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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라던 박삼구의 거짓, 2년만에 들통나다

  • 2020.08.27(목) 12:18

공정위, 금호아시아나 숨긴 '부속거래' 확인
"기내식 30년 내주고 금호고속 1600억 유치"

"오해가 있다면 제가 책임을 지겠다."

"하이난항공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략적 파트너로 투자한 것은 케이터링과 무관하다. 항공, 개발, 관광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상당히 큰 회사여서 사업적 파트너로서 투자를 유치한 것뿐이다."

2018년 7월4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다급하게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 없이 여객기를 띄운 '기내식 대란'이 벌어진 것에 그룹 회장으로서 사과하는 동시에, 이 사달의 원인인 기내식 업체 교체가  당시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금호고속에 16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과 '패키지(일괄거래)' 아니냐는 의혹을 해명하는 자리였다. [현장에서]오해만 더 남긴 금호 박삼구의 '강변'

그날 박 회장은 시종일관 '오해'라고 했다. 기내식 교체와 그룹의 투자유치를 연결짓는 시각을 "많은 오해가 있는 부분"이라며 한사코 부인했다. 하지만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수준의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결국 2년 만에 낱낱이 드러났다.

2018년 7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자장이 서울 신문로 당시 금호사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금호아시아나 계열사들이 동일인(당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그룹 재건 과정에서 계열사 인수자금 확보에 곤란을 겪던 금호고속을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을 이용해 지원하는 등의 부당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하고 과징금 총 320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아울러 이런 위법을 지시한 박삼구 당시 회장과 이를 설계하고 주도한 박홍석 당시 전략경영실장(전 아시아나세이버 대표이사)과 윤병철 전략기획실 관리담당 임원(현 아시아나세이버 감사)및, 법인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계열사 인수를 통한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박삼구 회장 중심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금호고속을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지원했다.

특히 이런 계열사 부당지원은 2015년부터 그룹 전략경영실(금호산업 지주사업부 소속) 차원에서 설계됐다. 그룹 수뇌부가 금호고속 자금 조달에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 실행했던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부당지원 구조/자료=공정위 제공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6년 12월 중국 하이난(海南)항공그룹(HNA)으로부터 0% 금리, 만기 최장 20년이라는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1600억원 규모의 금호고속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는 투자를 받았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이 새 HNA 소속 기내식 공급업체(게이트 고메 스위스)에 30년의 독점 공급권을 부여하는 것이 매개가 됐다는 게 공정위 조사로 확인된 것이다.

2년 전 기자회견에서 박 회장은 기내식 교체에 대해 "지분율도 40%로 높일 수 있어 경영참여도 가능하고 원가 공제, 케이터링 질 등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해 이를 택한 것이다", "40%의 지분도 아시아나가 무상으로 받는 조건이었다"고 했다. 기내식 교체가 아시아나항공에 유리한 조건으로 이뤄진 것이지, 금호고속 BW 투자의 대가가 아니라는 항변이었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에서 금호아시아나와 HNA는 '부속 계약, 부속 합의(Side Agreement, Side letter)' 등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기내식과 BW의 일괄 거래를 진행한 것이 밝혀졌다. 양측은 협상 과정에서도 배임 등 '법률 리스크'를 이유로 본 계약에서는 이를 감췄다. 숨겨진 부속 계약에는 'BW 계약의 불성립·해지시 기내식 계약도 해지된다'는 결부조건이 담겼다.

2018년 기내식 대란 당시 제시된 금호고속 BW-아시아나항공 기내식 패키지딜 구조

그룹 전략기획실과 함께 이를 기획한 것은 싱가포르 투자자문업체 홍릉그룹의 국내법인 스프링파트너스였는데, 홍릉그룹의 전 총수가 박 회장과 친분관계였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공정위는 "금호아시아나가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거래와 연관된 제3자를 매개로 금호고속을 우회 지원한 사실을 은닉하려 했지만 다각적 조사 기법을 통해 실체에 접근·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룹 전략기획실은 그 뒤에도 금호고속의 자금 사정이 급박해지자, 금호아시아나 9개 계열사들로 하여금 금호고속에 저리로 자금을 대여토록 지시했다. 총 45회에 걸쳐 1306억원이 담보없이 낮은 금리(1.5~4.5%)로 지원됐다.

공정위는 "금호고속에 약 169억원의 금리 차익이라는 부당한 이익이 발생했고, 특수관계인 지분율에 해당하는 최소 77억원의 이익과 2억5000만원의 결산 배당금 등이 총수 일가에게 직접 귀속됐다"며 "또 총수 지배력이 유지·강화되고 2세(박세창 현 아시아나세이버스 대표이사)로의 경영권 승계 토대도 이를 통해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사건에서 공정위는 해외 참고인 조사, 디지털 포렌식 분석 등 다각적 노력을 통해 핵심 증거를 확보해 사안의 실체를 밝혀냈다"며 "그룹 재건과 경영권 회복 목적으로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고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계열사가 자체 능력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 지배력을 확장한 사례를 시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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