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작년 매출이 3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반토막 났다. D램 가격 하락으로 반도체 사업 실적이 부진한 탓이었다. 재작년까지 사상 최고 실적을 내며 초호황을 누린 뒤라 그늘이 더 어두워보이는 면도 있다.
그러나 한 해 마무리 시기인 4분기에는 수익성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새해 실적은 바닥을 디딘 작년보다는 확실히 나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연간 매출이 229조5200억원, 영업이익은 27조71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재작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5.8% 줄었고, 영업이익은 52.9% 감소한 것이다. 2018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삼성전자 사상 최대인 243조7714억원, 58조8867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재작년 24.2%였지만 작년에는 12.1%까지 떨어졌다. 이는 반도체 시황 악화와 스마트폰 사업 부진이 겹친 2014년(12.1%)과 비슷했다.
다만 작년의 마지막 분기 실적만 보면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된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59조원, 영업이익은 7조1000억원으로 각각 잠정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와 견줄 때 각각 0.5%, 34.3% 적은 것이다. 연간 실적과 비교하면 4분기만 따진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 비율이 크게 낮다.
국내 증권사들의 예상에 비해서도 4분기 매출은 약간 적었지만, 영업이익은 기대를 웃돌았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평균적으로 60조5000억원, 6조5000억원 선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도체 회복이 가장 반갑다는 평가다. 작년 하반기 접어들며 나타난 주력 제품 메모리 반도체 실적 개선이 4분기에도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서버와 모바일 중심으로 수요가 다시 늘어난 덕이다. 삼성전자 자체의 원가 경쟁력도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업계나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IM) 부문 역시 작년 3분기부터 가시화된 수익성 개선이 지속된 것으로 관측된다. 4분기 영업이익은 2조원 후반대로 추정된다. '갤럭시 노트10'과 '갤럭시 폴드' 등의 고급 제품 판매 호조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자가전(CE) 부문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4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7000억원대로, 전년동기와 비슷하고 직전분기보다는 다소 늘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QLED 등 프리미엄 TV 판매와 건조기 등 새로운 가전 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반면 디스플레이는 급격한 실적 악화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작년 3분기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효과로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 판매가 늘어 1조17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4분기에는 영업이익이 3000억원대까지 쪼그라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중소형 패널은 시장 경쟁이 극심해져고, TV 등 대형 패널은 수요 감소에 판가마저 떨어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전반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반도체 업황이 작년 바닥을 쳤고, 5세대 이동통신(5G)와 스마트폰 수요 증가 등도 맞물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재작년 만큼은 아니어도 12%까지 떨어진 영업이익률이 최소 2~3% 포인트 올릴 만하다는 기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작년 11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올해 사업 전망에서 "메모리는 수요 견조세가 예상되지만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업황에 따른 탄력적인 공급에 더욱 주력할 것"이라며 "스마트폰은 5G에 본격 대응하고 모든 라인업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