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차 반도체 부족사태,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해야'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습니다.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최근 벌어진 사태에 대해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왜 발생했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수요 예측에 실패한 것이죠. 뒤늦게 완성차 회사가 반도체 발주에 나섰지만 수익성이 높은 휴대폰·가전용 반도체에 밀려 생산 순서가 뒤로 밀렸습니다.
여기에 미국 텍사스 한파로 삼성전자, 인피니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 반도체 공장의 생산라인이 멈췄습니다. 세계 3위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인 일본의 르네사스 공장에선 화재가 발생했고 대만 TSMC 공장은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으로 공장 가동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수급 차질이 가장 큰 품목은 전장 시스템 제어를 수행하는 MCU(Micro Control Unit)입니다. '반도체 설계→생산→모듈·시스템 제작→완성차 양산'로 이어지는 벨류 체인(Value Chain) 중 '생산'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한 것이죠.
여파는?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전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감산에 들어갔습니다. 폭스바겐은 올 1분기 10만대 이상 생산이 차질 될 것으로 예상했고 포드는 북미 공장 6곳에서 최대 3주간 생산을 감축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현대차도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5 등이 생산되는 울산1공장의 가동을 일주일 가량 중단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올 1분기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한 자동차 생산 차질 물량은 130만대에 이른다고 합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앨릭스파트너스는 올해 자동차 매출이 606억달러(67조9326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해결책은?
한국자동차연구원은 경쟁이 치열한 MCU 중심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기보다는 새롭게 시장이 열리는 AP(데이터 연산·처리 기능 수행 반도체)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MCU 중심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수명 15년 이상, 온도조건 –40~155도, 재고보유 30년 이상 등 사용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이 탓에 개발에서 양산까지 10년이 걸립니다. 어렵게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수익성은 낮습니다. 차량용 반도체 최대 위탁 생산 업체 TSMC의 작년 4분기 차량용 반도체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3%에 불과합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국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98%를 해외에 의존하고 MCU 등 주요품목의 국내 공급망은 존재하지 않고 있습니다.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AP 시장은 '블루오션'입니다. 앞으로 5~6년 이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되면 차량 1대당 AP 기반 집중처리형 고성능 제어기 3개가 채택될 전망입니다. 인텔, 엔비디아, 테슬라 등이 고성능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도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차량용 AP는 생명과 연관돼 엄격한 안정성 검증과 오랜 개발·테스트 기간이 소요되고, 10년이 넘는 사용주기에 대한 관리·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며 "업체 부담이 큰 만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