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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아시아나 기내식 대란…박삼구의 그림자

  • 2018.07.03(화) 14:55

국제선 '결식'·협력업체 대표 사망까지
"기내식 사업권 금호홀딩스 자금조달에 이용"

기내식 공급 문제로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운항이 지연되는 사태가 이어지며 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기내식을 싣지 못한채 출발하는 '노 밀(No meal)' 항공편이 속출한 게 문제가 아닙니다. 기내식 납품 협력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요? 사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이들은 이런 사달이 날 걸 예상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여기엔 조금 복잡한 문제가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말까지 '엘에스지(LSG)스카이셰프'라는 업체를 통해 기내식을 공급해왔습니다. 이 기내식 업체는 2003년 독일 루프트한자 그룹이 80%를 투자하고 나머지 20%를 아시아나항공이 투자한 합자회사였습니다.

  

아시아나는 그 전까지 기내식 사업부를 자체 운영해왔는데 이를 LSG에 양도하고 5년 단위로 공급계약을 연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아시아나는 올해 6월말을 끝으로 LSG와의 계약관계를 마치고, 지난 1일 0시부터 기내식 공급업체를 LSG에서 소규모 업체 '샤프도앤코'로 바꿨습니다.

    

사실 샤프도앤코는 원래 아시아나항공이 주공급업체로 삼으려던 기내식업체가 아니었습니다. 샤프도앤코는 하루 3000인분 정도의 기내식을 공급한 업체였는데 아시아나항공에 필요한 하루 기내식은 2만5000인~3만인분이었죠.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하이난항공그룹 계열사인 유럽계 기내식업체 '게이트 고메 스위스'와 6대 4의 지분 투자로 지난 2016년 '게이트 고메 코리아(GGK)'라는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그리곤 30년짜리 기내식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래 이달 7일부터는 이 회사를 통해 기내식을 공급하려 했던 겁니다.

    

일이 확 꼬인 건 GGK가 인천 영종도에 건설하던 기내식 공장 현장에서 지난 3월 화재가 발생하면서 입니다. 당장 넉달 뒤부터 기내식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게 된 겁니다. 아시아나는 임시방편으로 샤프도앤코를 끌어들였습니다. 하지만 애초 이 업체 공급능력이 부족했던 상황이다보니 혼선이 벌어진 겁니다.

 

여기까지가 지금껏 겉으로 드러난 상황입니다. 그런데 아시아나와 계약이 끊긴 LSG 측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 사달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재건하려던 박삼구 회장의 강한 의지가 뒷배경에 자리잡고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LSG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제기한 주장과 법조계의 말을 종합하면, LSG는 2016년께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계약 연장을 대가로 금호홀딩스에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요구받았습니다. 기내식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26%선이라고 하니 꽤 솔깃한 제안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LSG는 '배임' 우려를 들어 이를 거부했고 결국 계약 연장은 무산됐습니다.

    

 

공교롭다고 해야 할까요? 그 직후 금호홀딩스에는 아시아나항공이 '대타'로 세우려던 GGK에 합자 투자를 한 하이난항공그룹이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습니다.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무이자 조건으로 인수한 겁니다.

  

당시는 박삼구 회장이 채권단 지배 아래 있는 금호타이어를 재인수하기 위해 금호홀딩스에 자금을 끌어모으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아시아나 기내식 영업권을 주고 금호타이어 인수자금을 확보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 측은 "금호타이어 인수와 별개로 운영자금을 확보하고 사업적 제휴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죠.

 

나중에 결국 금호아시아나의 금호타이어 재인수는 무산됐지만, 박삼구 회장은 그 전 금호산업 인수 때부터 시중으로부터 자금력에 대한 의구심을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형편도 기내식 영업권을 쉽게 내줄 상황이 아닙니다. 자금 사정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올해 안에 닥칠 2조원 규모의 차입금 만기에 대비해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사옥, 다른 회사(CJ대한통운 등) 주식 등을 닥치는 대로 팔아치웠고, 미래 매출(홍콩지역 수입금)까지 담보로 잡고 유동성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지금도 영구채 발행을 추진중입니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기내식 사태가 사흘째를 맞은 3일, 집단소송을 주로 다루는 법무법인 한누리는 "희대의 기내식 대란을 초래한 아시아나항공 경영진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입장을 내놨습니다. 소액주주를 모아 금호아시아나 경영진을 상대로 법정다툼에 나서겠다는 것입니다.

 

한누리 측은 "하이난그룹으로 하여금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BW 1600억원 어치를 무이자로 인수토록 하기 위해 아시아나 항공의 기내식 사업권을 이용한 것은 업무상 배임이자 전형적인 회사사업기회유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합니다.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이 회사 이익이 아닌 제3자에 해당하는 금호홀딩스 이익을 위해 기내식 공급업체를 신설업체로 바꾼 것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는 점, 적법한 이사회 결의조차 없이 기내식 사업권을 금호홀딩스의 자금조달을 위해 이용한 점 등을 소송 이유로 듭니다.

      

  고객 여러분께 드리는 글

 

  이번 기내식 공급업체 변경 과정에서 기내식 서비스에 차질이 생겨 고객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 드립니다.

 

  글로벌 케이터링 업체인 ‘게이트 고메’와 신규 서비스를 준비해 오던 중, 새로 건설 중이던 이 회사의 기내식 공장이 완공을 앞두고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후 회사는 불가항력적인 재난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쳤고 대체 업체를 통해 당사에 필요한 적정 기내식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행 첫 날 생산된 기내식을 포장하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혼선이 발생하였고, 그 결과 일부 편은 지연되고 일부 편은 기내식 없이 운항하게 돼 고객 여러분께 큰 불편을 끼쳐드리게 되었습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회사의 인력과 자원을 집중 투입하여 시행 초기의 오류를 현저히 줄여나가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정상적인 기내식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불편을 겪은 고객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 드리며, 저를 비롯한 아시아나항공 전 임직원은 하루 속히 기내식 서비스가 안정화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2018. 7. 3.

  아시아나항공 ㈜

  대표이사 사장 김수천

 

이날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기내식 공급 혼선에 대해 "생산된 기내식을 포장하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혼선이 발생했다. 불편을 겪은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는 요지의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도 공항에서, 또 기내에서 불만 가득한 승객들에게 며칠째 사과 또 사과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들도 배를 곯아가면서 말입니다. 기내식 공급 압박을 받던 협력업체 사장은 그 책임을 이기지 못하고 가장 비극적인 방식을 택했습니다.

 

돈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화이트 칼라 범죄'라고 불리는 경제 범죄를 더욱 엄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이번 사태에서도 근본적으로 이런 상황을 만든 사람은 따로 있어보입니다. 사과뿐만 아니라 도의적·법적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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