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원양선사 현대상선이 모처럼 이름값을 해냈다. 9년 연속 적자 기조는 이어갔지만, 적자 폭을 대폭 줄이며 올해 흑자전환 기대감을 높였다. 작년 중반기부터 시행하고 있는 자체적인 비용 절감 노력과 초대형 유조선(VLCC) 5척의 투입 효과 등이 반영된 결과란 해석이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5조5131억원, 영업손실 3040억원을 기록했다고 14일 밝혔다. 각각 전년 대비 5.6%, 45.6% 대폭 개선된 수치다.
분기 실적으로는 4분기가 가장 좋았다. 매출액은 1조3525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영업손실이 390억원으로 같은 기간 41% 개선됐다. 영업이익률도 전년(-5.8%)대비 개선되며 -2.9%를 기록했다.
현대상선의 이같은 호조세는 지난 2분기부터 시행하고 있는 TDR(Tear Down and Redesign: 비용은 줄이고 수익을 늘리기 위한 일련의 작업) 활동 강화의 영향이 컸다는 게 현대상선의 설명이다. 특히 컨테이너의 경우 효율적 선대관리, 고수익 화물 확보, 화물비 등 비용 절감 효과 등과 부가 수익 발굴 등으로 손익이 크게 늘었다.
벌크 부문에서도 모처럼 이익이 났다. 신조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5척 투입과 시황 급변에 따른 운임 반등 현상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 영향이 지속되며 글로벌 물동량 약세를 보여 매출액은 예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비수익 노선합리화 및 신조 초대형 유조선 활용 최적화를 통해 영업손실은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이같은 전략을 발판삼아 올해 흑자 전환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상선은 오는 4월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투입에 대비해 안정적인 추가 화물 확보 노력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또 고객중심의 차별화된 해운 서비스 제공, IT 시스템 개선 등 경영혁신을 통한 내부역량 강화와 영업 체질개선 등으로 수익성 개선에 주력할 방침이다.
아울러 오는 4월부터 시작되는 'THE Alliance'(디 얼라이언스) 체제전환을 위한 영업 및 행정 실무를 마무리하고 향후 공동운항 등 비용구조 개선과 항로 다변화를 통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관계자는 "2020년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및 글로벌 경기하강 우려, 중동 이슈, 미·중 무역분쟁 영향에 따른 불확실성이 물동량 증가 전망을 약화시키고 있다"면서 "우량화주 확보, 운영효율 증대 및 비용절감 방안을 더욱 정교화해 글로벌 선사 수준의 사업 경쟁력을 갖춰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영구채 9600억원 발행(5·6·10월)으로 유동성 적기 확보를 통해 친환경 초대형선 등 투자자산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