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렉트릭이 갑작스러운 경영진 교체를 단행했다. 지난해 4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분사한 지 1년여만이다. 작년 4분기 이후 급격하게 영업실적이 꺾인 것이 인사 배경이다.
▲ 정명림 현대일렉트릭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 |
현대중공업그룹은 정명림 현대중공업모스 대표를 현대일렉트릭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정 신임 대표는 1959년생(60세)로 아주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현대일렉트릭 전신인 현대중공업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 시절부터 이 곳에 몸담아온 30여년 베테랑이다.
고압차단기 및 변압기의 설계와 생산을 두루 경험한 이 분야 전문가다.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업무 책임감도 깊으며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2016년 5월 현대중공업 안전경영부문장을 맡았고, 그 뒤 작년 11월 정기인사 때부터는 설비관리 및 운영 계열사인 현대중공업모스 대표이사로 있었다. 하지만 7개월여만에 다시 자리를 옮겨 실적 부진 늪에 빠진 현대일렉트릭을 맡게 됐다.
현대일렉트릭은 작년 4분기 1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겨우 흑자를 냈지만, 올 1분기엔 308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분사 직전인 작년 1분기의 경우 434억원(현대중공업 전기전자사업부 실적 소급) 영업이익을 냈지만 분사 이후 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작년 전체 영업이익은 1058억원으로 2016년보다 606억원, 36% 줄었다.
전력·배전기기 등을 주로 생산하는 현대일렉트릭은 올 1분기 중동지역 투자 및 발주 위축으로 최근 변압기 등 주력상품 매출이 크게 줄었다. 여기에 고정비 부담과 고수익제품 판매부진, 환율하락과 원자재가 상승, 임금 및 단체협약 추가비용 등이 겹친 것이 올 1분기 적자 배경이 됐다.
▲ 현대일렉트릭 분기별 실적(연결재무제표 기준, 자료: 현대중공업그룹) |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현대일렉트릭은 분사 이후 도약을 위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새로운 경영진을 중심으로 조직혁신은 물론, 품질 최우선 확보, 영업력 강화, 스마트팩토리 건설 등 회사 경쟁력 확보에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전기전자사업부 시절이던 2014년 10월부터 본부장을 맡은 뒤 4년 넘게 현대일렉트릭 경영을 이끈 주영걸 대표이사는 이번 인사에서 자리를 내줬다. 주 대표는 작년 11월 인사에서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지만 역시 7개월만에 자문역으로 물러나게 됐다.
한편 정명림 대표가 비운 현대중공업모스 후임에는 민경태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며 대표로 내정됐다. 민 신임 대표는 1964년생으로 한국해양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해 주로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 외업분야에서 근무한 현장 전문가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인사와 함께 최근 공장(야드) 가동중단을 선언한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 조직을 일부 통폐합하고, 임원 수도 3분의 1을 줄이는 인사를 단행했다. 현대중공업은 3년7개월째 해양플랜트 수주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마지막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나스르(NASR) 원유생산설비를 출항시키고 나면 8월부터는 일감이 없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와 함께 매각을 앞두고 있는 하이투자증권에서 양동빈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