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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규제]'카카오 롤모델' 구글·아마존 어떻길래

  • 2021.09.30(목) 15:49

'독점 규제' 글로벌 흐름, 자사우대·차별행위 금지
美 강력한 패키지법 눈길, 플랫폼 지정 효과 10년

정치권과 정부가 연일 '빅테크 규제'에 나서는 데에는 해외 상황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도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 지위 남용'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특히 미국에선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사후가 아닌 사전에 막기 위해 강도 높은 규제 법안이 나온 상태다. 이를 위반할 때 기업들에 매기는 제재금 수위도 과격하다.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와 네이버 등의 빅테크 기업에 대해 어느 때보다 강력한 규제안을 적용하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만약 미국에서 추진하는 빅테크 규제안을 우리에 적용한다면 당장 카카오는 지금처럼 활발한 인수합병(M&A)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키울 수 없다. 자칫 욕심을 부려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는 정책이라도 펼쳤다간 신사업 진출도 못할 뿐더러 매출의 15%에 달하는 과징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아마존 때리기' 집중하는 EU

빅테크에 대한 반독점 규제 논의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EU의 경우 일찍부터 '구글 때리기'에 집중해왔다. EU 집행위원회는 2010년부터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 조사를 시작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한 차례씩 구글에 대한 제재를 내렸다. 구글이 유럽에서 부과받은 제재금만 해도 총 82억유로(약 11조3400억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구글보다 '유통 강자' 아마존을 겨냥하고 있다. 특히 EU 집행위는 아마존이 플랫폼 사업자인 동시에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자라는 점에 주목한다. '심판과 동시에 선수로 뛰는' 이중 지위를 남용해 경쟁 우위를 점하지 않았는지 고강도 조사를 펼치고 있다.

오랫동안 조사를 하다 보니 이렇게 쌓인 조사 결과가 규제 법안을 이끌게 한 토대가 됐다. EU 이사회는 세계 최초로 빅테크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방지하고 온라인 거래 생태계의 공정성·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규칙을 제정, 작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EU 집행위는 이보다 더 강력한 '디지털 시장법'의 초안을 발표했고 이르면 올해 말에 법안이 확정될 예정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시장의 게이트키퍼(수문장) 역할을 하는 핵심 플랫폼 사업자는 온라인 사업자들이 데이터에 접근·이용할 수 있게끔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 또한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거나 다른 사업자를 차별하는 모든 행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위반하면 세계 시장에서 거둬들이는 매출의 무려 10%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독일은 일찌감치 빅테크 규제 입법을 마무리 지었다. 올 1월 연방의회를 통과한 '독일 경쟁제한방지법' 10차 개정에 따르면 규제 대상인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평가하는 기준에 '경쟁 관련 데이터에 대한 접근', '중개력' 등을 도입했다. 빅테크 사업자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추가한 것이다.

'뜨거운 감자' 美 빅테크 패키지 법안

규제 당국이 주목하는 것은 EU보다 글로벌 주요 빅테크 기업의 발원지인 미국이다.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6월 이른바 '빅테크 플랫폼 패키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5개 패키지로 구성된 이 법안은 내용면에서 급진적이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하원에서 약 한달 반 만에 일사천리로 추진된 점도 파격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빅테크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촘촘하고 위반 시 제재가 강력하다. 패키지 중 4개 법안은 모두 빅테크의 독과점을 금하고 있다. 만약 여기에 해당하는 사업자가 나오면 자사 서비스를 우대한다거나 경쟁 관계사의 지분 투자 및 인수합병(M&A) 등에 제약을 받는다.

5개 패키지 법안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법안이 빅테크 플랫폼의 '이익충돌' 사업 소유를 금지하는 법안이다. 이익충돌 개념은 빅테크 플랫폼 운영자가 또 다른 사업을 소유·지배해 자사우대 행위를 할 '동기·능력'을 보유하는 것을 뜻한다. 반독점법 추진 핵심 인물인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의 논문에 수십차례 등장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예컨대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가 네이버가 아닌 또 다른 사업체를 소유·지배하는데, 그것이 결과적으로 네이버의 쇼핑·클라우드 등 기존 사업의 자사우대·타사차별 동기·능력을 높이는 꼴이라면 사업체 영위가 원천적으로 금지되는 것이다. 하지만 빅테크 총수의 이러한 '동기'를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이 구체적이지 않아 내부적으로 논란이 많다. 

빅테크 패키지 법안의 처벌 수위는 무시무시할 정도다. 5개 법안의 제재 수단은 조금씩 다르나, 경제적 제재(민사제재금)는 '직전 연도 미국 내 총 매출의 15%' 또는 '법 위반 행위 기간 동안의 미국 내 매출의 30%' 중 큰 금액 내에서 선택된다. 이 외에도 부당이득환수조치, 기업분할 등이 추가 제재수단으로 마련돼 있다.

미국과 EU, 양대 경제 주축이 추진하고 있는 법안은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어떤 플랫폼을 규제할 것인지 그 '타겟'이 명확하단 점이다. 법 적용을 받는 사업자를 플랫폼 이용자 수, 매출, 시가총액 등으로 법안에 명시해 '규제 대상 의무사업자'로 지정하고 있는 탓이다. EU의 디지털 시장법과 미국의 빅테크 패키지 법안이 사전적 규제라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EU와 미국의 빅테크 규제 법안이 통과된다면 'GAFA'로 불리는 4개 기업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과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SAP가 의무사업자로 지정될 전망이다. EU의 경우 최소 2년마다 의무사업자를 재평가하도록 규정했으나, 미국은 지정 효과가 무려 10년에 걸쳐 유지된다.

박준영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연구위원은 "미국 빅테크 플랫폼 패키지법은 법안의 초안 수준만 나와서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가 많고 입법에는 상당히 장기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입법부 움직임은 민주당 의원, 공화당 의원 각자의 입장에서 규제 필요성을 공유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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