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2년 연속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이 정점을 지나면서 지난해 4분기에는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43조7700억원, 영업이익 58조89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였던 2017년에 비해 매출은 1.8%, 영업이익은 9.8% 각각 증가했다.
지난 8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잠정 영업실적과 큰 차이가 없는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24.1%를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1.8%포인트, 반도체 호황의 초입 무렵이던 2016년에 견주면 9.7%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1등 공신은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4분의 3을 책임진 반도체였다. 지난해 118조57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46조5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51.7%에 달했다.
사물인터넷·빅데이터·인공지능 등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으로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특히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애플·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데이터센터(IDC) 투자에 나서면서 세계 최대 메모리 회사인 삼성전자의 주머니가 두둑해졌다.
IT·모바일(IM)부문은 10조1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17년 실적(11조8300억원)보다 부진했고 갤럭시 노트7 발화사건이 일어난 2016년 수준(10조8100억원)에도 못미쳤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중국 업체들의 추격으로 경쟁이 심해진 게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디스플레이도 2017년 5조4000억원에서 지난해는 2조6200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의 공급과잉과 경쟁심화 영향을 받았다. 같은 기간 소비자가전은 초대형·QLED TV 등 고부가 제품의 판매가 늘며 영업이익이 1조8000억원에서 2조200억원으로 증가했다.
3분기 정점으로 확연해진 둔화 흐름
올해 1분기도 하락세…하반기 회복예상
연간으로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지만 4분기만 따로 보면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반도체의 실적둔화가 확연해졌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전체 매출은 59조2700억원, 영업이익은 1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영업이익은 2017년 1분기(7조5900억원)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영업이익률은 18.2%로 연간 영업이익률을 밑돌았다.
반도체 영업이익이 7조7700억원으로 줄어든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폰 관련 주요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으로 메모리 수요가 감소했고, 스마트폰 등 주요 제품의 계절적 비수기로 이미지 센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 비메모리 분야의 실적도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도 반도체의 실적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상저하고' 형태로 하반기에는 회복세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고용량 메모리를 원하는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1분기 3조7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스마트폰사업은 매분기 이익규모가 쪼그라들어 지난해 4분기에는 1조5100억원으로 떨어졌다. 갤럭시 노트7 발화사건이 일어난 2016년 3분기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삼성전자는 "시장 성장 둔화에 따라 스마트폰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매출이 하락한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내달 20일 출시하는 '갤럭시 S10'이 실적 반등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선 화면을 접을 수 있는 폴드블폰 등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영업이익은 970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요가 꾸준했지만 LCD 제품과 경쟁이 심해지면서 3분기(1조1000억원)에 비해 이익이 줄었다. 대형 디스플레이 분야도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증설로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실적이 좋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올해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은 하반기부터 플렉시블 OLED 수요가 회복되지만, 업계의 생산능력이 늘어나는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은 불확실성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비자가전 영업이익은 3분기 5600억원에서 4분기에는 6800억원으로 늘었다. 연말 성수기 효과가 작용했다. 특히 QLED TV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3배 가량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29조4000억원의 시설투자를 집행했다. 파운드리의 10나노 공장 증설이 완료됐고 OLED도 증설투자가 마무리되면서 2017년 투자액(43조4000억원)보다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