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통신3사, 포털 2개사, 게임사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입을 막고 웃어야 했습니다. 코로나19가 2020년의 일상을 모조리 집어삼키면서 사회 분위기는 계속 암울했지만, 이 회사들은 유료방송·온라인 쇼핑·모바일 게임 등 비대면 관련 사업이 크게 성장하며 실적이 계속 개선됐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는 내년에도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당장은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디지털의 도움을 더 많이 받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전화 혹은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지 않는 대신 배달 앱 등 비대면 서비스가 접속 폭주로 멈춰버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ICT 업계는 올해의 경험을 기반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계속해서 제공해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가치를 창출해 돈을 벌 것으로 예상됩니다.
◇ 통신도 방송도 쑥쑥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올해 IPTV 사업이 뛰어난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됩니다.
IPTV 1위 사업자 KT의 지난 3분기 유료방송 부문 매출액은 전년보다 12%가량 증가한 4593억원에 달했습니다. 가입자도 9월 말 기준 870만명에 달했습니다. 2분기보다 13만명 가까이 증가한 겁니다.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전체 매출액도 9668억원으로 전년보다 20% 증가했습니다. IPTV 가입자 수는 전분기보다 12만4000명 늘어나 852만명을 넘었습니다.
LG유플러스의 IPTV 사업 매출도 전년보다 13% 증가한 292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가입자는 전분기보다 11만명 늘어난 483만8000명이었죠.
통신3사의 유료방송 사업은 그동안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고, 최근 잇따라 진행된 케이블TV 인수·합병(M&A) 영향도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수혜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소비자들의 일상을 새롭게 사로잡은 미디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KT의 경우 대표적 OTT 넷플릭스와 제휴한 덕에 실적이 성장했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LG유플러스도 넷플릭스와 제휴하면서 실적을 성장시킨 바 있습니다.
통신 부문은 코로나19 덕에 주춤하는가 했더니 꼭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특히 5G 가입자는 지난 11월 1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같은 규모에 비례해 커버리지, 속도 등 통신품질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지만, 5G 가입자는 4G보다 비싼 요금제를 이용하기에 통신사 이익에 큰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 온라인 쇼핑에서 금맥 찾는 '네이버·카카오'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는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금맥을 찾은 모양입니다. 코로나 시대에 어떤 분야보다 소비자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분야는 온라인 쇼핑이니까요.
실제로 와이즈 앱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쓴 앱 10개는 카카오톡, 유튜브, 네이버, 밴드, 쿠팡, 인스타그램, 네이버 지도, 배달의 민족, 당근마켓, 페이스북 등이었는데, 이들 중 쇼핑 관련 앱은 5개에 달합니다.
특히 네이버의 e커머스 사업 매출은 지난 3분기 2854억원에 육박하며 전년보다 828억원이나 증가했는데요. 이는 전체 매출의 21%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LG유플러스의 IPTV 사업 매출액과 유사한 수준이기도 하죠.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쇼핑 붐이 일었던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카카오 역시 3분기 '톡비즈 사업' 매출액이 전년보다 1220억원이나 증가한 2844억원에 달했습니다. 톡비즈 사업은 '카카오톡 광고'(비즈보드, 톡채널, 이모티콘 등)와 '거래형 커머스'(선물하기, 톡스토어, 메이커스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e커머스와 연결되는 간편결제 사업도 어마어마한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의 2분기 기준 거래액은 14조8000억원에 달하고, 네이버페이의 3분기 거래액은 전년보다 62% 성장한 6조8000억원이었습니다.
네이버는 코로나19 시대에 필수적인 물류 사업에도 도전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CJ대한통운과 3000억원 규모의 상호 지분을 교환하기로 했습니다.
이들은 쇼핑의 최신 트렌드인 '라이브 커머스'에도 도전하고 있는데요.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방송을 보면서 쇼핑을 할 수 있는, 이른바 모바일 홈쇼핑 같은 겁니다. 여기엔 KT 같은 유료방송사업자도 자사 OTT 시즌을 통해 시도하고있습니다.
◇ 올해 성공 못한 게임 어디 있니?
게임사들은 올해 신작들이 '집콕족'을 사로잡고 줄줄이 흥행하면서 기록적인 한해를 보냈습니다.
게임 업계 최상위 3개사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을 뜻하는 '3N'의 올 1~3분기 누적 매출은 나란히 전년 같은 기간보다 두자릿수 성장했죠.
넥슨의 1~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보다 14% 늘어난 2조5323억원, 엔씨소프트는 이 기간 무려 59% 증가한 1조8548억원, 넷마블은 15% 늘어난 1조8609억원을 각각 기록했습니다.
이 회사들은 그동안 워낙 잘나갔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중견 게임사들은 어땠을까요.
크래프톤, 더블유게임즈, 컴투스,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 NHN(게임부문), 그라비티, 웹젠, 네오위즈, 게임빌, 위메이드, 조이시티, 선데이토즈, 한빛소프트, 엠게임 등 주요 중소형 게임사의 3분기 영업이익을 보면 전년대비 증가율이 세자릿수인 곳이 6곳에 달했습니다.
이밖에 가상자산(가상화폐, 암호화폐), 블록체인 업계도 모처럼 활짝 웃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기존 화폐가치가 하락하면서 비트코인과 같은 코인 대장주가 급등하는 한편, 각국 정부·기존 금융기관의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ICT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초만 해도 기대 이상의 실적 배경과 관련해 코로나를 직접적으로 연결지어 설명하진 않았는데요. 최근에는 오히려 '코로나 수혜'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코로나를 계기로 현실화하는 '비대면 사회', '언택트 경제' 등에도 주목하고 있는데요.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로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ICT 업계에 직간접적인 영향이 미칠 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