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산은 가장 적게 잡아도 23조3000억원이다. 전날 유족이 밝힌 최소 총 14조원 규모의 기부와 기증, 상속세 납부 계획에 대해 삼성측은 "전체 유산의 60%가량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역산하면 전체 유산 규모는 최소 23조3333억원이다. ▷관련기사: 이건희 회장 상속세 12조, 그보다 더 빛난 3천억(4월28일)
유족들에게 돌아갈 몫은 상속세 과표를 기준으로 적어도 9조3333억원이 된다. 세금까지 내고 난 뒤의 남을 몫인데, 그래도 실제 가치는 10조원은 충분히 넘을 것이라고 관측된다. 하지만 나머지 유산이 유족들 사이에 어떻게 상속되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피상속 유족은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4명이다.
특히 이 회장이 남긴 삼성 계열사 주식이 유족에 어떻게 배분되느냐에 따라 삼성의 지배구조도 달라질 수 있다. 재계 안팎의 관심이 여기에 집중되는 이유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25일 별세, 이달 30일이 유족의 상속세 신고 납부 시한인데, 이에 맞춰 유산 분배도 윤곽을 드러날 전망이다.
◇ 삼성전자·생명 지분 이재용 상속비율 높을듯
민법상 상속 비율은 이 회장 부인과 3명의 자녀가 각 1.5대 1대 1대 1이다. 홍 전 관장이 9분의 3을 갖고,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을 비롯해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 등이 각각 9분의 2씩 갖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고인이 유언장을 통해 남긴 유지나, 유족 사이 협의가 있다면 이 비율은 무의미해진다. ▷관련기사: [이건희, 지다]상속·지배구조 최대변수는 '유언장'(2020년 10월29일)
이 회장 유산 중 투명하게 공개돼 있는 것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의 상장계열사 주식 보유분이다. 이건희 회장이 남긴 주식은 ▲삼성전자 2억4927만3200주(지분율 4.18%) ▲삼성전자 우선주 61만9900주(0.08%) ▲삼성생명 4151만9180주(20.76%) ▲삼성물산 542만5733주(2.88%) ▲삼성SDS 9701주(0.01%) 등이다.
이 주식의 상속가액은 이 회장 별세 시점(직전 개장일인 10월23일이 평가 기준일) 앞뒤 각 2개월의 일별 종가 평균으로 계산된다. 평균치는 ▲삼성전자 6만2394원 ▲삼성전자우 5만5697원 ▲삼성생명 6만6276원 ▲삼성물산 11만4681원 ▲삼성SDS 17만3048원인데,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전체의 지분가치는 18조9633억원이다. 이는 상속세 과세 기준 가치일뿐이고 현재 주식 가치는 20조원이 훌쩍 넘는 규모다.
삼성 안팎에서는 상속세 납부 및 신고 기한이 오는 30일이어서 이미 주식 지분을 포함한 유산 배분에 대한 가족 간 합의가 마무리 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부회장의 수감 등으로 협의가 어려웠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그룹 경영권 보호 및 안정에 대한 필요성 때문에 원만히 정리됐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주식 재산 만큼은 이미 정리된 경영권 후계 구도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에게 높은 비중으로 상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부회장은 2014년부터 실질적 총수 역할을 해왔고, 2018년부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동일인 지정을 통해 삼성의 공식 총수가 됐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 17.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 만큼 이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 일부는 삼성전자 경영권에 안정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 부회장에게 상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 기부 목록서 빠진 부동산…'합의 관건'
일각에서는 유족들이 지분을 일정 기간 공동보유하는 형태를 취하다가 상속세 납부 완료 시점 무렵 남매간 보유지분 교환 등으로 다시 정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의 선대에서 CJ·신세계·한솔·새한 등이 계열 분리했던 것이 이런 예상을 뒷받침한다. 이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 바이오 등으로 경영권을 구축하도록 하고 호텔신라와 삼성물산 패션부문 등 비롯한 다른 계열사 사업은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에게 각각 맡는 식의 계열 분리 여지가 있는 셈이다.
이를 고려하면 주식 외에 정확히 드러나지 않는 부동산과 기부 내역에서 빠진 미술품, 금융자산 등의 유산 향방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부회장 외 피상속인들에게는 주식지분에 대한 반대급부로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다시 말해 삼성 주축 계열사의 주식을 양보하고 그 대신 받을 수 있는 유산이 이 부분인데, 그 가치를 얼마로 보느냐가 합의의 관건인 셈이다. 특히 시세로 따질 경우 1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부동산 유산이 핵심이다.
이 회장 보유 부동산 중 공개된 것은 전국 개별공시가격 최고가 및 2위(2021년 431억원, 350억원)인 서울 용산구 자택 2채와 그외 용산, 강남, 서초 등지 소재 또 다른 보유 단독주택 및 공동주택(삼성동 아이파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등이 있다. 토지는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인근 토지와 경북 영덕 삼성연수원 부지, 전남 여수 무인도 정도가 드러나 있다.
주식 외 재산은 그룹 경영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활용 여지가 크다. 특히 부동산의 경우 유산의 사회환원 방법으로도 거론됐지만 전날(28일) 있던 대대적인 사회공헌 기증·기부 내역에 담기지 않았다. 부동산은 막대한 상속세의 물납 용도로 쓰이거나 재원 마련을 위해 상속 이후 매각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어왔다.
유족들은 상속 신고 기한인 30일에 맞춰 각자 혹은 공동으로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삼성생명 등 계열사별로 특수관계인 지분 변경 공시도 이에 맞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주주 지분 변동이 있는 상장사는 그 내용을 5일 이내에 공시해야 한다. 다만 상속세 납부와 관련해 이때까지 유족간 지분 분할 합의가 되지 않은 경우에는 비율을 추후 결정해 수정 신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