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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지다]더 큰 시험대에 선 이재용 체제

  • 2020.10.27(화) 15:55

비메모리 육성 계획...반도체 지각변동 촉각
두 개의 재판에 발목...지배력 확보도 변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고 있다. 27년간 그룹을 초일류로 이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뒤를 이어 또 다른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더해, 산적한 사법문제를 넘어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3세 경영자의 막중한 책임감이 더해지고 있다. 이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2014년 이후 사실상 그룹 총수 역할을 맡아 온 이 부회장이 더 큰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① 격변하는 반도체 시장

이 부회장은 선대 경영인들의 뒤를 이어 반도체 신화를 써내려가야 하는 과제를 맡고 있다. 1983년 고 이병철 삼성 초대 회장의 '도쿄선언'을 시작으로 이건희 회장을 거치며 삼성은 IT(정보기술) 기기 정보를 담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 1위에 우뚝 섰다. 

이 부회장은 메모리에서 더 나아가 정보 처리 등을 담당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2030년까지 총 133조원을 투자해 이 분야 1위에 등극하겠다는 청사진을 지난해 제시했다. 삼성은 메모리 분야와 달리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경쟁력이 미국 인텔 등에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최근 들어 반도체 시장 지각변동이 발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 인수합병 규모는 720억달러(약 81조원)에 달한다.

미국 엔비디아가 영국 ARM을 400억달러(약 46조원) 인수하기로 결정했고, SK하이닉스가 90억달러(약 10조원)에 미국 인텔에게서 차세대 메모리 옵테인을 제외한 낸드 부문을 통으로 품에 안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시장 주도권을 두고 반도체 회사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중이다.

비메모리를 포함해 삼성전자를 반도체 1등 기업에 올리려는 이 부회장이 넘어야 할 산이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 간 벌어지는 무역전쟁에서 빚어지고 있는 반도체 시장 변화도 이 부회장에게 고민의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② 두 개의 재판

이 부회장은 사업 환경 변화에 더해 국내 재판 상황도 견뎌내야 한다. 현재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제일모직·삼성물산 불법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 회계부정 의혹 1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재판 결과는 이 부회장 개인에 더해 삼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26일 삼성전자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된 이래 여전히 회사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재판이 진행 중인 회사 총수에 대한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반대 여론 등을 감안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더 직접적으로는 국정농단 사건에서 이 부회장에게 적용되는 뇌물·횡령액이 높아질 것을 일부 감안한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을 경우 피고에게 징역 5년 이상 혹은 무기징역을 선고토록 해 실형 압박이 커진다.

일단은 이 부회장에게 조금은 유리하게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6일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원고 특별검사(특검)측은 삼성이 지난 2월 초 출범시킨 준법감시위원회를 이 부회장에 대한 양형 사유로 삼는 것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특검은 재판부가 준법감시제도를 양형 요건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반발하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낸 바 있다.

불법승계 의혹 재판도 이 부회장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6월 열린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수사심의위원회는 현안별로 경제, 학계, 시민단체 관계자 등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의 시각에서 검찰 수사에 의견을 제시하도록 소집되는 권고 기구다. 하지만 검찰은 이에 불복해 지난달 1일 이 부회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22일 열린 불법승계 의혹 첫 재판에서 이 부회장측 변호인은 검찰 측의 공소사실 전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재판과 별개로 앞으로도 최소 3~4년 동안은 해당 재판에 묶여있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③ 험난할 지배구조 안정

이 부회장은 주력사 삼성전자를 필두로 그룹 지배력 강화에도 나서야 한다. 이건희 회장 사후 지분 상속 과정에서 지배구조에 일부 변동이 있을 것을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이 회장의 삼성 보유 지분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그는 보통주 기준 삼성생명(20.76%), 삼성전자(3.68%), 삼성물산(2.84%), 삼성SDS(0.01%) 순으로 삼성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보유 지분 가치만 18조원에 달한다. 이 부회장 등 상속인들이 내야 할 상속세만 1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분 상속 과정은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과도 연관된다. 이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직접적으로 지닌 삼성전자 지분은 5.79%에 불과하다. 나머지 부족분을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각각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생명(8.51%), 삼성물산(5.01%) 등에서 메꿨지만, 이를 모두 포함해도 삼성전자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1.21%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공정거래법상 삼성생명과 총수일가가 행사할 수 있는 총 지분은 이 가운데 15%에 그친다. 

사업 양·수도 등에 필요한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출석 주주 의결권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 찬성)에 한참 못미치는 지분이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직접적으로든 지분 보유 계열사를 통해 간접적으로든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분 상속 과정에서 상속세 마련 등을 목적으로 삼성전자 등 보유 지분 매각시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관측된다. 다만 이 부회장이 삼성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상속세를 일정 기간 나눠 납부하는 연부연납 제도 등을 활용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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