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문화 전문 유통기업 한세예스24의 한 계열사가 외부 감사의견 ‘거절’ 판정을 받았다. 창업주 김동녕 회장의 막내딸이 대표이사로서 경영을 도맡아 하는 곳이기도 하다.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세예스24 계열의 의류업체 에프알제이가 2020회계연도에 대해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한세예스24홀딩스의 6개 자회사 중 하나로 91.1%의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다.
에프알제이는 작년 말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46억원 더 많다. 누적결손금만해도 146억원에 달한다. 이에 더해 차입금에 대한 재협상을 결론짓거나 이를 대체할 자금조달 수단을 마련하지 못하는 등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초래한다는 게 의견거절의 이유다. 부실하기 짝이 없다는 뜻이다.
한세예스24가 에프알제이를 인수한 때는 2015년 4월이다. 성인 의류·패션 유통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이었다. 에프알제이는 정통 진 캐주얼 브랜드 ‘FRJ Jeans’을 보유한 업체다.
현재 한세예스24는 창업주 김동녕 회장 2세들이 사실상 주요 사업부분을 분담, 경영승계가 이뤄지고 있다. 장남 김석환 한세예스24홀딩스 부회장이 전사 중장기 전략 및 문화·콘텐츠, 차남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이 의류, 막내딸 김지원 대표가 패션브랜드를 담당하고 있다.
즉, 김지원 대표가 패션업체 한세엠케이, 한세드림 외에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곳이 에프알제이이기도 하다. 계열편입 3년여 뒤인 2019년 1월부터 단독대표로서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반면 감사의견 거절에서 볼수 있듯 에프알제이의 재무상황은 좋지 않다. 2015~2019년 매출이 적으면 285억원, 많아봐야 328억원이다. 영업이익은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영업적자가 많게는 60억원, 한 해 평균 32억원에 이른다.
이렇다 보니 지주회사 한세예스24홀딩스의 지속적인 자금수혈에도 불구하고 에프알제이는 2019년 말 자본금을 죄다 까먹고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자본잠식률만 해도 168%에 달했다.
원래 에프알제이의 인수주체는 한세예스24의 주력사인 한세실업㈜이었다. 30억원을 출자, 지분 60%를 보유했다. 같은 해 12월 한세예스24홀딩스로 편입됐다. 지주회사가 45억원을 주고 한세실업㈜ 및 기타주주 지분 88.5%를 사들였던 것.
기대와는 딴판이었다. 2016년 27억원, 2017년 23억원, 2018년 18억원 등 에프알제이에 대한 지주회사의 출자가 쉼없이 계속됐다. 도합 112억원이다. 신통치 않은 벌이 탓에 결손금만 쌓이다 보니 당연한 일이다.
허사였다. 2019년 말 에프알제이는 계열편입이래 처음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부채(147억원)가 자산(94억원) 보다 53억원이나 많은 상태가 됐다. 한세예스24홀딩스가 출자금 112억원을 부실로 털어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또 한 가지. 원래는 오너 일가도 에프알제이 계열편입 초기에는 주요주주로서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김동녕 회장 6.4%, 김익환 부회장 5%다. 결손금이 쌓여가던 2017년 지분을 싹 정리했다. 이래저래 흥미로운 점이 많은 계열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