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14일 오전 10시경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장례는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빈소와 발인 등 구체적 일정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채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뤄진다.
구 명예회장은 그룹 창업주 구인회의 장남이며 구광모 현 LG그룹 회장의 조부다. 슬하에 장남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비롯해 구훤미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LG그룹 고문, 구미정씨, 구본식 LT그룹 회장 등 4남 2녀를 두었다. 부인 고 하정임 여사는 지난 2008년 타계했다.
구 명예회장은 1950년 교편을 놓고 그룹 모기업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 입사를 시작으로 45년간 그룹에 몸을 담았다. 이 가운데 생산현장에서 20년을 누비며 현장경험을 몸으로 습득했다. 부친의 타계로 1970년 그룹 회장직에 취임해 1995년까지 자리를 지켰다.
구 명예회장은 재임 시절 당시 국내에서 생소한 '고객 중심 경영'을 표방했다. 1990년 2월 '고객가치 경영'을 기업활동의 핵심으로 삼아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 '인간존중의 경영'을 선포하며 본격적으로 고객을 중심에 둔 고집스런 경영 외길을 걷고자 했다. '사람을 존중하자'는 그룹 창업정신 인화(人和)에 뿌리를 둔 경영이념이다.
구 명예회장은 고객 존중이란 이상을 현실에 끌어오도록 행동에도 힘썼다. 사내 문서 결재란에 '고객결제' 칸을 회장 결재 칸 위에 만들고, 회의실마다 '고객의 자리'를 마련하며 그룹에 고객 존중 문화를 뿌리내리는 방도를 모색했다.
구 명예회장은 70세이던 1995년 스스로 회장의 자리에서 물러나 임종을 맞을 때까지 자연인으로서 소탈한 삶을 보냈다. 동시에 평소 지론이던 '강토소국 기술대국(疆土小國 技術大國)' 정신에 입각해 인재 양성을 위한 공익활동에 헌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