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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딩 입어도 춥네"…혹한기에 얼어붙은 패션업계

  • 2024.12.06(금) 16:19

마진율·단가 높은 겨울옷 판매 시즌
경기 침체 장기화…소비 위축 여전
재고 쌓일라…온오프 행사 총동원

/그래픽=비즈워치

패션업계가 혹독한 겨울나기에 돌입했다. 본격적인 성수기가 시작됐지만 내수 시장에서의 더딘 소비 회복과 고물가에 따른 가계소비 여력 감소가 발목을 잡고 있다. 짙어진 불황의 그림자로 패션업체들이 분위기 반전을 꾀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불황에 장사 없다

패션업계는 올해 들어 어려운 업황을 지속해왔다. 패션기업 맏형격인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4.2% 줄었다. 같은 기간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한섬은 각각 23.6%, 38.2% 감소했다. 코오롱FnC의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71.9% 급감했다. 30.7% 증가한 LF 정도만 호실적을 냈다.

패션업계가 4분기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통상 4분기는 패션업계가 매출과 이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최대 성수기다. 단가가 높은 가을·겨울 옷을 판매하는 시즌이라서다. 이 중에서도 패딩 등의 겨울 의류는 다른 의류보다 짧은 기간 안에 매출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 10~30%로 높은 평균 마진율도 수익성 창출에 큰 도움이 된다. 4분기 장사만 잘 되면 부진했던 한 해 실적을 모두 회복할 수 있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그래픽=비즈워치

다만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업황 부진 우려는 여전하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필수 소비, 고정지출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불요불급한 품목에서부터 지갑을 닫기 때문이다. 특히 의류는 상대적으로 내구성이 있어 당장 필요하지 않으면 씀씀이를 줄이는 경향이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비자들이 옷을 사더라도 패션업계의 주력 유통 채널인 백화점이 아닌 SPA(제조·유통·판매 일괄형) 매장에서 구매하는 등 가성비를 따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옷을 구매하기 꺼려진다는 이유에서다.

마지막 기회

꽁꽁 얼어붙은 내수 시장 속 의류 소비 둔화는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소비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를 살펴보면 올해 의류비 항목은 지난달까지 96∼98 사이에 머물러있는 중이다. 6개월 후 소비자들의 지출전망을 보여주는 CSI의 지수가 100보다 작으면 지출을 줄이겠다는 가구가 더 많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LF 티톤브로스 얼라이브 다운./사진=LF 제공

이 때문에 패션업계는 위축된 소비심리를 완화하기 위한 전략을 펼칠 전망이다. 당장 다음달이면 시즌오프가 시작되는 만큼 남은 연말에 모든 승부를 걸어 실적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행사를 총동원하는 한편 날씨와 관계없는 기능성 제품,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리버시블 패딩 등 신규 수요를 겨냥한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쌓일 물량을 대비해 효율적인 재고 관리에도 힘쓴다. 예약판매를 통해 소비자 수요에 맞춰 생산·판매에 들어가는 반응생산이 대표적이다. 시즌 내에 판매하지 못한 재고는 결국 아웃렛 등에서 할인판매를 진행하게 되고, 이는 곧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돼서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엔 따뜻한 날씨로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고, 추석을 제외하곤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 의류 소비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올해 4분기도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대체로 12월은 크리스마스나 연말 분위기에 따라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 수요를 얼마나 잡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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