행차로 앞으로 끼어들자 속도를 줄였다. 이어 만난 원형교차로에서는 잠시 정차 후 회전차량이 지나가는 것을 확인한 후 교차로에 들어갔다가 빠져 나왔다. 이 상황들이 모두 실험 연구원이 운전석에 앉은 채 아무 것도 조작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다.

 

▲ 현대모비스 서산주행시험장 내 구현된 가상도시에서 자율주행시험차량 엠빌리가 신호등 신호를 받아 스스로 좌회전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모비스)

 

지난 16일 충남 서산 현대모비스 서산주행시험장 내 첨단시험로에서 현대모비스 자율주행 시험차 엠빌리에 직접 올라탔다. 엠빌리는 운전자 없이도 주행이 가능한 자율주행 '레벨 3~4' 구현을 목표로 한 시험차 이름이다. 안팎에는 온갖 실험 장비가 가득차 있었다. 레이더와 카메라 등 8개 종류, 총 25개의 센서가 장책돼 차량 주변 360도를 감지할 수 있다는 게 모비스 관계자 설명이다.

 

◇ 가상도시 속 스스로 '달리고, 멈추고, 피하고'

 

현대모비스는 시가지처럼 꾸민 가상도시 첨단시험로에서 엠빌리 실차 평가를 매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자체 지능형교통시스템(ITS) 환경을 구축해 실제 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 만 가지 돌발상황에 엠빌리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또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판단해 차를 제어하는지를 확인하고 보완하는 작업이다.

 

신호를 받자 자동으로 핸들이 왼쪽으로 돌아가면서 가속이 이뤄졌는데 이는 'V2X(Vehicle to Everything)' 통신 기술을 이용한 것이란 설명이다. 센서가 신호를 보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전자적 신호체계를 이용해 판단이 이뤄진 과정이었다.

 

▲ 서산주행시험장 내 첨단시험로에서 모비스 연구원이 기아차 'K5'로 제작한 엠빌리 시험차량을 운전하며 레이더 센서가 측정한 값과 실제 사물의 위치 값을 실시간으로 대조, 분석하고 있다. (사진: 현대모비스)

 

주행 차로에 정차한 차량이 발견되자 엠빌리는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로를 변경해 옆으로 돌아 나가기도 했다. 이곳에서 설정된 주행 속도는 시속 40km. 사람이 운전할 때처럼 속도를 내지는 못했지만 차선 변경이나 신호등 인식, 회전 구간이 많은 도심 주행로를 꽤 안정적으로 달렸다.

 

다만 한 팀이 시험주행을 할 때는 오작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설정된 대로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지 못하고 안전지대로 진입해 실측 연구원이 제동을 걸어야 하는 돌발상황이 발생한 것.

 

현대모비스에서 자율주행차 개발을 맡고 있는 이원오 책임연구원은 "아직 개발 중인 상황이다보니 오류가 가끔 나타나기도 한다"며 "요 며칠 새 처음 발생한 것"이라며 멋쩍어 했다. 이날 오작동은 차내 캔(CAN) 통신과 GPS(위성항법장치) 오류였다는 설명이다. 이날 비가 오락가락한 데다 구름이 워낙 많이 낀 날씨도 자율주행에 악조건이었지만 이 역시 극복해야할 숙제다.

 

이 연구원은 "현재 엠빌리에는 독자 개발한 전방 레이더가 장착돼 있다"며 "카메라와 라이더 등 다른 센서도 순차적으로 독자 개발해 실차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지능형 전조등..마주오는 차 배려도 '저절로'

 

서산주행시험장에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터널 시험로도 있었다. 폭 30m, 길이 250m 규모의 반원통형 구조물이다. 안에 들어가니 마치 컴컴한 동굴에 들어온 듯했다.

 

이 곳에서 실험하는 것은 모비스가 개발하는 자동차 전조등의 성능. 전조등이 보통 때와 상향등을 켰을 때 얼마나 밝게 비출 수 있는 지나 주행로 옆, 이를 테면 도보를 걷는 행인들은 조명 상황에 따라 얼마나 잘 보이는 지를 살피는 실험장이다.

 

▲ 길이 250m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현대모비스 터널시험로에서 시험차량이 얼마나 멀리 있는 장애물까지 식별가능한지 테스트 해보고 있다. (사진: 현대모비스)

 

터널 안쪽에서는 지능형 헤드램프(IFS) 연구 개발도 진행하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시골길 상향등을 켠 채 주행 하다가 마주오는 차량이 보이면 상대방 운전자의 눈부심을 차단하기 위해 대상 차량 부위만 하향등으로 바꿔주는 지능형 하이빔 시스템이다.

 

이 시험장을 담당하는 이수봉 책임연구원은 "마주오는 차량이 있다고 상향등을 내리면 주위까지 갑자기 컴컴해져 사고 위험이 커진다"며 "하지만 이 시스템은 상향등은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마주오는 차에만 눈부심이 없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구슬모양의 여러 LED(발광다이오드) 램프가 상대 차량의 움직임을 추적해 피아노 건반이 움직이듯 켜졌다 꺼졌다하면서 선별적으로 빔 패턴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벤츠, 아우디 정도만 개발해 고급차에 적용한고 있는데 내년께에는 현대기아차 양산차에도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 신형 싼타페 시험차량이 세라믹 타일에 물을 뿌려 빙판길을 재연한 '저마찰로'를 주행하며 제동성능을 평가하고 있다. (사진: 현대모비스)

 

주행시험장 내에는 '캣츠아이(Cat's Eye)로', '엘크(Elk) 테스트장' 등 특이한 이름을 가진 시험장도 있어 관심을 끌었다. 캣츠아이로 경우 고양이 눈처럼 동그란 형태의 주행로에 올록볼록한 구조물을 설치해 네 바퀴에 전해지는 마찰 계수가 다를 때도 정상적으로 주행이 가능한지를 보는 시험장이었다.

 

엘크 테스트장은 도로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고라니 같은 장애물이 생겼을 때 이를 시속 60~70km 주행상태서 피할 수 있는지, 또 이런 운전상황에서 차가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는지를 확인하는 곳. 장지현 현대모비스 샤시시험개발팀 책임연구원은 "해외에서는 엘크 테스트를 몇 km 속도에 통과하느냐가 소비자들의 신차 구매 정보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 여의도 절반..세계 부품업체 시험장 중 최고 수준

 

서산주행시험장은 서산 간척지에 현대모비스가 약 3000억원을 투자해 설치한 곳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해 지난 2016년 말 준공, 지난해 상반기부터 본격 가동하고 있다. 총 면적은 112만m(약 34만평)로 여의도의 절반 크기에 달한다.

 

국내 최대 규모인 현대차 남양 주행시험장보다는 작지만,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의 시험장 중 최고 수준의 규모와 시설을 자랑한다.  특히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등 미래차 핵심 부품의 성능과 품질을 종합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은 남양보다 앞선다는 귀띔이다. 총 14개의 시험로와 4개의 시험동을 갖췄다.

 

▲ 서산주행시험장 전경. (사진: 현대모비스)

 

자율주행을 테스트하는 첨단시험로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생긴 시설이다. 국토교통부가 올 연말을 목표로 경기도 화성에 구축 중인 자율주행 테스트 베드 '케이시티(K-City)'보다 1년 6개월 앞섰다.

 

이우식 현대모비스 ICT(정보통신기술)시험개발실장은 "시험개발은 부품의 신뢰성을 보장하고, 설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과정"이라며 "서산시험주행장에서 각각의 단위 부품에 대한 시험 평가를 강화하고 이를 시스템 단위로 확장해 최적의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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