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의 '중간성적표'가 공개됐다. 작년과 비교하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기저 효과로 실적은 크게 개선된 듯 보인다. 하지만 그룹 완성차 계열사 현대차와 기아나, 평시라 할 수 있는 2년 전과 비교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수익성 지표 중 하나인 영업이익률도 지난해를 제외하고 최근 10년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수익성 부진 원인 중 하나는 공격적인 투자다. 현대모비스가 미래차인 전기차·자율주행차 꾸준히 투자하면서 수익성은 미래에 양보하고 있다. 더욱이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 2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내면서 현대모비스의 아쉬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다만 증권업계는 현대모비스의 투자가 머지않아 수익성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코로나' 없었던 2년 전과 비교해보면
현대모비스는 올 2분기 매출이 10조285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6.5% 늘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 5636억원으로 234% 급증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99% 각각 증가했다.
모든 사업부분에서 골고루 실적이 개선됐다. 지난 2분기 모듈·부품 부문 매출은 8조272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5.8% 늘었다. 영업이익은 898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 기간 애프터서비스(A/S) 부문은 매출 2조123억원, 영업이익 473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39.4%, 67.3% 증가했다.
시장별로는 대부분의 해외 지역에서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특히 지난 2분기 북미지역 매출은 2조193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28.2% 증가했다. 반면 중국은 부진했다. 이 기간 매출은 720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도 26.8% 감소했다. 중국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자동차 판매가 부진했던 탓이다.
'전년동기'와 비교한 기준으로 실적이 개선됐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작년 2분기는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셧다운 됐을 때로, 기저효과가 클수 밖에 없다. 지난 2분기 실적을 코로나19 영향이 없었던 2019년 2분기와 비교하면 덩치는 커졌지만 내실은 나빠졌다. 재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지난 2분기 매출은 8.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0.2% 감소한 것이다.
현대모비스의 수익성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지난 10년간 현대모비스는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10년 전인 2011년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은 2조5070억원으로 영업이익률 11.3%에 달했다. 2012년 9.4%로 10% 선이 무너진 뒤 2013년 8.6%, 2014년 8.5%, 2015년 8.1%, 2016년 5.8%, 2017년 5.8%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2019년(6.2%)엔 소폭 올랐지만 작년엔 코로나19 타격으로 다시 5%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도 5.2%에 머물러 있다.
현대모비스의 올 2분기 실적이 아쉬운 이유는 또 있다. 현대모비스는 일반적으로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과 함께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는데 지난 2분기엔 그렇지 못했다.
현대차는 지난 2분기 매출액 30조3261억원을 기록하면서 창사 이래 분기 매출 30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수익성도 꾸준히 개선되며 영업이익률 6.2%를 기록했다. 기아도 분기 기준 역대 최고 매출(1조3395억원)과 영업이익(1조487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8.1%로 2013년 2분기 이후 최고치를 달성했다.
올 연구개발비 1.6조
현대모비스의 수익성은 주춤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기대를 남겨두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당장의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기보단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전기차와 미래차 시장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다고 봐서다.
현대모비스는 미래차 부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매년 연구개발(R&D) 비용을 확대하고 있는데 올해엔 1조65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5년전인 2016년(6968억원)보다 137.5% 늘어난 수치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술개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현대모비스는 전기차용 구동 시스템을 생산 중에 있고 자율주행 센서·고성능 제어기 플랫폼 등은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의 전동화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분기 전동화 매출이 1조363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7.8% 증가했다. 이는 전동화 부문 역대 최고 매출이다. 전동화 부문 수익성 개선이라는 과제는 아직 남아있지만 올 하반기엔 현대차의 아이오닉5, 기아의 EV6 판매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수익성도 일정 부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선 현대모비스 실적이 올 하반기부터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는 운송비 증가와 반도체 수급 차질로 실적이 다소 부진했지만 하반기에 개선될 여지가 많아 보인다"며 "6월 이후 반도체 문제를 해결하면서 물량 증가 효과가 나타날 것이고 하반기 신차 생산이 늘며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