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언팩(신제품 공개) 행사를 하루 앞두고 중국 샤오미(小米)는 기습적으로 신제품 발표회를 열었다. 삼성전자도 언팩 행사에서 애플과 중국 기업들을 향해 깊숙한 견제구를 날렸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고비를 맞고 있다. 미국 제재로 밀려난 화웨이를 대신해 샤오미가 중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스마트폰 기업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도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에 접어들면서 슈퍼 사이클(대호황)이라 할 정도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애플은 곧 신작 발표도 예정돼 있다.
이번 폴더블폰 'Z시리즈'의 어깨가 무거워 보이는 것은 그래서다. 삼성전자의 효자 제품인 '노트' 시리즈를 대신해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성능 개선과 가격 인하로 '폴더블 대세화'에 힘을 싣는다는 구상이다.
노태문 '개방성의 시대' 외친 속내
11일 밤(한국시간) 온라인으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21'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개방'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개방성의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며 "장벽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해 혁신하는 것이 삼성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은 고객의 성격과 고유의 생활방식을 반영하는 최적화된 경험을 만들어내고 이를 선택받은 소수가 아닌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모든 사람이 최고의 기능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기술 협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개방성이 중요해진 만큼, 협업을 통한 발전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노 사장은 "가장 의미 있는 진전은 혁신을 공유하고 협력함으로써 업계 전체를 발전시킬 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며 "삼성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기업과 협력해 여러분들의 모든 기기가 에코 시스템(생태계)에 있어 원활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노 사장의 발언이 폐쇄적인 운영체제(OS)를 갖춘 애플을 의식한 것이라고 풀이한다. 개방적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협력을 강조해 애플의 폐쇄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애플은 독자 운영체제(iOS)와 플랫폼(앱스토어)을 주축으로 자사만의 독자 생태계를 구축해 소비자를 '락인(Lock-in)'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노 사장은 보안 정책에 대해서도 강조하면서 애플이 내세우는 논리를 전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보안 없이는 개인 정보도 없다"며 "삼성은 투명성을 우선시하고 여러분이 데이터를 통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삼성에게는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는 우리의 영업 허가서와 같다"고 덧붙였다.
애플은 폐쇄적인 정책을 펴는 이유 중 하나로 보안을 꼽는다. 운영체제와 하드웨어, 앱, 서비스 등을 한 번에 통제해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강력히 보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스라엘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를 통해 해킹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안 완결성에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노 사장은 삼성 스마트폰이 개방성을 중심에 두면서도 보안 시스템인 '삼성 녹스'를 통해 강력한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7월 뉴스룸 기고문을 통해서도 "우리는 개방성과 보안을 상호 배타적인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보안 문제가 자주 불거지는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을 의식한 발언이기도 하다.
위협이 된 견제
선제공격을 날린 것은 샤오미다. 샤오미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언팩 전날 온라인으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스마트폰 신작을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샤오미가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기습 발표회를 기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날 샤오미는 카메라가 화면 안에 감춰진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UDC)'가 탑재된 첫 스마트폰 '미믹스4'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언팩에서 갤럭시Z 시리즈 신작에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UDC)를 세계 최초로 탑재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샤오미가 한발 앞선 셈이다.
샤오미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출하량)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도발하기도 했다. 이날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은 "샤오미는 향후 3년 안에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며 "스마트폰 세계 2위 자리를 차지하고 대단히 기뻤고 세계 1위도 될 수 있다고 느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샤오미는 세계 시장에서 급성장하며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는 출하량 기준 점유율 17%를 기록하며 애플(14%)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1위인 삼성전자(19%)와의 점유율도 2% 포인트로 좁혔다. ▷관련기사: [스마트폰 삼국지]①삼성·애플 그리고 중국 함대(7월26일)
최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조사에서는 월 기준 시장 점유율이 삼성전자를 앞서기도 했다. 샤오미의 지난 6월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7.1%로 삼성전자(15.7%)보다 높았다.
"위기는 폴더블로 뚫는다"
삼성전자가 선택한 돌파구는 폴더블폰이다. 새로운 폼팩터(제품형태)인 '폴더블'을 통해 시장의 흐름을 되찾겠다는 복안이다. ▷관련기사: [갤럭시 언팩]①Z폴드3, 튼튼함과 가격 앞세운 이유(8월12일)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이번 신작에서 폴더블폰 전작들의 단점을 개선하는 데 힘쓰는 동시에, 가격도 대폭 낮췄다. '갤럭시Z 폴드3'와 '갤럭시Z 플립3'는 모두 전작 대비 40만원가량 저렴하다. 노트 시리즈의 'S펜'도 갤럭시Z 폴드3에 적용해 노트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도 선택권을 줬다.
시장의 예측은 긍정적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폴더블폰 출하 예측량 900만대 중 88%를 삼성전자가 출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대세화를 위해 가격을 일반적인 바(Bar) 형태의 스마트폰 정도로 내린다면 시장 장악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갤럭시 언팩 전 모리스 클래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가격적인 접근이 가능하다면 삼성 폴더블은 '울트라', '플러스' 모델 사용자에게 매력적인 제품이 될 것"이라며 "플립 모델이 울트라와 비슷한 가격에 책정된다면 더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