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요. 불안하고 걱정됩니다."
지난 17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장에서 한 주주가 공개적으로 털어놓은 고민이다. 이날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들은 이런 주주들의 고민을 알고 있었다는듯 친절한 설명을 내놨다. 요점은 '걱정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주주들은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의 상황에 맞게 대만 TSMC, 미국 애플 등 주요 경쟁사를 거론하며 이들에 대응하는 전략을 캐묻기도 했다. 회사 삼성전자의 대표적 사업들인 DS(디바이스 솔루션), IM(IT·모바일), CE(소비자 가전) 부문별 수장들의 주주 질의 응답들을 정리해봤다.
◇ 주주들 "삼성 반도체, 초격차 맞나?"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대만 업체(TSMC)에 뒤쳐지고 있는데, 언제 따라잡을 수 있나?"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삼성전자가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를 구체적으로 몇년이면 추월할 수 있느냐고 콕 찝어 물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삼성전자 DS 부문 매출액은 103조원, 영업이익은 21조 1000억원이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D램과 낸드 등의 제품은 점유율 1위로 시장을 견인하고 있으나, 파이가 커지고 있는 파운드리 분야에선 TSMC를 쫒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DS부문장이기도 한 김기남 부회장은 "파운드리 사업을 잘 육성하려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고, 대형 고객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파운드리 시장 구조를 주주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대형 고객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 두가지가 선단공정 경쟁력과 안정적인 공급 능력"이라며 고객사 입장의 시각도 소개하면서 설명의 진도를 뺐다.
김 부회장은 "삼성 파운드리는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선두업체에 비해 캐파(생산능력)나 고객 수에서 부족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선단공정 경쟁력은 손색이 없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가 부족한 규모의 경제를 할 수 있는 캐파는 효율적인 투자를 통해 적기에 마련토록 하겠다"고 했다. 반드시 점점 TSMC와의 격차를 줄여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경쟁사 관련 언급은 TSMC에서 그치지 않았다. 한 주주는 온라인을 통해 남긴 질의에서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삼성이 역전 당했다'며 걱정했다. 다른 주주는 경쟁사 대비 삼성전자가 초격차를 유지하는 방안이 있냐는 지적도 내놨다.
김 부회장은 이에 대해 "점유율은 시기와 조사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고 반박하며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압도적인 기술 경재력이 있고 지속적으로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D램은 업계 최초로 EUV(극자외선) 공정 양산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며 "낸드 또한 저희만이 갖고 있는 세계 최고의 적층 기술로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이 있고, 사업 경쟁력은 앞으로 더욱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주 여러분이 걱정하지 않도록 메모리 초격차 경쟁력을 지속해가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 김현석 사장 "TV 15년째 1위 수성 피로감도"
CE 부문에 대한 주주들의 질의와 CEO의 응답은 재치 있는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대표적인 것은 삼성전자 CE 부문의 현재 약점과 보완점에 대한 질문을 답한 대목이다.
김현석 CE부문장(사장)은 "TV는 15년 동안 글로벌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이렇게 오래 1위를 하다보니 자만감에 빠져있지 않을까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며 "1위 수성과 성장을 위한 피로감도 상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반면 1위를 오래 한 것은 저희의 자긍심이기도 하다"며 "지속적으로 발전해서 끊임 없는 성장을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전략을 더욱 구체적으로 묻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김 사장은 "고객 경험을 제 1의 우선순위로 개발하고 판매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 경험 중 하나는 TV의 화질이나 세탁기의 성능과 같은 하드웨어에 대한 경험을 향상하는 것"이라며 "아울러 소프트웨어인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통해 많은 삼성전자의 수많은 하드웨어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비자의 사용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가전 분야 경쟁사인 LG전자도 언급됐다. 한 주주가 "경쟁사처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도 고려해보는 게 어떨까 한다"고 제안한 것이다. 김 사장은 여기에도 재치 있게 "경쟁사 OLED는 굉장히 훌륭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우리는 그에 못지 않은 기술을 지속 개발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네오 QLED가 굉장히 좋은 화질을 구현한다"며 "지금은 고가이지만 빠른 시일 내 더 좋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삼성전자 서비스에 대한 불만, 친환경 소재 사용에 대한 지적도 나왔는데 이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답했다. 김 사장은 사과를 거듭하면서 "삼성전자와 서비스 회사가 과거에 분리돼 불편이 있었으나, 이제는 한 회사가 되어 확실히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앞으로도 개선할 것", 또 "그동안 가전 제품에 친환경 소재를 외관에 사용했는데 내장에도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배터리 충전기 안 주는 것, 애플 따라하기?"
IM 부문 고동진 사장은 '애플을 따라하는 것 같다'는 곤혹스러운 지적을 받기도 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리즈 갤럭시S에 배터리 충전기, 이어폰을 제외하고 판매하는 행보 등이 애플을 따라 한 것이란 지적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갤럭시S와 S2의 성공으로 처음 성장 궤도에 오르면서부터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로부터 '카피캣'(따라쟁이)이란 지적을 받은 충격이 있다.
이에 대해 고 사장은 "많은 소비자가 사용하지 않는 불필요한 것을 줄여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환경 문제도 고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삼성페이 등 기본 앱 내 광고를 넣은 것도 애플을 따라 한 행보란 지적에 "경쟁사를 따라 한 것이 아니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광고를 한 것"이라고 했다.
시장 점유율이 커지는 중국 경쟁사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이냐는 질문도 나왔다. 해법은 가전과 연결됐다. 고 사장은 "김현석 대표가 말했지만 삼성전자는 무선과 태블릿, 노트북 PC뿐만 아니라 TV 등 가전제품도 출시하고 있다"며 "삼성전자 모든 제품에 대한 일관된 사용자 경험이 IoT를 통해 이뤄지게 해서 '삼성 제품은 사용하기 편하구나'라는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사장은 갤럭시 노트 시리즈는 올해 출시하지 않고 내년부터 내놓겠다는 답도 내놓고, 폴더블폰의 경우 일반 스마트폰 대비 부품이 부족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김기남 부회장은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대한 필요성도 환기했다. 그는 "지속 성장과 기회 포착을 위해 분야를 가리지 않고 M&A 대상을 신중하게 탐색하고 있다"며 "실행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기존 사업의 지배력 강화나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 좀 더 중점을 두고 탐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