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학습’ 브랜드로 잘 알려진 학습지 ‘빅4’ 재능그룹의 대물림의 기술, 재능(?) 있다. 지금은 주수원으로 자리잡은 재능유통이지만 2세 승계를 위한 터를 닦는데도 매우 요긴하게 쓰였다. 승계 방정식 ‘참, 쉽쥬!’라는 말 저절로 나올 법 하다. 이유인 즉,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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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유통은 현재 지주회사 재능홀딩스가 지분 100%를 소유 중이다. 원래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2004년 말 주주들의 면면을 보면, 창업주 박성훈(77) 회장을 비롯해 일가 5명이 지분 60.35%를 소유했다. 나머지는 재능인쇄·재능교육·재능컴퓨터 등 3개 계열주주사가 34.97% 등을 가졌다.
박 회장이 단일 1대주주로서 27.62%를 보유했다. 이어 다음으로 많은 16.36%를 갖고 있던 이가 1남2녀 중 장남이자 후계자인 박종우(49) 재능교육 대표다. 이외 부인 안순모(73) 재능문화센터 관장 10.91%, 두 딸 박주연․박정은씨 각각 2.73%였다.
박 대표의 재능유통 지분은 2016년 11월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당시 재능그룹은 재능교육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재능홀딩스를 설립한 직후인 2016년 12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재능교육, 재능인쇄, 재능유통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예정된 수순이었다.
박 대표는 재능홀딩스가 3개 계열사 주주를 대상으로 현물출자 유상증자에 나설 당시 재능인쇄 지분(40%․8000주) 외에 줄곧 보유해왔던 재능유통 16.83%(6551주·2007년 자기주식 무상소각 반영) 또한 재능홀딩스로 갈아탔다.
현재 박 대표는 재능홀딩스 13.11%를 소유 중이다. 박 회장(53.25%), 재능이아카데미(26.08%)에 이어 단일 3대주주다. 박 대표가 최대주주(47.6%)로 있는 재능이아카데미 지분을 합하면 39.19%나 된다. 박 대표의 직접 보유지분 중 8.65%(92만주)가 재능유통 지분을 지주회사 주식으로 교환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박 사장 소유의 재능유통 지분에 매겨진 가치가 무려 332억원에 달했다. 1주당 가격으로는 507만원이다. 액면가(1만원)의 무려 507배다. 재능홀딩스의 신주발행가 3만6000원(액면 1만원)과 견주어보면 140배가 넘었다.
재능유통은 2000~2019년 20년간 13차례에 걸쳐 배당 실시했다. 총 830억원이다. 박 대표가 재능홀딩스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것은 재능유통 주주로 있으면서 56억원의 배당수익을 챙긴 뒤의 일이다.
재능유통에 붙은 몸값은 그만큼 재능유통이 알짜 계열사였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를 통해 박성훈 창업주 일가의 재산증식은 물론 2세 후계승계의 지렛대로서 매우 요긴하게 쓰였음을 엿볼 수 있다. 스토리는 이랬다.
재능유통은 시작이 임대업이었던 것은 아니다. 재능유통은 1973년 7월 ‘한국아스끼나이론공업’으로 설립됐다. 1974년 2월 ‘우리나이론공업’, 1990년 4월 ‘우미물산’을 거쳐 2000년 10월 지금의 간판으로 바꿔 달았다. 사명에서 알 수 있듯 초기에는 스타킹․양말 등의 나일론 섬유제품을 파는 일을 했다.
1997년 12월, 업종을 싹 갈아치웠다. 옛 재능유통을 흡수합병하면서다. 즉, 교원(구몬·빨간펜), 대교(눈높이), 웅진씽크빅에 이어 이른바 학습지 ‘빅4’인 재능교육의 스스로학습교재를 실어 나르는 게 주력사업이 됐다. 재능인쇄에 물건을 대는 일도 했다.
1998~2002년 재무실적을 보면, 재능교육과 재능인쇄 거래가 사실상 매출의 전부다. 이 덕에 한 해 평균 매출 120억원에 많게는 42억원 순익을 냈다. 2004년 재능인쇄와 거래를 끊은 뒤로는 ㈜재능교육 물류만 담당하게 되는데, 이때도 흑자를 놓치는 법이 없었다.
재능유통이 다음으로 손을 댄 분야가 임대업이다. 비즈니스센터 ‘제이플라츠’를 완공(시공 삼성중공업)한 게 2007년 4월의 일이다. 2009~2020년 재무실적에서 볼 수 있듯, 재능유통이 여기서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박 대표가 재능홀딩스로 갈아타기 직전까지 재능유통의 재무실적을 보더라도 2010~2016년 매출 200억원대에 영업이익이 적게는 107억원, 많게는 130억원에 달했다. 이익률 또한 40~50%대를 내려오는 법이 없었다. 재능그룹의 ‘황태자’ 박종우 사장의 지분가치가 332억원에 달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