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초호황을 구가한 재작년에 비해 무척 초라해진 2019년 성적표를 내놨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락으로 인한 타격이 가장 컸다. 여기에 디스플레이 사업도 수요 침체에 고전했고, 스마트폰 사업은 '폴더블폰'으로 하반기 회복을 노렸지만 전년만 못했다. 그나마 TV를 비롯한 소비자가전 부문이 실적을 개선한 정도가 긍정적이었다.
올해도 사업 여건은 만만찮을 전망이다. 작년 실적이 바닥을 다진 것이라고 믿기에는 세계 경제에 여러 불확실성이 있다. 그 만큼 괄목할 만한 실적 개선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는 예상이 짙다. 반도체 가격 회복과 스마트폰 신제품 판매 확대가 올해 실적 반등의 관건으로 꼽힌다.
전년比 반토막
삼성전자는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 2019년 매출 230조4009억원, 영업이익 27조7685억원, 순이익 21조7389억원의 실적을 냈다고 30일 밝혔다. 2018년과 비교해 매출은 5.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2.8%, 순이익은 51.0% 급감했다.
작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지난 2015년(26조4100억원) 이후 4년 만에 가장 적은 것이다. 당시에도 반도체 시황 악화와 스마트폰 사업 부진이 있었다. 매출은 2016년(201조8667억원) 이후 3년 만에 최소다. 연간 영업이익률은 재작년 24.2%에 달했지만 작년에는 12.1%로 뚝 떨어졌다.
사업부문 가운데 재작년보다 나은 외형 성장과 수익성을 보인 것은 소비자가전(CE) 뿐이다. CE 매출은 전년보다 6.3% 늘어난 44조7600억원, 영업이익은 29.2% 늘어난 2조6100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영업이익률은 5.8%로 전년대비 1%포인트 개선됐다.
IT·모바일(IM) 부문은 매출이 107조2700억원으로 전년대비 6.5% 외형을 키우는 데 성공했지만, 영업이익은 9조2700억원으로 8.8% 줄었다. IM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지 못한 건 이 회사가 스마트폰을 본격적으로 내놓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영업이익률은 8.6%로 전년대비 1.5%포인트 하락했다.
3년만에 IM 밑돌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부를 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 95조5200억원, 영업이익 15조58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19.4%, 영업이익은 66.5% 급감했다. DS부문의 매출은 지난 2016년이후 처음으로 IM부문보다 적었다. 반도체에서 매출 64조9400억원에 영업이익 14조200억원, 디스플레이에서 매출 31조500억원에 영업이익 1조5800억원이 나왔다.
DS부문 평균 영업이익률은 16.3%로 모든 부문 가운데 가장 높았지만 전년 39.2%에 비해서는 20%포인트 넘게 곤두박질쳤다. 전장 자회사인 하만은 연간 매출 10조800억원, 영업이익 3200억원을 올렸다. 전년대비 매출은 14% 늘고 영업이익은 꼭 100% 급증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작년 마지막 분기 실적은 매출 59조8848억원, 영업이익 7조1603조원, 순이익 5조27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8일 발표한 잠정수치(매출 59조원, 영업이익은 7조1000억원)보다 다소 늘어난 것이다.
9개 분기만에 전년비 증가
작년 4분기 매출은 재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 증가했다. 삼성전자 분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증가한 것은 2017년 3분기 이후 9개 분기 만이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3.7% 감소했다. 여전히 적잖은 폭이지만 직전인 2019년 3분기 영업이익의 전년 대비 감소율이 55.7%였던 걸 감안하면 나아졌다는 평가다.
분기 영업이익률은 12%로 재작년 4분기(18.2%)에는 크게 못 미쳤다. 그러나 직전 분기(12.5%)와는 비슷한 수준을 지켰다. 미국 달러와 유로, 주요 성장시장 통화가 원화 대비 약세를 보여 전 분기보다 약 3000억원 영업이익을 줄인 영향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사업부 및 부문별로 보면 반도체는 작년 4분기 매출 16조7900억원, 영업이익 3조45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10.5% 줄고, 영업이익은 55.6% 감소한 것이다. 전 분기와 비교할 경우 매출은 4.5%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3.1% 늘어난 것이다. 반도체의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는 2018년 3분기 이후 다섯 분기 만이다.
메모리의 경우 D램 가격이 하락해 매출과 이익이 줄었다. 하지만 시스템반도체는 고화소 이미지센서와 고성능 컴퓨팅(HPC) 칩 수요 증가로 이익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사업 영업이익률은 작년 3분기 17.3%까지 하락했지만 지난 4분기 20.5%를 기록하며 5개 분기만에 상승반전에 성공했다.
반도체와 함께 DS부문을 구성하는 디스플레이 사업부는 4분기 매출 8조500억원, 영업이익 22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와 견줘 매출은 12.2%, 영업이익은 77.3% 급감한 실적이다.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중소형 디스플레이 사업은 라인 가동률 하락에 따라 비용이 늘고, 일부 프리미엄 제품군의 수요 약세로 전 분기 대비 매출이 줄었다. TV용 등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 역시 판매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역시 실적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스마트폰이 주력인 IM 부문은 매출 24조9500억원, 영업이익 2조52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각각 7%, 66.9% 늘어난 것이고 전분기와 비교하면 둘 다 14.7% 줄어든 실적이다. 4분기 휴대폰 판매량은 7500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300만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갤럭시S', '갤럭시노트' 등 플래그십 모델 판매 감소로 전분기 대비 매출은 줄었지만, 연말 성수기 효율적인 판촉비 운영과 '갤럭시A' 시리즈 등 주요 모델 수익성 유지로 인해 영업이익은 상대적으로 감소 폭이 크지 않았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CE 부문은 QLED·초대형 등 프리미엄 TV 제품 판매 확대와 더불어 '비스포크' 등 신가전 판매 호조, 냉장고·세탁기 등의 수익성이 개선돼 실적이 나아졌다. 특히 QLED TV는 전년 대비 배 이상의 판매량을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CE 매출은 12조7100억원, 영업익 81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7.8%, 19.1% 증가했고, 전분기에 비해서는 16.3%, 47.2% 급증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작년 반도체 22조6000억원, 디스플레이 2조2000억원 등 총 26조9000억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작년 실적에 따른 연말 결산 배당은 보통주 1주당 354원으로 결정됐다. 시가배당률은 0.6%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