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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투자로 뚫는다'...아버지 잇는 이재용

  • 2020.10.29(목) 16:50

[워치전망대-CEO&어닝]
올해 설비투자액 35조원...역대 두 번째 높아
불확실한 여건에도 투자 확대...이건희와 비슷해
삼성, 3분기 영업이익 12조원...7분기만 10조 '돌파'

삼성전자가 과감한 투자 확대에 나선다. 올 연말까지 창사 이래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설비투자를 집행키로 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서다. 

아버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처럼 '위기 속 과감한 도전'을 강조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설비투자 '재가속'

삼성전자는 29일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올해 연간 설비투자액으로 지난해 25조3678억원보다 38.8% 늘어난 총 35조20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업별로 반도체 28조9000억원, 디스플레이 4조3000억원이 예정됐다. 

이미 올해 3분기까지 총 25조500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이 기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에 각각 21조3000억원, 3조1000억원이 쓰였다.

올해 연간 설비투자 예정액은 회사 창사 이래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역대 최대치는 반도체 호황기였던 2017년 투자된 42조7922억원이다. 설비투자액은 2017년 최고점을 찍은 뒤 2년 연속 전년 대비 줄어들었지만, 3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삼성전자는 각 사업 부문별 첨단기술 확보 전략에 따라 투자액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부문은 메모리에서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7세대 V낸드 투자, 파운드리(위탁생산)에서 극자외선(EUV) 5나노 공정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메모리 반도체에 EUV 적용비율을 높이는 등 공정 미세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EUV는 반도체 원판 웨이퍼에 회로도를 빛으로 찍어내는 장비다. 기존 ArF(불화아르곤) 방식보다 회로를 미세하게 그리는 데 유리하다. 반도체는 회로가 미세할수록 전자 이동속도가 빨라지고, 전력 소모량이 줄어드는 등 성능이 개선된다. 또 웨이퍼 하나에서 추출할 수 있는 반도체 양이 더 많아져 생산량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생산능력과 중소형 패널 신기술 공정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 최근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으로부터 대규모 통신장비 수주 계약(7조8983억원)을 따낸 네트워크 부문도 여러 투자가 진행되는 중이다. 

◇ 선친 떠오르게 하는 과감함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 발표회에서 좋은 실적을 거뒀음에도 여러 차례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3분기 반도체와 스마트폰에 힘입어 좋은 실적을 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인한 여러 변수로 4분기와 내년 실적을 장담할 수 없어서다.

삼성전자는 이번 분기 매출 66조9600억원, 영업이익 12조3533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사상 최대치, 영업이익은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 17조5749억원 이후 2년 만에 최고치였다. 영업이익률은 18.4%로 두 분기 연속 올랐다. 당장 이번 분기 실적이 좋았지만, 미래 수익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투자를 큰 폭으로 늘린 것은 이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전언이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 확산 속에서 "흔들림없이 도전을 이어가자"(지난 3월 삼성디스플레이 국내 사업장), "때를 놓치면 안된다"(5월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 "시간이 없다"(6월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 사장단 간담회)고 말했다. 위기 때 후발주자가 따라 올 수 없는 '기술 초격차'를 확보해야만 한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20~21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위치한 삼성 복합단지를 찾아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위기를 맞을 때면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기회를 창출한 경영 스타일은 아버지 이건희 회장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1987년 기흥 반도체 3라인 투자가 대표적이다. 1985년부터 일본 메모리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반도체가 불황 국면을 맞았는데, 당시 이건희 부회장이 과감하게 해당 투자를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고 알려졌다.

이후 기흥에 공장이 완공된 1988년 일본 업체들이 반도체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하며 시황이 개선되자, 삼성은 그해 반도체 부문에서 3000억원대의 흑자를 봤다. 1986년까지 이 부문에 쌓였던 누적 적자액 2000억원을 한 해 만에 메꾼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1998년 IMF(외환위기)로 여러 기업이 비용절감에 안간힘을 쓸 때, 천안 배터리 공장에 3000억원을 투자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위기 속에서 오히려 배터리 사업의 성장 잠재력에 베팅한 것이다.

이 회장의 최근 행보도 비슷하다. 위기 속 과감한 투자를 통한 변화를 수시로 강조하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베트남 현지 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떤 큰 변화가 닥치더라도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실력을 키우자"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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