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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지다]삼성, '호텔'·'패션' 계열분리 가능성은

  • 2020.10.28(수) 15:52

호텔 이부진·패션 이서현…분리 가능성 촉각
자매 지분 낮아 현실적으로 어려워

유통업계가 삼성그룹의 계열 분리 가능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로 삼성그룹에서 유통계열사가 분리되는 지배구조 개편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서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있다. 하지만 향후 계열 분리도 가능성도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차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을 중심으로 삼성의 호텔 및 패션 계열사의 계열 분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재계의 분석은 다르다. 두 자매가 계열사에 지분이 없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다. 만일 계열 분리 의도가 있었다면 사전 준비 작업이 진행됐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삼성의 행보는 반대였다. 

◇ 호텔·패션의 삼성 '독립' 가능성

유통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두 자매를 중심으로 한 삼성의 계열 분리 가능성이다. 대상은 호텔신라와 삼성물산의 패션 부문이다. 특히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행보에 관심이 높다. 이 사장은 지난 20년간 호텔신라의 경영을 안정적으로 도맡아 왔다. 경영능력도 인정받았다. 이 사장은 지난 2001년 호텔신라에 입사한 이후 경영전략담당 상무와 전무를 거쳐 2010년 사장에 올랐다. 이후 면세점사업에도 진출해 사업다각화를 이뤘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물산 지분 5.55%와 삼성SDS 지분 3.9% 등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주가 기준 지분가치는 약 1조 7300억 원 규모다. 호텔신라의 시가총액이 2조 9000억 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가지고 있는 지분을 현금화하거나 호텔신라의 지분과 맞교환 한다면 얼마든지 계열 분리에 나설 수 있다.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도 경영일선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 꼽힌다. 이 이사장은 삼성물산 패션 부문 사장과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사장을 역임했다. 패션업계에서도 이 이사장의 전문성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한국 최초의 디자인스쿨 '사디'를 설립할 때도 이 이사장에게 운영방침 등을 자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사장도 마찬가지로 삼성물산 5.55%와 삼성SDS 3.9%를 가지고 있다. 패션사업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의 지분을 직접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계열 분리시 유리하다는 평가다. 호텔과 패션은 삼성그룹의 주력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분리된다면 해당 업계에 미칠 파급 효과는 클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서 독립한 CJ그룹과 신세계그룹이 현재 유통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한다면 새로운 범삼성계열의 기업집단이 될 수도 있다.

◇ '실탄' 있어도 계열분리 험난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가 곧바로 현실화되기에는 난관이 많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이미 삼성그룹을 현실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이 부회장 입장에서 호텔신라의 계열 분리로 얻는 게 없다. 당장 상속세 재원마련이 급한 상황에서 계열 분리를 위한 비용을 치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이부진 사장이 삼성물산과 삼성SDS 지분을 팔아 자금을 마련한다고 해도 호텔신라의 지배까지에는 난관이 많다. 호텔신라의 대주주는 국민연금(10.1%)이다. 삼성생명(7.3%)과 삼성전자(5.1%), 삼성증권(3.1%) 등 삼성 관계사가 총 17%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해당 지분의 블록딜 형태가 아니라면 현금이 아무리 많아도 순조로운 지분확보는 어렵다. 개인주주들(61.1%)이 자신의 지분을 매물로 내놓거나, 주가희석을 감당하며 신주발행에 찬성할 이유도 없다.

삼성물산의 패션 부문 분리 가능성도 크지 않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으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한 이 부회장이 다시 이를 분리해 논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 

이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당시 패션업과 건설업의 시너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서스틴베스트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ISS, 글라스루이스 등의 의결권 자문기관이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 의문을 표시하며 합병에 반대표를 권하기도 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합병에 반대하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합병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따라서 어렵게 합병에 성공한 삼성물산에서 다시 패션 부문을 떼낸다는 것은 '합병을 통한 시너지는 없었다'라는 자기 고백이 된다.

◇ 이재용, 계열 분리보다 외부 매각 행보

이재용 부회장이 동생들의 계열 분리 가능성을 일찌감치 막아버린 것도 계열분리 가능성이 낮은 이유 중 하나다. 과거 삼성의 계열 분리는 총수가 살아있을 때 큰 줄기가 완성된 경우지만 이번에는 이 부회장이 모든 키를 쥐고 있다. 사실 호텔업과 패션업 모두 이 부회장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준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호텔신라의 삼성계열사 지분을 이부진 사장의 삼성물산 주식 등과 맞교환하면 된다. 삼성물산이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그룹 지배의 핵심이라는 점도 지분교환 명분이 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회사를 쪼개서 내보내는 계열 분리보다는 외부 매각을 통한 지배력 강화에 나서는 중이다. 과거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의 주도로 삼성석유화학을 한화에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과거 삼성은 전자와 화학, 패션으로 승계가 점쳐졌다. 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화학은 이부진 사장이, 패션은 이서현 이사장이 가져가는 것이 유력했다.

그러나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장남이 그룹 경영을 맡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부회장은 2015년 삼성종합화학을 한화에 매각하고 2016년에는 삼성정밀화학을 롯데에 매각했다. 헐값매각 논란까지 있던 딜이었지만 일사천리로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이부진 사장은 삼성종합화학의 개인지분을 모두 한화로 매각했다. 결과적으로 장남의 그룹 내 지배력은 높아졌지만 장녀의 영향력은 크게 떨어졌다. 전자·화학·패션으로 짜인 '삼분지계(三分之計)'도 이때 설득력을 잃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는 직접 얻는 이득이 없지만, 잠재적 경쟁자인 이부진 사장의 현금동원 능력을 제한시켜 결과적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발판이 됐다"고 평가했다.

◇ 재계 "이재용 체계 굳히기 가능성이 더 커"

사실 계열분리가 삼성에게 생경한 일은 아니다.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은 이건희 회장에게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력 계열사를 맡겼다. 장남인 고(故) 이맹희 제일비료 회장에게는 제일제당을, 장녀 이인희 고문에게 전주제지를, 오녀 이명희 회장에겐 신세계백화점을 남겼다. 이 회사들은 각각 CJ그룹과 한솔그룹, 신세계그룹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현재 삼성은 상황이 다르다. 재계에서는 결국 두 자매가 분리 경영을 꾀하기보다는 오빠의 그늘 아래에서 각자 맡은 브랜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사자인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그동안 그룹의 승계나 계열분리에 대해 큰 욕심을 내지 않아온 것도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사장은 화학계열사 매각에 특별히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다. 이 이사장도 수년째 삼성재단 이사장과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직만 수행하며 경영에 눈을 돌리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삼성그룹이 계열 분리에 들어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세 남매가 보여온 행보를 보면 이미 오빠가 그룹을 지배하고 동생들은 이를 따라주는 것으로 합의가 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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