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지주회사 ㈜웅진은 요즘 분위기가 딴판이다. 1년여 전, 옛 주력 계열사를 재인수 1년만에 도로 뱉어내며 바닥 모르게 추락하던 주가가 꿈틀대고 있어서다. 상승 동력 또한 생뚱 맞다. 근래 주식시장에서 ‘핫’ 하다는 ‘윤석열 테마주’로 엮이고 있어서다.
주주들로서는 들뜨게 하는 일이다. 2대주주 에이스디엔씨 계열도 예외가 아니다. 때맞춰 주식 세일에 나서고 있다. 다만 성에 찰 리는 없다. ‘휴~’ 한숨 돌리기는 했지만 손익분기점을 맞추기에는 갈 길이 멀다.
부산의 중소업체가 ㈜웅진의 지분 5% 이상 주요주주로 등장한 때는 2018년 7월. 중기 경영자 김태균씨가 소유한 업체로 부동산 건설업체 에이스디엔씨와 작업복 및 근무복 전문 의류업체 에이스유니폼이 그 면면이다.
쉼 없었다. ㈜웅진의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린 이후로도 장내 주식 매입에 열을 올렸다. ‘5% 보고서’를 종합해 볼 때, 올해 2월 말까지 사모은 지분이 12.31%(977만4098주)나 됐다. 소요된 자금만 해도 총 226억원(주당 2310원)이다.
에이스디엔씨가 7.89%(626만2387주)를 소유했다. 에이스유니폼은 3.36%(266만8211주)다. 김태균씨도 가세해 2020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1.06%(84만3500주)를 사들였다. 게다가 2018년 9월부터는 경영권 참여 의사까지 피력했다.
다만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개연성은 적어 보였다. 현재 ㈜웅진은 창업주 윤석금 회장의 두 아들 중 차남 윤새봄 ㈜웅진 사업운영총괄 전무가 1대주주로서 지분 16.41%(1302만5460주)를 소유 중이다. 장남 윤형덕 웅진투투럽 대표 12.97%, (재)웅진 0.03% 등 특수관계인 4명을 포함하면 29.68%(2356만2805주)다.
대주주와 2대주주간 지분 격차는 17.37%. 아울러 에이스디엔씨가 ㈜웅진에 대한 경영권 참여를 표방하기는 했지만 현재까지 주주제안 등 겉으로 표출된 직접적인 요구는 없었다는 게 ㈜웅진 관계자의 전언이다.
자연스레 에이스디엔씨 계열의 투자수익에 시선이 모아질 수 밖에 없다. ㈜웅진 주가는 2018년 4월25일 5460원(장중)까지 치솟았다. 극동건설 부도 등에서 비롯된 유동성 위기 타개책으로 2013년 1월 매각했던 웅진코웨이(현 코웨이)를 재인수에 나섰던 시점이다.
반면 ㈜웅진 주가는 올 2월 중순 1025원까지 주저앉았다. 2019년 3월 인수 당시 무리한 자금 조달과 2020년 2월 재인수(1조8800억원)보다 낮은 가격의 재매각(1조7400억원)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결정타를 날렸다.
에이스디엔씨 계열의 ㈜웅진 지분을 12.31%를 보유했을 당시 지분가치는 106억원가량이다. 투자자금 대비 현재 53.0%(120억원)의 평가손실을 보고 있었던 셈이다.
판이 바뀐 것은 지난 4일이 기점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한 시기다. ㈜웅진의 주가도 꿈틀대기 시작했다. 8일에는 상한가를 찍었다. 이튿날에는 장중 한 때 2215원까지 치솟았다. 윤 전 총장이 유력 대권 후보로 주목을 받으며 ㈜웅진이 ‘윤석열 테마주’로 엮여서다. 윤 전 총장과 윤 회장이 ‘파평 윤씨’라는 다소 생뚱맞은 이유 등에서다.
분위기가 바뀌자 에이스디엔씨 계열도 분주해진 모양새다. 지난 15~16일 제출한 ‘5%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4~9일에 걸쳐 3.49%(277만2120주)를 장내에 쏟아냈다. 매각금액은 51억원이다. 매입단가에 다소 못미치기는 하지만 주당 1830원꼴이다.
성에 찰리 없다. 손실을 메우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서다. 현재는 ㈜웅진 주가는 진정 기미를 보이며 1790원(15일 종가)에 머물고 있다. 에이스디앤씨 계열은 잔여지분 8.82%(700만1978주) 대해 36억원(주당 520원)의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