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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후폭풍' 신용등급 흔들리는 기업은?

  • 2020.04.27(월) 09:16

등급별 '하향검토' 혹은 '부정적' 전망 기업 유력
AA급 등 우량기업 가장 많아
대한항공·아시아나 등 정부 지원으로 등급 방어 전망

코로나 19 팬데믹 공포가 국내 크레딧 시장에 스며들면서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펀더멘탈이 취약한 업종 위주로 이미 줄 강등이 시작된 가운데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정기 평정 시즌에 돌입하면서 등급 하향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등급 강등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은 '하향 검토' 대상이거나 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기업들이다. 이같은 조치를 받은 경우 이르면 3~6개월내에 등급이 떨어질 확률이 크다.

27일 기준 국내 3사 신용평가사로부터 '하향 검토' 대상에 등재된 기업은 10곳, 부정적 전망을 부여 받은 기업은 모두 43곳에 달한다.(BB+이하 투기 등급 제외).

등급별로는 AA등급의 우량 기업이 가장 많았다. 이들 중에선 그룹의 핵심 계열사이거나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많아 등급 강등이 현실화 될 경우 국내 산업 전반에 미치는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BBB등급내 일부 비우량 기업들은 정부의 자금지원으로 단기적이나마 등급 방어가  이뤄질 전망이다.

BBB-~BBB+의 비우량 등급부터 살펴보면 국내 3사 신용평가사들은 총 15개 기업에 비우량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등급이 가장 낮은 BBB-급에서 '하향 검토'나 '부정적 전망'을 부여받고 있는 기업은 총 3곳으로, 아시아나항공과 신원, 위니아담채 등이다.

눈길을 끄는 곳은 아시아나항공이다. 유일하게 NICE신용평가만 등급을 부여한 하향 검토 대상에 올라 있어 한 단계만 하향 조정해도 투기 등급이 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은 곧 새주인이 될 HDC현대산업개발과 지주사인 HDC의 등급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HDC현대산업개발과 HDC의 신용등급 역시 각각 A+·하향 검토 대상이어서 아시아나항공의 등급이 하락할 경우 연쇄 강등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으로부터 1조7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 받는다는 점이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 9133억원을 모두 갚고도 남는 수준이다. 비록 단기 처방에 불과하지만, 재무적 여유가 발생한 만큼 상반기내 등급 강등 확률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BBB등급에서 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가장 큰 기업은 두산중공업, 한진칼, JT캐피탈 등이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한신평이 지난 3월말 수시평가를 통해 부정적 전망을 걷어내고 하향 검토 대상에 올리면서 등급 강등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다만 최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대출지원을 약속 받았고, 제출한 자구안으로 채권단과 협상 중이어서 아시아나항공처럼 단기내 추가 등급 하락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올해 갚아야 할 차입금만 무려 4조2000억원에 달하는 점이다. 자구안 내용과 이행 여부에 따라 하반기 등급 강등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는 상황이다.

BBB+등급에는 대한항공, 두산, 두산퓨얼셀, 롯데자산개발, 폴라리스쉬핑,앨에스아이앤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7개 기업이 부정적 혹은 등급하향 검토대상에 올라 있다. 이 가운데 대한항공 역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고, 1조2000억원 규모의 채권단 금융지원이 예정돼 있어 상반기내 등급이 내려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대한항공 역시 두산중공업처럼 전체 차입금 4조원중 상당부분이 하반기에 만기를 맞는 만큼 유동성 대응 여부가 하반기 등급 강등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A-~A+급을 부여 받은 16곳중 부정적 전망을 받은 곳은 13곳, 하향검토 대상에 오른 기업은 3곳이다.

A-급에선 하이트진로홀딩스, 한국자산신탁,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메가박스중앙, 선진이 A0급으로는 하이트진로, 한국항공우주산업, 효성캐피탈과 해태제과식품, 세아홀딩스가 가장 위태롭다.

A+급에는 HDC와 HDC현대산업개발, CJ CGV, 롯데컬처웍스, 세아베스틸, LG디스플레이, 한미약품이 하향검토 또는 부정적 전망을 달고 있다.

이 가운데 LG디스플레의 등급 강등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한기평은 지난 2월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내리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이와 달리 한신평과 NICE는 신용등급을 A+동일하게 내리면서 '부정적' 전망은 그대로 유지했다. 추가적인 등급 하락 가능성을 다시 열어둔 셈이다. 만일 한신평이나 NICE가 행동에 나설 경우 LG디스플레의 신용등급은 신용평가사간 스플릿(등급 불일치)로 전환된다.

세아베스틸은 이미 지난 21일자로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지난해 사업 다각화를 위한 M&A에 나서는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 소요가 발생했고 이를 상쇄할 수익성마저 코로나 여파로 크게 둔화됐다는 이유에서다.  6개월내 개선세가 보이지 않으면 A0로의 등급 강등이 불가피하다. 핵심 계열사의 등급 전망이 조정되면서 지주사인 세아홀딩스(A0) 역시 같은날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우량 등급으로 분류되는 AA-~AA+기업에선 21곳이 등급 강등 위험에 노출됐다. 전체 등급중 가장 많은 규모다.

AA-등급에선 녹십자, 롯데렌탈, LG하우시스, 한화솔루션, SK브로드밴드, 엔씨소프트, 한국항공우주산업이 하향 검토 혹은 부정적 전망을 달았다. 이 가운데 녹십자와 SK브로드밴드의 3년물 개별민평금리는 AA-등급 민평금리대와 같은 1%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나머지 회사들은 모두 2% 이상에서 민평금리가 형성됐다. 표면상 등급은 AA-지만, 사실상 A+등급의 민평금리 수준에서 거래가 되고 있는 셈이다.

AA0 등급에선 호텔신라와 호텔롯데 등 호텔업계 양대산맥의 등급 방어 여부에 시선이 간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코로나 여파에 다른 호텔업계의 실적 감소 기조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호텔신라와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한기평은 이들을 모두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고, 한신평은 부정적 전망을 달았다. NICE는 호텔신라에 대해서만 하향 검토 대상으로 평가했다.

탄탄한 자금력을 자랑하던 보험사들도 코로나 여파에 등급 강등 위험에 내몰렸다. 한화손해보험의 경우 지난 2월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등강 강등 경고를 받은 데 이어 지난 달에는 국내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잇따라 '부정적' 전망을 부여 받았다. 동양생명보험은 지난해 6월 수익성 하락 여파로 신용등급(AA)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보험지금능력평가 등급 전망은 AA+(부정적)으로 조정됐다.

신용평가 업계는 한화손해보험과 동양생명보험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경우 업계 전체의 줄 강등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로 역마진이 이미 심화된 상황에서 시장악화, 채권가격 인하, 소비침체 등에 따른 신용불안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자산가치 하락이 떨어지기 때문에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AA등급에선 롯데쇼핑, CJ제일제당, 연합자산관리, KCC, KCC 글라스 등이 등급 하향 검토 혹은 부정적 전망을 달고 있다.

우량 기업의 최상단인 AA+등급에선 정유업계 맞수 S-OIL과 SK에너지 등급 하향 여부가 눈길을 끈다. 두 회사는 이미 이달 초 신용등급 전망이 줄줄이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오랜 기간 정제마진 하락으로 이익창출능력이 저하됐는데 차입금이 늘면서 탄탄한 재무 안정성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최근 유가 급락 기조까지 더해지면서 중기적으로 수익성 회복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추가 강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만일 등급이 조정되면 SK에너지는 2016년이후 4년만에, S-OIL은 2007년 이후 10년만에 AA+등급을 반납하게 된다.

이외 농협생명보험, SK E&S, 파주에너지서비스, 동양생명보험(보험지급능력) 등도 강등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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