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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지다]상속·지배구조 최대변수는 '유언장'

  • 2020.10.29(목) 09:10

[워치전망대-이슈플러스]
18조 주식 배분따라 삼성 미래 '가르마'
부동산 등 미공개 유산 규모·향방도 관건

범인(凡人)은 가늠조차 어려운 상속 규모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5일 별세하면서 2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의 보유 자산에 대한 상속이 어떻게 이뤄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상속이 누구에게, 어떤 비율로 이뤄질지에 따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나 계열 분리 방향도 가르마를 타게 된다.

관건은 이 회장이 과연 유언장을 남겼는지, 남겼다면 어떻게 재산을 나눠 유족들에게 물려주기로 했는지다. 유언장 유무와 내용에 따라 국내 최대 대기업집단 삼성의 미래가 갈린다. 부동산 등 드러나지 않은 유산도 관심이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상속세를 내는 재원이나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계열사 지분 배분의 반대급부로 활용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 상속 어떻게?…'LG와 한진의 전례'

이 회장의 유산 중 드러난 것은 이미 알려진대로 18조2000억여원 가량의 주식 재산이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이 회장은 ▲삼성전자 2억4927만3200주(지분율 4.18%, 10월23일 종가 기준 15조62억원) ▲삼성전자 우선주 61만9900주(0.08%, 330억원) ▲삼성생명 4151만9180주(20.76%, 2조6199억원) ▲삼성물산 542만5733주(2.88%, 5643억원) ▲삼성SDS 9701주(0.01%, 17억원) 등을 보유했다.

하지만 고인이 된 이건희 회장이 생전 유언장을 남겼는지는 장례 일정을 마친 28일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상중인 데다 삼성 내부에서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사안이다. 유족들이 자발적으로 고인의 유언 여부나 상속 집행 내역 등을 담은 유언장 내용을 밝히지 않는 한 상속세 신고 시한(6개월)이나 상장사 주식의 소유권 변경 등에 대한 공시규정에 따라 내년 4월 이후에야 대체적으로나마 내용이 드러난다.

유언장이 있으리라는 관측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보호 필요성 때문에 힘을 얻는다. 이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사(디팩토 홀딩 컴퍼니, De facto Holding Company)인 삼성물산 17.5% 확보하고 있다. 이 지분을 중심으로 그룹 지배구조가 짜여진 상황이다. 하지만 물산이 보유한 주력 삼성전자 지분은 5%에 그치는 한계가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물산뿐 아니라 이 회장 등 총수 일가가 보유한 5.9%,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각각 지닌 8.8%, 1.5%의 지분을 더해 현재의 경영권이 확보돼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이 남긴 삼성전자 지분이나 삼성전자 8.8%를 쥔 삼성생명 지분은 현재 경영권 안정을 위해 삼성가 유족, 특히나 이 부회장에게 중요하다.

이런 점 때문에 경영권 승계를 고려한 내용으로 유언장이 작성돼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꼭 유언장이 있지 않더라도 유가족 간 합의가 있다면 차후 경영권 유지를 고려해 유산 배분이 이뤄질 수 있다.

LG그룹이 그랬다. 고 구본무 회장이 보유했던 지주사 ㈜LG 지분 11.3%가 전량 3명의 자녀에게 상속됐는데 이 중 8.8%를 장남 구광모 회장이 물려받았다. 장녀 연경씨는 2%, 차녀 연수씨는 0.5%를 각각 물려받았고 배우자 김영식 여사에게는 아예 지분이 상속되지 않았다. 민법 상 상속비율은 김 여사와 3명의 자녀가 1.5대 1대 1대 1이지만 고인 유지와 유족 협의에 따라 경영권 승계에 기반해 상속이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삼성에 유언장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가족 간 협의 역시 원만히 이뤄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한진그룹의 전철을 보면 이런 경우의 수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다. 한진의 경우 고 조양호 회장 사후 그룹 경영권 유지를 위해서나, 종전 동안 자녀에게 맡겼던 사업 등을 고려해 유산 배분이 이뤄졌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는 배우자를 포함해 3명의 자녀가 일률적으로 1.5대 1대 1대 1로 지주사 한진칼 지분을 나눠 갖는 것이었다. 그리고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다.

◇ 드러나지 않은 유산 얼마나 될까

삼성그룹은 LG그룹처럼 원만히 상속재산 정리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사회적 시각이나 사법 리스크 등을 감안할 때 유족 간 갈등이 노출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주식 재산 만큼은 이미 정리된 경영권 후계 구도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높은 비중으로 상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2014년부터 실질적 총수 역할을 해왔고, 2018년부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동일인 지정을 통해 공식 총수가 됐다.

일각에서는 상속 과정에서 남매 간 계열사 지분 교환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 바이오 등의 경영권을 구축하도록 지분을 몰아주는 대신, 호텔신라와 삼성물산 패션부문 등 비롯한 다른 계열사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에게 각각 맡기는 식으로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선대에서 CJ·신세계·한솔·새한 등이 계열 분리했던 것도 이런 예상을 뒷받침한다.

이를 고려하면 주식 외에 드러나지 않은 유산이 다른 피상속인들에게는 반대급부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주식을 양보하고 그 대신 받을 수 있는 유산이 얼마나 되느냐가 삼성그룹 전체 경영권 보호를 위한 유족 간 합의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생전 집무실로 사용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 옆 승지원.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주식 외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재산 가운데 드러난 것은 극히 일부다. 전국 개별공시가격 최고가(2020년 408억원)인 서울 용산구 자택과 그외 용산구, 강남구, 서초구 등지 소재 또 다른 보유 단독주택 및 공동주택(삼성동 아이파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등이 있다. 이외에도 과거 화제가 되며 드러난 전남 여수 무인도, 경북 영덕 삼성연수원 부지,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인근 토지 등이 그의 재산 중 공개된 것들이다.

주식 외 재산은 경영권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활용 여지가 크다. 막대한 상속세의 물납 용도로 쓰이거나 재원 마련을 위해 상속 이후 매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내 공익법인 출연 방식을 통한 사회 환원도 논란 여지가 많은 주식 재산보다는 부동산 등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의 경영권을 다음 대까지 승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현재의 그룹 지배구조 역시 보험업법 개정 등의 변수 위에 놓여져 있다"며 "유언장이 있거나 생전 합의가 있었다면 쉽게 정리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천문학적 유산 규모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합의가 지체되고 그 과정에 갈등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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