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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캐시카우 3인방 '어이쿠'…사라진 5조

  • 2019.08.09(금) 09:10

[어닝 19·2Q]4대그룹 리그테이블③
SK 6개사 영업이익 1.5조…77% 급감
반도체·정유화학·통신 동반부진

"환경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생산과 투자를 조정할 계획이다."

지난달 25일 오전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실적발표 보도자료에서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메모리 가격이 폭락했던 2008년 이후 11년만에 나온 공식적인 감산 선언이다. 인위적으로 생산량을 줄여 가격을 끌어올려야할 만큼 지금의 메모리 시장이 심각하다는 걸 의미한다.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차지하던 SK하이닉스가 흔들린 여파는 컸다.

비즈니스워치가 9일 집계한 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SK텔레콤 등 SK 주요 계열사 6개사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조5641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에 비해 77.1% 급감했다. 금액으로는 약 5조2700억원 줄었다.

상반기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가량 감소한 3조7594억원에 그쳤다. 반도체 호황으로 더할 나위 없는 호시절을 보낸 지난해와 비교하면 드라마틱한 변화다.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6376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5조5739억원)의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 들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시작되기 전인 2016년 2분기(4529억원) 이후 3년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표다. 매출액도 6조4522억원으로 38% 줄었다.

수요부진에 따른 가격하락이 발목을 잡았다.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판매가격은 2분기에 각각 24%, 25% 떨어졌다. 특히 전체 매출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D램이 심각했다. SK하이닉스는 "서버용 D램 수요가 여전히 부진하고 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 모바일 D램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D램 생산능력을 올해 4분기부터 줄인다. 구체적으로는 이천 M10 공장의 D램 설비 일부를 이미지센서 양산용으로 전환하고,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인 이천 M16 D램 공장의 장비반입 시기를 뒤로 미루기로 했다.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량도 15% 이상 줄일 방침이다.

SK그룹 실적부진은 SK하이닉스 한곳에서 끝나지 않았다.

SK그룹 6개사중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의 영업이익 비중이 확대됐으나 이는 두 회사가 잘해서가 아니라 SK하이닉스의 실적 감소폭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고, SK텔레콤 역시 뒷걸음질했다.

반도체·정유화학·통신으로 대변되는 SK그룹의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경쟁심화라는 파도를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역마진에 가까운 정제마진, 역내 화학제품 공급 증가, 글로벌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2분기 영업이익이 4976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유가급등으로 85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것에 견주면 40% 넘게 줄어든 수치다.

주식시장의 눈높이(예상 영업이익 3557억원)가 워낙 낮았던 탓에 2분기 실적을 '서프라이즈'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재고관련이익 2000억원 등 일회성이익이 실적에 상당부분 녹아있는 점을 감안하면 만족할 만한 성적표로 보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무디스는 전날 SK이노베이션과 100%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이익이 둔화되는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 등 차세대 성장동력에 대한 대규모 투자, 배당금 등이 재무부담을 키울 것이라는 분석에 근거한 것이다.

SK텔레콤은 32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에 비해 6.9% 줄었다. 그나마 커머스와 미디어, 보안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를 둔 덕에 연결실적 둔화폭이 덜했다. SK텔레콤 자체 실적(별도기준)만 보면 영업이익은 275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감소폭이 25.3% 달한다. 요금인하로 수익성이 나빠진 가운데 5세대 이동통신 경쟁이 불붙으며 마케팅비 부담이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렌탈이라는 신성장동력을 탑재한 SK네트웍스는 훨훨 날았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이 144.3%에 달했다. 하지만 이익규모 자체가 몇백억원 수준에 불과해 SK그룹 전체 실적을 좌우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SK네트웍스는 52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배터리 핵심소재인 동박 제조사 'KCFT'를 인수하고, 화학사업을 분할해 쿠웨이트 석유공사와 합작사를 설립키로 하는 등 활발하게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SKC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483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9.0% 줄어든 수치다. 화학부문의 영업이익이 줄어든 가운데 반도체 소재사업도 부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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