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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오해만 더 남긴 금호 박삼구의 '강변'

  • 2018.07.04(수) 19:33

"기자분들 무거운 마음으로 뵙게 돼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진작 했어야 했는데 늦어졌다. 7월1일 세브란스병원 칭다오(靑島)병원 착공행사가 있었는데 연세대 총동문회장이고 재단 이사여서 참석했다 어제(3일) 돌아왔다. 기자회견을 늦게 하게돼 죄송하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4일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사옥에서 기내식 혼선 사태 관련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이 벌어진 지 나흘만인 4일 오후 사과 입장을 밝혔다. 긴급 기자간담회를 연 박 회장은 내내 붉게 상기된 표정에 힘없는 목소리였다.

 

그는 입장발표와 질의 응답하는 1시간여 동안 줄잡아 백여 차례 '사과', '죄송하다'라는 말을 입에 올렸다. 협력업체 대표 유족, 승객, 직원, 국민들을 두루 대상으로 언급했다. 적어도 겉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으로서 사과에 나선 진정성은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오해가 있다면 제가 책임을 지겠다"는 말이 사실상 전부였다. 이번 사태의 배경이 된 기내식 공급업체 교체와 금호홀딩스(현재 금호고속)에 160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가 연관된 것 아니냐는 부분에 대해서다. 사실 이게 아니라면 회장이 직접 나설 이유도 적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말까지 15년간 '엘에스지(LSG)스카이셰프'라는 업체를 통해 기내식을 공급해왔다. 그런데 이 업체와 계약을 마친 뒤 금호홀딩스에 1600억원을 투자한 중국 하이난항공그룹(HNA) 계열 기내식 업체 '게이트 고메 스위스'와 합작하는 방식으로 기내식 업체를 교체하려던 중이었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4일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사옥에서 기내식 혼선 사태 관련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그는 두 사안을 연결짓는 시각에 대해 "많은 오해가 있는 부분"이라고 비교적 힘을 줘 말했다. LSG와는 IMF 직후인 2003년 어려운 경영상황에서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했던 것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HNA와 6대 4 합작 투자라는 훨씬 좋은 조건으로 계약한 것이어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박 회장은 "LSG에는 아시아나항공 지분이 20%뿐이어서 경영참여도 할 수 없고, 원가 공제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다른 업체를 물색했던 것"이라며 "지분율도 40%로 높일 수 있어 경영참여도 가능하고 원가 공제, 케이터링 질 등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해 이를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0%의 지분도 아시아나가 무상으로 받는 조건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런 기내식 사업 합작과 하이난항공그룹의 금호홀딩스 투자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강변하기만 했다. 그는 "하이난항공이 그룹의 전략적 파트너로 투자한 것은 케이터링과 무관하다"며 "항공, 개발, 관광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상당히 큰 회사여서 사업적 파트너로서 투자를 유치한 것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설명은 그게 전부였다. 1600억원 규모를 무이자 조건으로 투자받은 것과 기내식 사업 합작이 사실상 '패키지' 형태로 이뤄졌음에도 두 사안이 동떨어진 것이라고 납득할만한 설명은 더이상 없었다. 박 회장은 주주들이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에도 "오해가 있다면 제가 책임을 지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시간 여건 탓에 투자 조건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가 부족했던 것도 아쉬웠지만, 이 사안에 대해 오해를 풀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놓고도 충분히 해명하지 못한 박 회장의 대응에는 더욱 큰 아쉬움이 남았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등 경영진이 4일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사옥에서 기내식 혼선 사태 관련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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