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치른 제네시스 신차가 해외에서도 통할까.
제네시스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판매 지역을 넓히면서 해외 고급차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5월 제네시스 국내외 판매를 분석해보면, 미국 시장에선 충분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작년 말 미국에 선보인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V80은 지난 2월 '타이거 우즈 사고' 이후 판매가 늘어나며 미국에서의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한국은 G80, 해외는 GV80
현대차의 '2021년 차종별 매출실적'을 보면 지난 1~5월 제네시스 국내외 판매량은 8만4572대다. 내수 5만9806대, 수출 2만4766대 등이다. 월평균 판매량은 1만6914대로, 이 추세대로라면 연간 판매 목표 20만대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제네시스는 국내 10만8384대, 수출 2만4066대 등 총 13만2450대를 팔았다. 작년 1월 첫 번째 SUV GV80, 3월 완전변경모델 G80, 12월 중형 SUV GV70 등 연이어 신차가 출시되면서 '안방'에서만 10만대 벽을 넘었다. 2015년 제네시스가 독자 브랜드로 출범할 때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도전해야 변화할 수 있고, 바뀌어야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고 말했는데, 5년 만에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차종별 판매를 보면 '국내는 세단, 해외는 SUV'에 주력한 성과가 뚜렷했다. 지난 1~5월 국내에선 G80(2만5210대)이 가장 많이 팔렸고 GV70(1만8563대), GV80(9477대)이 뒤를 이었다. 반면 이 기간 수출을 보면 GV80(1만1534대), GV70(4889대), G80(2816대) 등으로 판매실적이 정반대였다.
특히 GV80은 미국에서 잘 팔리고 있다. 현대차의 '모델별 미국 소매판매' 자료에 따르면 지난 1~5월 GV80은 8363대가 팔렸다. G80(2388대)보다 3배 이상 팔린 것이다. 월별로 나눠보면 1월 1512대, 2월 1283대, 3월 1636대, 4월 1895대, 5월 2037대로 2월을 기점으로 GV80 판매가 늘고 있다.
2월은 영업 일수가 적다는 계절적 특수성이 있지만 올 2월엔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가 탄 GV80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한 달이기도 하다. 사고 당시 GV80은 도로를 이탈해 전복될 정도로 사고가 컸다. 운전대를 잡은 타이거 우즈가 크게 다쳤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자, 미국 언론에선 'GV80이 타이거 우즈를 살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타이거 우즈 사고가 제네시스 브랜드에 미친 영향은 알 수 없지만 사고 이후 GV80 판매가 늘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중국·유럽도 뚫을까
올해 승부처는 중국과 유럽이다. 제네시스는 지난 4월 중국에, 지난 5월 유럽에 각각 진출했다. 주력 차종은 두 지역 모두 G80과 GV80이다.
중국 판매실적을 따로 발표하지 않지만 전체 수출 물량을 통해 유추해보면 그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분석된다. GV80의 월간 수출을 보면 1월 2388대, 2월 1854대, 3월 2632대, 4월 2771대, 5월 1889대 등 수준이다. G80 수출도 1월 445대, 2월 297대, 3월 654대, 4월 755대, 5월 665대 등에 머문다. 지난 4월 중국 진출 효과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 셈이다. 유럽 시장은 이번 달부터 주문을 받고 있어, 아직 실적에 잡히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전동화 차량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유럽·중국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지난 4월 중국에서 열린 상하이 국제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G80 전동화 모델'을 선보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유럽에는 내년까지 제네시스 전기차 3종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